60회 생일
30년을 부모 밑에서 살고 다시 30년간 부모가 되어 살며 시간을 다 갚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한 생을 새로 받는 날입니다.
생일이라는 날에는 약간의 우울함이 끼어들어 불쑥불쑥 눈물이 솟기도 하는데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그 증상은 새벽이슬처럼 제 곁을 다녀갔습니다.
그러나 며느리가 미역국 끓여 정성스럽게 상을 차려
우리 내외가 아들네에 가서 아침을 받아 먹었습니다.
남편이 봄이 되면 먼데 구경시켜 준다하니 가족은 참 좋은 것입니다.
딸은 일요일에도 근무하고 오늘도 야근을 합니다.
전문직 종사자들 두터운 봉투받는 것 나무랄 수 없습니다.
아들은 결혼하고 딸을 낳았는데 돌이 지나자 둘 다 다시 수험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며느리가 공무원시험 최종 합격 통지를 선물로 내밉니다.
이제 고시촌에 들어간 아들이 고단하기는 하지만 제 공부만 끝을 보면
그 때도 내가 걱정할 일이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
하기사 아들 딸 대학 넣어놓고 내 인생에 걱정은 끝이라 한 적이 엊그제 같은데
무슨 걱정의 계단이 그리도 여러 층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벌이를 놓아버린 아들은 두툼한 봉투를 내밀 수가 없습니다.
무심코 지나가던 말을 놓치지 않고 기억했다가 내게 선물을 해주었습니다.
르느아르의 "테라스에서 " 라는 밑그림이 있는 시계와
"생일 축하합니다" 가락이 흘러나오는 오르골을 내미는 바람에 내 가슴이 눈녹듯 녹아내리는 겁니다.
'티벳에서의 7년' 영화에서 다라이라마가 하러에게 들려주던 오르골 소리를 듣고
나도 그것을 가지고 싶어했는데 아들이 지나가는 말을 기억하고 마련해준 그 귀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이제 내 손에 들어온 오르골은 바로 아들 자체인 것입니다.
태엽을 감듯 사랑을 감아 오르골만 틀면 언제나 내가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나는 이것을 무덤 속까지 가지고 가고 싶습니다.
시댁조카들이 다녀갔습니다.
"작은 엄마 이제 그렇게 살지 마세요. 제가 살아보니까 흉내도 못내겠어요" 하며 웁니다.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그들의 증언이 선물이 됩니다.
6.25때 어업조합장하던 부모를 동네사람에게 잃은 6남매중 막내아들이 제 남편입니다.
그 고장에서 부모를 죽인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나는 이 형제를 끌어안는 것이 범국가적 사랑이라는 생각으로 30년간 이 가족들을
시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보듬었습니다.
오늘 시조카들이 들려준 말에 의하면 시골집 마당에 있는 무화과 나무에 무화과가 열리면
서울 작은 엄마 몫으로 지정되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비닐로 둘러싸인다는 겁니다.
이 증언이 그 어른의 마음을 읽게 해주었으니 너무나 고맙습니다.
주변인들이 잘라먹지 않고 좋은 말들을 들려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의 증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넘치고 넘치나이다 주님.
나 이승의 삶을 다 마치고 당신을 만날 때 웃고싶어요. 주님.
저는 한 시간도 돌려살고 싶지 않아요.
넘치나이다.
넘치나이다.
어머니 아들 딸 남편 손녀 며느리 부를 이름이 있는 저는 행복합니다.
병원에 있지 않고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내 주변을 건사하고도 내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면 그도 당신 덕분입니다.
봉사하고 살 수 있는 삶을 허락하신 것도 다 당신 덕분입니다.
오정순
첫댓글 특별한 생일을 축하합니다. 첫 인사드리는 이 기쁨! 크게 한 번 돌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니 완전히 첫 걸음, 새 길이네요. 넘치는 감사가 이어지기를!
르느와르와 다리이라마, 크림트까지 그 날 내 손을 잡았어요. 마우스 밭침으로 크림트 그림이 놓였습니다.
특별한 날 축하드립니다. 특별한 날 축하드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함께님의 특별한 날 함께님과 더불어 특별해지고 싶습니다. 언제나 강녕하소서!~
내 속내는 특별했지만 전혀 안특별했어요. 오죽했으면 내가 산 날을 세어보았을까요. 1년 내내 특별할려고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마음 건강 몸건강 하시길 빕니다. 좋은글 잔잔하게 바탕이 되어가는 도움을 받고 있구요. 잘 지내세요.^
아, 그러셨군요. 고맙지요. 피드백의 아름다움입니다. 고맙습니다.
저보다 한달이 빠른 생일 축하드려요. 30년간 그 시댁을 끌어안은 삶...대단하고 훌륭하십니다.근데 저는 왜 마우스 받침,오르골 선물이 탐이 나는지? ㅎㅎ늘 행복하세요.
ㅎㅎㅎㅎㅎㅎ진짜 그럴겁니다. 저 진짜 좋아요. 이 글을 읽으면서도 얼굴이 환해져요.가까운데 계시면 차한잔하라고 그럴텐데요.^^
축하, 축하 드립니다!!!
