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리뷰는 삭제 좀 안 해주나?"
알라딘 : 반갑습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입니다.
김려령 : 네에, 반갑습니다. 김려령입니다.
알라딘 : <완득이>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알라딘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지요?
김려령 : 그럼요, 플래티넘 회원입니다.
(동석한 창비 관계자 여러분, 알라딘 편집팀원들 이구동성으로 자신도 플래티넘 회원이라 외치는 풍경이 잠시 이어진다.)
알라딘 : 표지가 독특해요.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내용과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김려령 : 원래는 그다지 잘생기지 않은 거친 느낌의 고등학생 이미지였는데요. 표지가 나오고 나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너무 잘생겨서.
알라딘 : 그렇군요. 그런데 깜짝 놀라셨다면, 미리 점지해둔 모델이 있는 거 아닌가요? 워낙 생생하고 활달한 캐릭터라서 좀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누군가의 변주가 아닌가 하고...
김려령 : 글쎄요, 이렇게 이목구비 뚜렷하고 잘생긴 아이를 상상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캐릭터 디자인을 보고 느끼게 된 점도 좀 있죠. 나는 외모가 훤칠한 아이를 그린 게 아닌데, 읽을 때는 그렇게 읽히나 보다, 하고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창비 담당자분들 : (영화화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하시며) 회사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더군요. 주로 남자 분들은 이 캐릭터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여자 분들은 대개 좋아하시고요.
알라딘 : 영화화요, 주인공도 정해지고 그런가요? 김려령 작가님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배우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세요?
김려령 : 글쎄요. 아무래도 신인이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처음 이야기를 쓸 때 떠올렸던 건 배우 류승범씨 같은 이미지였거든요. 그런데 나이도 좀 있으시고... (웃음)
알라딘 : (웃음) 작품에 대한 주변 반응을 들으면 어떠세요?
김려령 : 사실 오늘 인터뷰 나오기 전에 <완득이>에 붙은 리뷰를 다 읽어보고 나왔어요. 이전 작품들도요. <기억을 가져온 아이>나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도 다 읽어봤습니다. 아, 이런 생각들을 하는구나. 이런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해야지 하고 생각도 해보고요. 이런 리뷰는 알라딘에서 삭제 좀 안 해주나 하는 것도 있었지요. (웃음) 참, 캐릭터 인기 투표, 재밌던데요.
알라딘 : 재미있죠. 제가 올려놓고 저도 투표했어요. 투표하셨어요?
김려령 : (웃음) 네, 다른 인물들은 표를 다 받았는데 제가 봤을 때는 1표도 못 받은 캐릭터도 있더군요. 그래서 그 친구를...
"혼자 써서 혼자 읽고 폐기하는 것의 외로움"
알라딘 : 찍으셨군요. (웃음)
김려령 : (웃음) 네, 사실 티코가 표를 많이 받은 게 좀 놀라웠어요.
알라딘 : 광고 문구에 현혹되신 사례죠.
김려령 : 그렇죠. (웃음)
알라딘 :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김려령 : 학교 다닐 때 졸업 작품으로 썼던 장편동화가 곧 출간될 예정이에요.
알라딘 : 다른 분들에 비해 늦게 학교생활을 하신 편이죠? 아, 글을 써야겠다, 하고 느끼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려령 : 글은 계속 썼어요. 다만 그게 뭐랄까, 외로웠어요.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보이고 소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아쉬워했죠. 그때는 내가 쓴 걸 내가 보고 마는 식이었으니까요. 혼자 써서 혼자 읽고 폐기하는 것이 외로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문학을 따로 공부한 적도 없고 하니까, 아 공부를 해야겠다, 하고 문예창작과에 들어가게 된 거죠.
알라딘 : <완득이>에 대한 인터뷰 중에 쾌활하게 지냈던 학창 시절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실제로는 어떠셨어요?
김려령 : 쿵푸도장 다니고 그랬죠. (웃음) 그때는 지금 한류처럼 중국 연예인들이 인기가 좋았어요. 저도 친구들과 [예스마담]을 보고는, 그때는 양자경이 정말 멋있었거든요. 그 선 채로 다리를 들어올려서 귀에 붙이는 모습 같은 게. 그런 걸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 년이나 쿵푸 도장에 다니고...
