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음식이 넘쳐난다. 음식점도 넘쳐난다. 무엇을 먹어야할지 고민스럽다. 보기도 좋고 먹음직스럽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았을 때, 참으로 만족스럽고 자랑하고 싶어진다. 오랜 전통과 문화와 내 가족이 먹는 음식처럼 만든 것이라면 선물하고 싶어진다. 더구나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음식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농업기술센터에서 기술지원을 하여, 실패를 딛고 일어나 날개를 펴는 농부와 어부들의 땀과 눈물로 만든 울진 특산품을 찾아 떠난다. 울진특산품 스토리텔링 기초 작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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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산젓갈 최용선 대표 | 16년전 농업기술센터 농촌여성일감사업으로 출발 아카시아 꽃향기로 곰삭아가는 봉산젓갈, 전국 명품화
아카시아 꽃향기가 천지사방에 스며들면 신록도 푸르고 강성해지고 봄바다도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해 등푸른 생선 꽁치떼를 불러 모은다. 이때 푸른 바다의 급소를 찾는 울진 바다의 사내들은 바빠지고 아낙네들은 더욱 바빠진다.
가장 실한 꽁치를 고르고 손질하고 젓갈을 담는 울진 바다의 여인들은 아카시아 꽃향기와 내일의 행복을 비는 마음을 담아 꽁치 젓갈을 담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아카시아 꽃잎이 져도 눈이 내려도 곰삭는 젓갈 내음이 온 마을에 번질 무렵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꽁치 젓갈을 밥상에 올릴 때, 가족의 행복은 완성된다. 그것은 울진 바다 마을의 오랜 전통이고 독특한 문화다.
이 전통과 문화를 농촌여성일감사업으로 개발한 곳이 있다. 바로 울진군농업기술센터(소장 신규환)다. 1996년부터 기성면 봉산리 꽁치젓갈을 농촌여성일감사업으로 개발하여 지역특산품으로 만들고 겨울 김장김치용 양념으로도 개발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봉산젓갈 공장은 기성면 봉산리에 있다. 생산량은 매년 30~50톤 정도이다. 시설은 숙성 저온창고, 작업장, 제품 포장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생산제품은 꽁치, 멸치, 메가리젓갈, 생선밥식해, 꽃게장, 은멸치, 미역, 오징어, 미역귀, 청매실젓갈 등이다. 주요판매처는 전국택배, 울진시장, 포항죽도시장, 울산중앙시장 대구칠성시장, 덕구온천 농수산물직판장, 한화콘도, LG연수원, 농수협마트 등이다.
울진의 해안지역에서는 꽁치를 비롯한 멸치, 메가리 등 싱싱한 생선을 이용하여 젓갈을 담그는데, 그 중 꽁치젓갈을 가장 선호한다. 꽁치젓갈은 아카시아 꽃이 피는 봄철에 많이 잡힌다. 그때가 젓갈을 담그는 적기이다. 기성면 봉산리 어촌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매년 5월이 되면, 집집마다 꽁치젓갈을 담궈 김장젓갈로 준비하거나, 봄에 입맛이 없을 때 쌈장으로 먹거나, 겉절이 생채 등 나물무침으로 많이 먹는다. 울진의 일반 가정에서의 기본 양념 중 하나로 꽁치젓갈의 맛은 그 집의 음식 맛을 결정하기도 한다.
울진 사람들은 생젓갈을 더 좋아한다. 삭혀진 꽁치살을 발라서 고춧가루, 청양고추, 마늘을 다져서 양념을 하면, 맛깔스러운 젓갈 쌈장이 되고, 국물은 김치젓갈로 사용하거나 생절이 나물무침에 사용한다. 꽁치는 살이 많고 지방, 단백질이 풍부하다. 젓갈을 담그는 방법은 통통하게 살찐 꽁치를 3년 이상 묵혀서 간수를 제거한 천일염과 젓갈 전용 숙성용기에 담아 지하실에서 반년 이상 숙성을 시켜야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 잘 숙성된 독을 열어보면, 윗쪽에는 기름이 가득하고, 아래 부분에는 삭혀진 젓갈이 있다.
울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봉산젓갈을 농촌여성일감 사업으로 선정하여 지역특산품으로 육성하던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에는 일곱명의 아주머니 회원이 함께 시작했지만, 수익이 나오지 않자, 남편들의 불평으로 회원들이 하나 둘씩 탈퇴하여 마지막에는 두 회원만 남아서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형편이었다.
그러나 농업기술센터는 마을 주민을 설득하여 16년째 계속해 왔다. 한마디로 공무원과 군민이 합심한 회심의 작품이 봉산젓갈이다. 다행히도 이제는 입소문을 통하여 봉산젓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동해안의 대표적인 명품 꽁치젓갈로 자리매김 되었다. 자신을 얻은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젊은층과 도시주부들을 겨냥하여 꽁치액젓도 개발했는데 대성공이었다. 김장철이 되면 불티나게 찾는다.
액젓은 보통 2년 정도 숙성시켜서 만드는데, 오래 삭으면 삭을수록 빛깔이 곱고 맛도 깊다. 봉산젓갈 최용선 대표는 현재 농촌여성일감사업연구회장과 울진생산자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산전수전을 겪은 봉산젓갈 대표답게 밝고 자신만만한 분이다. 봉산젓갈이 지역대표 향토음식으로 김장철만 되면 전국에서 주문 판매되어 울진 특산품화 되었다고 밝혔다. 또 봉산의 꽁치젓갈, 꽁치젓갈김치, 생선밥식해를 한번 맛본 소비자는 그 맛을 잊지 못해 매년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데, 생산시설이 부족하여 많은 수요량을 다 공급하지 못할 정도라고 자랑했다. 앞으로 사업장을 확충하여 주민 일자리도 늘리고, 기성봉산 꽁치젓갈이 전국 최고 명품젓갈로 자리잡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며, 그동안의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인사말을 잊지 않았다. ‘행정도 예술이다’라는 말이 실감 났다. 강력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특산품 스토리텔링과 스토리텔링 마케터가 필요한 제품이었다. 갑자기 추워진 이 초겨울에는 친환경 울진생토미로 지은 따뜻한 밥 한공기와 봉산젓갈 한종시, 울진식 김치와 고포 미역국으로 차려진 <울진밥상>이 간절히 그리워진다. 오늘밤도 봉산젓갈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곰삭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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