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T 카냐 스포츠카냐?
GT(Gran Tourismo) 는 다들 아시다시피 장거리를 안락하게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Corona 라는 토요타의 일반 승용차에 멋으로 GT 라는 수식어를 붙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자동차 회사도 그런차에 GT 라는 말을 붙이진 않습니다.(아마도 웃음거리가 될테니까요)
골프 R32 라는 모델이 있었습니다.(지금은 다운사이징 추세에 따라 R 이라고 하고 2.0 리터 과급엔진을 얹고 있습니다만)
엔진과 브레이크가 일반적인 골프보다 강력해서 인기가 있었던 차종이고 제 자신도 호기심 때문에 2년 동안 탄 적이 있는 모델입니다.
그런데 이 R32 는 폭스바겐의 기대만큼 미국에선 인기가 없었다고 하네요.
왜 그랬을까요? 제 나름대로 추측해보자면..
핫해치(고성능해지백)를 사는 고객의 대다수는 운전의 재미, 즉 스포츠 드라이빙을 추구할 겁니다.
그런데 이 골프 R32 는 스포츠 드라이빙도 조금은 가능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여유로운 출력을 바탕으로 한 골프 패밀리의 GT 카 성격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핫해치 매니아들이 만족할리 없고 판매가 시원찮았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그 후속으로 나온 골프 R 이나 시로코 R은 스포츠성을 더 강조한 것 같습니다.
포르쉐 시승기에서 갑자기 골프 R32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뭘까요?
이번에 타본 카이맨S 에서 이런 부분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해서 얼굴도 예쁜 여자가 머리도 좋고 살림도 잘했으면 하고 바랍니다,(가끔 이런 분들도 계시죠.^^)
자동차에겐 뭘 바랄까요?
평소엔 운전이 쉽다가 내가 원하는 순간 난폭하게 변해줬으면 하고 바라지 않을까요?
평소엔 일상생활에서 부담없이 탈 정도로 운전이 편하다가도 버튼 하나로 순식간에 차의 성격이 바뀌는 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간사한(?) 고객의 마음을 읽은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에 소위 드라이브 모드 선택사양을 넣습니다.
돈이 많아서 차를 여러대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차 하나로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고 차를 많이 팔려
면 이런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차를 만들어야겠죠?
그래서...신형 포르쉐 911 이나 카이맨, 박스터는 제원상의 성능은 분명히 그전 모델들보다 빠르지만 운전하기가 더 쉽게 만들어지는 것 같고 그건 카이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즉 노말모드에서는 운전이 편하다가 스포츠나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몸으로 차이가 느껴지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직접 운전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페라리도 그렇지 않을까요?
2) 아우는 형보다 뛰어나면 안된다?
포르쉐의 고집 중의 하나는 RR 방식입니다.
물리학적인 지식이 얕은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 방식이 달리기에 유리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앟습니다.
당연히 무게 중심이 차의 중심에 위치하는 미드쉽 방식이 달리기엔 유리하겠죠
과거 전자장비의 도움이 없었던 시절 RR 타입의 포르쉐 911이 운전하기 여려워서 판매가 곤두박질친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그러나 만약 포르쉐 911 이 RR 이 아니라면 포르쉐 911 은 수많은 스포츠카 중 하나일 뿐 포르쉐만의 특징을 잃게됩니다.
그래서 포르쉐는 다양한 전자장비의 도움을 받아 RR 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바보는 아닌지라 미드쉽 방식이 유리하다는건 알고 있었고 만약 미드쉽 방식의 포르쉐를 만든다면 당연히 RR 보다 일반인이 운전하기 편하고 생산원가도 줄일 수 있을거란 발상을 하게 되었을거고 그 결과 만들어진 박스터는 대히트를 쳐서 포르쉐를 다시 일어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착안한 포르쉐에선 박스터의 하드탑 모델을 만들어 일반인도 조금 무리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엔트리급의 스포츠카인 카이맨을 만들었겠죠.
그런데 만들고나니 엉뚱한 고민이 생기는데...
미드쉽 방식이 너무 훌륭해서 만약 여기다 911 정도의 힘을 줘버리면 동생격인 박스터나 카이맨이 형인 911 을 뛰어넘어 버릴 수도 있다는 맹랑한 일이 생긴거겠죠
(마치 약간 손본 1M 이 형인 M3 보다 나을 수도 있듯이)
그리하여 그들은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겠죠.(순전히 제 추측입니다)
"박스터나 카이맨은 성능은 경쟁사의 비슷한 차종은 누르되 형인 911 보다 뛰어나선 안된다!!"
바로 이점이 홍승표고문님께서 약간 아쉽다고 느끼시는 출력 부족을 설명하리라 생각합니다.
3) 많이 팔리는 자동차가 되려면?
자동차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품성을 높여서 자동차를 많이 파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게 됩니다.
수많은 재미난 자동차를 만들었던 회사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사실에서 결국 많이 팔리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회사가 존속할 수 있다는 현실을 회사들은 깨닫습니다.
물론 아주 아주 일부의 매니아 지향적인 회사들이 있지만 이들은 항상 경영상태가 불안합니다.
포르쉐도 만약 박스터나 카이엔, 파나메라의 히트가 없었다면 지금은 역사 속의 메이커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일상 생활에서 타는 자동차라면 실용성이 높고 가격이 좋으면 많이 팔 수 있지만....
운전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타는 자동차의 경우라면 어떻게해야 할까요?
일반인들이 테니스 라켓 중 우드라켓을 버리고 그라파이트 라켓을 잡게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사용하기 쉬우면서도 재미있어야 하는거죠.
그러나 재미있는 운전을 위해서는 과격한 성향의 자동차를 만들어야하고 이는 곧 운전도 까다롭다는 걸 의미합니다.
(제가 겁나서 못타본 로터스같은 차겠죠)
일반인들이 많이 구매하시는 과격한 성향의 자동차라면 BMW M 시리즈나 아우디 RS 벤츠 AMG 모델들일 텐데요...
이런 차 10년 타시는 분은 별로 본 적 없습니다. 아마도 부담스러워서겠죠.
그래서 그보다는 부드럽게(?) 만든 차종이 아무디의 S 라인이나 BMW, 벤츠의 고배기량 모델들일거고 포르쉐라면 박스터나 카이맨 쯤 되지 않을까요?
즉 너무 과격한 게 싫은 고객들마저 스포츠카로 끌어들이려는 포르쉐의 치밀한 음모(?)에 걸려드는 것이겠죠.
배경설명이 너무 길어져서 구체적인 시승기는 Part 3 로 넘기겠습니다. (사실은 식사시간이 되었네요 ^^ )
첫댓글 이제 본격적인 시승기가 나오려는 찰라
절단신공 ㅎㅎ 포르쉐도 이제 편하고 자신이 운전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차만 생산하겠군요
요즘 차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심지어 M 모델들도 그러니까요.
오랜만에 와보니 3편의 글이 이미 올라와 있네요.
좋은글 감사 드리며 바로 에피소드3 보러 가겠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기를 .....
유익하고 재밌는 말씀 너무 흥미로와요 선생님~~~
재미있으시다니 다행이네요.^^
필력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유익하게 잘일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