"내가 양자경이 된 것처럼"
알라딘 : 일 년이나요? 혹시 봉술 같은 것도 하실 줄 아는 건가요?
김려령 : 그건 아니고, 쿵푸도 단계가 있어요. 이런 저런 권법들이 있거든요, 진도에 따라서. 그래서 친구들과 경쟁 같은 게 붙은 거죠. 누가 더 다리를 높이 올리나, 누가 더 먼저 양자경에 가까워지나... 수학여행 가서 바위 위에서 사진도 찍고 ************, 아 이 내용은 밝히지 말아주세요. (웃음)
알라딘 : (웃음) 네. 밝히지 않겠습니다. 현재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둔 두 아이의 엄마 되시죠? 자녀분들은 엄마의 작품을 좋아하나요?
김려령 : 아뇨 별로 안 좋아해요. 사실 잘 몰랐어요, 책이 나온 것도. 친구가 알려줬다고 하더라고요. 서점에서 친구와 함께 있다가 친구가 책을 집어 들었다가 우연히 사진을 보고 말해줬대요. 근데 좀 싫어했어요. 아이들은 엄마가 좀 진득하게 바른 말 쓰고 했으면 하는데 <완득이>에서는 욕도 나오고 하니까.
알라딘 :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싫은 욕은 아니잖아요?
김려령 : 네, 그래서 뭐 이런 저런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의 의도는 이렇다. 이렇게 말해봤자 잘 안 듣더라고요.
알라딘 : 다른 작품들은 어때요? 동화를 주로 써 오셨는데.
김려령 : 그것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동화를 쓸 때는 아이들이 이미 그 연령대를 넘겨버렸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알라딘 :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어떤 작품을 꼽는지 알고 싶은데요?
죠. (일동 웃음) 그나저나 이 식당, 겉은 레스토랑인 줄 알았는데 분위기는 분식집이네요. (좌중 또 한번 큰 웃음)
알라딘 : <완득이> 속에 나오는 노래 있잖아요. 동방신기의.
김려령 : 네. Step by step.
알라딘 : 어떻게 그 노래를 택하셨어요? 자녀분들의 영향인가요?
김려령 : 네 딸이 좋아해요. 사실 그런 느낌의 제목, 그런 느낌의 가사를 원했거든요. 그렇다고 뉴 키즈 온 더 블록 노래를 쓸 수도 없고. 그래서 검색하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딱 제가 생각한 느낌인 거예요. 기운 나고, 뛰고 있고.
"실종이 아닌 치유의 결말"
알라딘 : 완득이의 주인공들은 모두 선한 인물들입니다.
김려령 : 네 착하죠.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고요. 신파적인 진행을 거부한 것은 엄마의 삶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것이고.
알라딘 : 그런데 그에 반해 <내 가슴엔 해마가 산다>의 엄마 같은 경우는 좀 달랐죠? 완득이의 '그분'과 다른 점은 뭘까요?
김려령 : 상처를 주지 않을 엄마가 필요했어요. 적대적이지 않은 대상이요. 완득이는 결손가정에 가난하고 학교에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편인데, 엄마마저 그러면 곤란하니까요. 그 결과라고 할까요. 베트남 엄마가 아니라면 더 독하게 그렸을 것 같아요.
알라딘 : 어떤 작품을 좋아하셨어요? 왜 있잖아요, 어렸을 때 영향 받은 작품이라든가, 이 작품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던가 하는 것들이요.
김려령 : 르네 고시니요. 이렇게 인터뷰 자리가 되면 다른 작품들도 말하고, 좀 다른 작가 이름도 대고 해야하는데, 저는 그냥 르네 고시니가 좋아요. 어렸을 때라고 딱히 다른 작품들이 있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어 김동인의 ‘광화사’ 같은 것도 읽고 나서는 ‘뭐 이래, 전설의 고향에서 다 본 거잖아’ 하는 생각을 했지요. (웃음)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고요. 왜 그... 갑자기 먹물이 튀어서 죽이고... 나중에 알고 보니 ‘광화사’가 ‘전설의 고향’보다 훨씬 먼저 나온 작품인 걸 알 듯이, 그렇게 알고 보니 좋은 작품들을 찾아가게 되었죠.
알라딘 : 황선미 선생님 밑에서 수학하셨죠?
