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김종열, 마중물이야기 속에서 펀글)

-<전략>- 몇 년 전 어느 여학생이 자기 자신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읽었다. 공부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적인 우리 학교의 모범생이었다. 화목한 가정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특히 교육을 많이 받으신 아버지가 가정적이고 자상한 분이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랐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꿈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이 어렸을 적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우주비행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우주비행사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리고 우주선을 발사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우주비행사가 없고, 더욱이 여자 우주비행사는 가능성이 없다고 가르쳐 주신 이후에 그 꿈을 포기했다. 중학생 시절에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의사 되는 게 얼마나 길고 어려운 과정이며, 의사가 된 이후에도 얼마나 고달픈 직업인가에 대해 아버지께서 자상하게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의사가 되는 꿈을 접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과학자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에 대해 알게 된 이후에는 과학자의 길도 자신이 없어졌다.-<중략>- 그 여학생의 분석에 따라 자신이 장래에 대한 꿈을 꾸기가 어렵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아버지의 자상한 지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꿈을 이루기 위해 시도도 해보기 전에 현실에서 부닥칠 어려움에 대한 정보를 듣고 너무 일찍 포기해버렸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여학생은 명확한 꿈을 가진 어렸을 때와 달리 꿈이 모호해지고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임을 알고 있었고,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도 아니었다.-<후략>- --- 중앙 20040609 윤정로(KAIST 교수.사회학) 중에서 --- 교육 현장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라 느꼈습니다. 꿈 이 없는 KAIST학생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 학생은 아마도 자신을 더욱 다잡아야 하겠다는 뜻으로 쓴 글일 거라고 생각하고 이런 안타까움이 극히 일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쩌면 현대, 아니 이 고도정보회 사회 속에서는 옛날에 비해서 꿈을 갖는 일이 좁아지고 힘들어 진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이들도 노년의 생각을 마음껏 읽어 볼 수 있는, 그야말로 투명한 사회로 진행하고 있다고 할 때 꿈을 꾸기보다는 현실에 비추어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 를 먼저 계산하는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이여 ! 높고 큰 꿈을 가꾸시라. 아비들이여 ! 자녀들의 꿈을 고치려 마시라. 노년이여 !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음을 감사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