받을께요 고맙습니다.
회갑을 축하드립니다. 살고 있다는 축복 속에서 늘 감사하시는 삶에 존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더욱 행복하시고 강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되돌아가기 싫습니다. 아마도 에너지가 넘치는 나였는가 봅니다.
내 나이 50 . 내나이 60이면 그런 삶 살수 있을까? 또한분의 인생 스승님을 가슴에 품습니다
스승이라니요. 모든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스승인걸요. 도로시야님 만나서 반가워요.
헤헤...저는 큰 엄마가 된지 십년이 넘었네요..그런데도 아직 철이 없습니다...함께님 내내 건강을 유지하게 해 달라고 오늘 빌어 봅니다...
빌어주신다는 내용이 너무나 좋습니다. 저는 다 작은엄마라고만 부른답니다. 그런데 튼엄마같이만 산답니다.
함께님 이 눈물은 대문음악이옵니까? 함께님 글때문이옵니까? 다 갚은날 오늘까지 수고많으셨습니다. 이제 받으신 새날을 축하드립니다
그냥 느껴져요. 걷기님! 새날 오르골이 있는 한 나는 날마다 태어나는 겁니다. 한번 테잎을 감았다 풀리면서 "해피버스데이 투유 "만 나와요. 늘 생일인 나입니다.
함께님 새로운 삶을 시작하심을 축하드리옵니다. 저두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기억 못하고 지내는데 60이 되면 그때는 실감하겠지요.. 앞으로도 많이 감사할 일이 많으시길 바라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누구나 다 감사해요. 아마 소피님도 그럴겁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아, 이렇게 맞이하면 되겠군요. 60번째 생일.... 나도 그러고 싶어요. 며느리가 끓여주는 미역국이 제일부럽네요.ㅎㅎㅎ 축하드려요.
실은 맛보다 정성으로 먹었어요. 즈이들 깐에는 수고했겠지요. 고맙지요. 음식점에서보다 가슴이 따뜻하고 손녀재롱을 보면서 즐기는 것도 좋았어요.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하면서 배운 말을 써먹는 아이가 마냥 귀엽지요.
오늘을 넘기지 않고 축하를 드릴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넉넉한 마음으로 불꽃을 따뜻이 데워주시는 함께님의 새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
태어난지 하루된 사람을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르골 소리가 날마다 나를 깨울겁니다. ^^
오잉? 함께님, 오늘이 60회 탄생일이시라고요? 그럼 회갑이신가요? 아니, 회갑은 61회인가요? 헷갈리네요.ㅎㅎ 아무튼 기쁜 생일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또 건필하세요~
남들이 쓴 환갑 회갑 그런 말이 너무나 어색해서 이렇게.....무안합니다.
만 60회, 우리 나이로 61세입니다. 8할이 바람이라는 인생에서 바람빼고 나를 보고싶군요.
축하드립니다, 정월생....통상적으로 정월생 여자는 팔자가 쎄다는데....(죄쏭^.~ 제 생일도 코 앞에 다가왔거든요 헤헤헤) 요며칠 명절 보내고 친정다녀 오느라 카페에 들어오지도 못했는데, 오늘도 하루종일 부산하게 다니다가 밤늦게 잠깐 들어와 함께님 글 만나 보고픈 제 마음자락 살폿 놓아두고 갑니다. 나는 겨울에 태어난 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겨울도 무척 좋아요. 함께님과 우리 님들도 좋구요. 좋은 밤 보내셔요.
우리 어머니가 구정 지내느라고 얼마나 수고했을까 싶어요. 다행이지요 . 설날내가 태어았더라면 어땠겠어요. 돌아보니 모두가 감사네요
잔잔한 글 ..가슴이 뭉클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졔속 좋은글 남겨주세요..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삶이어야 좋은 글로 보답할 것이기에 그렇게 살려고 의지적으로 드러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너무늦었습니다 이제인생의 시작일수도있읍니다 늘 건강하시고 많은날이 함께일수있길기원합니다.
그럼요 시작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하고있습니다. 올해는 누워서 뒤집고 일서나 앉고 서고 걸음마하기까지만 목적입니다.
조금 늦었지만 축하드리고 싶어서요. 생활글 잔잔히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참 고맙습니다. 다가가기 어려운 이론보다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제 심정을 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더 늦었군요~ 함께님의 잔잔한 글에 항상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제 자극으로 삼습니다. 늘 평안하시고 강건하세요.
우리 그렇게 아주 조금이라도 삶을 나눕시다. 감사합니다.
몇번씩 몇번씩 읽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제의 삶을 다시 여미게 하시니 고맙습니다 주님의 사랑에 저의 사랑도 보태어 드리며 늘 평화롭고 행복한 사순이 되시길 기도 드립니다 늦었지만 생신을 축하드리며 함박눈처럼 영육간이 풍요스럽길 기원합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님들이 주시는 축원은 내게 힘이 되어 세상을 향해 다시 나갈 것입니다. 무슨 할 말이 많다고 늘 이랗게 쓰는지 알 길 없지만 일상의 나눔이 참 좋은 것을 종종 느꼈기에 소명으로 여기고 씁니다. 님도 건강하세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너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