김려령 : 네. 사실 학교에 들어가면서도 동화를 쓰리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계속 수업을 받고, 장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까 이쪽에 제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소설을 쓰는 것’이란 바람에서 제가 가진 기질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 마침 황선미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던 거죠.
알라딘 :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세요?
김려령 : 소재를 따로 정하진 않아요. 동화냐 청소년물이냐 하는 경계를 가르고 싶지도 않고요. 어떤 외유나 압박 보다는 쓰고 싶은 것을 쓰는데, 거기에 맞는 장르가 보이는 거죠. 그게 동화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원천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알라딘 : 그런 외유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에서 <완득이>가 다른 청소년 소설과 다른 면이 시작되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김려령 : 네, 그렇죠. 제가 이전에 수상한 전례도 있고 해서, 동화를 쓰는 사람이란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 반동에 의해서 말도 좀 거칠게 다루고 했죠. 사실 청소년이라고는 해도 그 아이들을 낮게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성인들하고 똑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맞추어 써 나간 거죠.
"억지로 어렵지 않고, 억지로 낮지 않은 이야기"
알라딘 : 완득이 아버지가 완득이에게 소설가가 되라고 종용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왜 하필 소설가일까요?
김려령 : 완득이 아버지처럼 육체 노동하는 이들이 막연히 그리는 먹물? 그런 개념이었어요. 그렇지만 변호사나 의사처럼 한정 짓고 싶지는 않았고요.
알라딘 : <내 가슴에는 해마가 산다> 같은 경우라면 어떨까요?
김려령 : 많이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정리되지 않은 판타지, 동화는 원래 판타지거든요. 죄책감 같은 무의식이 있는 것이고요. <기억을 가져온 아이>의 결말은 그런 거예요, 할아버지가 실종이 되는 현실은 사실 치유의 느낌을 담은 판타지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리스로마신화 보다는 우리 판타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열린 느낌이 강한 이야기를 원했거든요. 어떤 소재가 있다면, 어떤 장르로 이야기해야 하는가.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죽음의 세계로 가기 전에 끌어올리는 단계... 넘어가는 지점의 이야기예요.
알라딘 : 마해송 문학상,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창비 청소년 문학상까지 3관왕이 되셨는데 그렇게 연달아 상을 받으시면 기분이 어떤가요?
김려령 : 첫 수상 소식 때만 상을 받은 것 같았어요. 그게 여러 가지 사연이 있는데 문예창작과를 다니게 되면 서로 장난을 치거든요. 가짜로 수상 소식을 알리기도 하고... 그런 장난들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꽤 덤덤하게 두 번째, 세 번째 수상 소식을 넘기게 된 것 같아요. 더군다나 그 두 소식은 같은 날에 도착했죠. (웃음)
상을 받아서 좋은 것이라면 부상으로 볼로냐 도서전에 다녀온 것이에요. 친구들도 그러죠. 상 뭐 그런 건 상패일 뿐 아니냐고, 그런데 볼로냐 도서전 가는 것은 정말 부럽다고들 하고요.
알라딘 : <완득이>는 알라딘에서 칭찬이 끊이질 않는 것 같아요. 서평도 대부분 극찬이고, 판매 순위도 높고요. 인기가 있다는 말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김려령 : 좋아요. (웃음)
알라딘 : 최근에 읽은 좋은 작품 있으시면 소개해 주세요.
김려령 : 김남중 작가의 <자존심>이요. 문체나 이야기를 끌고 가시는 것이 시원시원해서 좋아요. 와중에 디테일도 살아 있고요.
알라딘 : 앞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보다는 동화 쪽에 집중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럼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동심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려령 : 박운규 작가께서 동심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동심은 말 그대로 ‘마음의 처음, 마음의 맨 앞’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성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처음의 마음들. 그리고 그것을 항상 마음에 가진 채 살아가게 되는 것. 그런 거죠.
첫댓글 부럽구요... 한편... 우리 교수님께 지송한 마음이 드네요. 누가 됐든 우리 교수님 수하에서 요런 인물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다들 팟팟팟 팅입니다^^
아.....동감요. 쉼없이 쓰는 수뱎엔 별 도리가..... 죄송허구먼요... 힘을 내~~~자굿요!!!
어쩌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단지 열심히 써야 한다는 생각만 들고요. 한숨도 나오구요. 노룍하면 되기도 한지 않을까 감히 꿈도 꿔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