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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충무공의 얼이 서린 아산에 이르다(평택 - 아산 30km)
4월 3일, 아침에 일어나니 예보대로 비바람이 몰아친다. 7시에 숙소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북어해장국으로 아침을 들고 평택역으로 향하였다. 판초우의를 걸치고 워킹화에 청테이프를 붙인 후 식당에 놓아 둔 우산을 찾으니 방금 전까지 있던 우산이 사라지고 없다. 역까지 우산 없이 걸어가 구내매점에서 우산을 샀다.오늘의 행선지는 충남 아산, 오전 8시에 비발마을 뚫고 행군에 나섰다.
10여분 걸어가니 큰 하천이 나타나고 긴 다리를 건너간다. 다리에 들어서자 강풍이 불어온다. 우산이 젖혀지고 모자가 벗겨지는데 기장이 넓은 판초가 바람을 맞아 몸이 휘청거린다. 가까스로 다리를 건넜지만 초장부터 빗길을 잘 견뎌낼지 걱정이 된다.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45번 국도를 따라 한 시간 넘게 걸어도 마땅한 휴게처가 없다. 팽성지역에 들어서니 평택소방서 팽성 119 안전센터가 눈에 띤다. 안으로 들어가 용무를 치르자고 부탁하니 친절하게 맞아준다. 따뜻한 커피와 더운 물도 대접하고. 경찰이 안전하게 인도하고 소방공무원이 응급대처를 해주니 그래도 어려울 때 기댈 곳은 행정기관들인가? 그런데 오는 길목애는 주민들의 고충을 호소하는 현수막들이 군데군데 걸려 있다. 물가와 인건비가 오른만큼 쌀값을 올려달라, 삶의 터전에 고압선이 웬말이냐 등 고정사항들이 많은가보다.
비는 계속 내리고 벌판에 들어서면 모자가 날아갈 만큼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기온은 아침보다 떨어져서 목장갑을 낀 손이 시리다. 와중에 길을 잘못들어 가던 길을 되돌아오기도.
두 시간 반쯤 걸으니 경기도 형택시계를 벗어나 충청남도 아산시 둔포면으로 접어든다. 도로명 변경으로 새로 도입하였을까, 충무로 000길이라는 길 안내가 보인다. 아산은 충무공의 고장이 아니던가? 한참을 걸어가니 도로변에 윤보선 전대통령 생가표지가 보인다. 둔포면 신향리에 있는 그의 생가는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적혀있다.
낮 12시, 15km 지점의 도로변 식당의 장터국밥이 점심메뉴다. 추위에 언 몸에 따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속이 확 풀린다. 때에 맞게 잘 선택한 식단이다. 제법 얼큰한데 일본인들도 맛 있게 먹는다. 잠시 쉬었다가 오후 걷기에 나서려니 진눈깨비가 내린다. 강원도에는 눈이 온다고 예보하였지만 충청도에도 4월의 눈발이라니. 여러 곳에서 비바람 치는데 잘 걸으라는 격려의 메시지가 답지한다. 다행히 오후 2시 지나서 비가 그친다.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불고.
옆에서 걷는 재일동포 강정춘 씨에게 이곳이 충무공 이순신의 고장이라고 하니 반가워하며 한국의 역사공부를 곁들여서 기쁘다고 말한다. 한 시간 쯤 지나니 아산시 음봉면에 있는충무공의 묘소 500m라고 적힌 표지가 보인다. 길을 꺾어서 묘소입구에 이르니 출입통제라고 막아놓았다. 매주화요일이 휴관일이란다. 아쉬움을 달래며 충무공 신도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돌아섰다. 일본대표인 엔도 야스오 씨가 아산이 충무공의 탄생지냐고 묻는다. 태어난 곳은 서울 남산골이고 그의 선대 고향이라고 일러주었다. 4월 28일이 그의 탄생일이어서 아산에 있는 현충사에서 기념랭사를 한다고 일러주니 7년 전에 한국일주하면서 현충사에서 행사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아산시로 접어드는 깅목에 충무수영장이라는 큰 놀이터가 있고 시내로 접어드는 큰 다리는 충무교라고 새겼다. 다리 건너 왼쪽으로 현충사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아산은 가히 충무공의 얼이 서린 고장이라고 할 만하구나.
목적지인 시청에 도착하니 오후 4시, 광장에 모여 몸을 푸는 장소가 조선 세종때 명재상 맹사성의 동상 앞이다. 청백리로 이름을 떨친 맹사성도 역사에 빛나는 충절의 인물이다. 이래저래 아산이 훌륭한 인물을 배출한 고장인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도 걷기를 통하여 얻은 가외의 소득이다.
4시 반 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온천수가 나온다는 욕실에서 따뜻한 물로 몸을 데우니 온 몸이 나른하다. 6시에 근처 식당에서 갈비탕으로 저녁을 들고 모텔 의 인터넷휴게소에 앉아 이글을 적는다. 비가 오고 바람 불어도 일상은 그대로 진행된다. 걷기도 삶의 연장, 출발할 때는 심난하였지만 마치고 나니 뿌듯하다. 오늘의 행로처럼 잠시 비바람 몰아쳐도 굳건히 이겨내고 밝은 햇살을 만끽하는 삶을 누리자. |
첫댓글 수고가 많으십니다. 비바람에 감기드실가 조심하세요.
아산에 대현이네 공장이 신축되엇다는데 ...
^^걷기대회 소식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ㅎㅎㅎ어머님 걱정일랑 잠시 내려놓으시고 끝까지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