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과
고은별
“도도시도라도솔도파도미도... 미미레미도미시미라미솔미... .”
나는 신나게 *하농을 칩니다. 오늘따라 손가락이 잘 움직여서 마치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어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만 같습니다.
“따르릉”
“리아야, 너 지금 피아노 치니?”
‘이크, 엄마가 어떻게 알았지?’
“아파트 관리실에서 연락이 왔어. 위층에서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왔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 얼른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어느새 날이 저물었습니다.
“피아노는 꼭 낮에만 작게 치라고 했지?”
‘엄마야, 깜빡했네.’
미안하고 부끄러워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어쩔 줄을 몰라 거실을 빙빙 돌았습니다.
‘아아,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방으로 가서 종이를 꺼내 연필을 꾹꾹 눌러 편지를 썼습니다.
글자가 왜 이렇게 삐뚤거리는지 쓰고 지우고 또 쓰고 몇 번을 다시 썼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불로초등학교 1학년 3반 주리아입니다.
아래층에 사는데요,
오늘 제가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피아노를 쳤습니다.
많이 시끄러우셨죠? 죄송합니다.’
크레파스를 꺼내 사과를 그렸습니다. 빨간 사과와 초록 잎사귀가 보기에도 참
예뻤습니다. 정성껏 그린 그림과 편지를 봉투에 넣어 우편함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가서 1002호에 살짝 넣어 두었습니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탁자에 커다란 바구니가 놓여 있습니다.
“와아~ 사과다!”
“방금 전에 누가 대문 밖에 놓고 갔는데... .”
‘리아야, 진심 어린 편지와 그림을 잘 받았다. 앞으론 저녁에 큰 소리가 날 일이
없을 테니 안심이 되는구나. 걱정하지 말고 피아노를 계속 치렴.
하루만 연습 안 해도 진도가 늦어지니까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좋단다.
이 사과는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해서 농약을 하나도 안 친 거니까
한 번 씻어서 껍질 채 먹어 보렴. 맛있을 거야.
-흙을 사랑하는 아직은 할머니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위층 아줌마가.’
상큼한 향기가 솔솔~~ 사과 꽃이 피어나듯 마음이 환해집니다.
*하농 (Hanon)
프랑스의 피아니스트이자 교육가인 샤를 루이 아농
(1820-1900, Charles-Louis Hanon)이 만든 피아노 연습곡 교본.
첫댓글 https://www.youtube.com/watch?v=fVfJD5tLZ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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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별 선생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착한 주리아도 만나고
선생님의 고운 목소리도 만나고
상큼한 사과로 시작하는 하루......
제 마음도 상큼해집니다~
선생님께서도 행복한 날 되세요~♡
민금순 선생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공을 들여 동화를 쓰고 낭독한 보람이 큽니다.
감사합니다.
피아노에서 사과, 사과에서 과일 사과, 다시 피아노! 아무리 작은 소리도 소음으로 들릴수 있고, 아주 큰소리도 고운 음악으로 들립니다. 마음 문제겠지요. 따뜻한 동화네요~~^^
김춘남 선생님!
마음이 아름다우신
부산 선생님!
감사합니다. *^-^*
아름다운 동화 ~ ♥♥♥
고은별선생님 ♬♪♬♪파이팅 입니다.
정선혜 선생님!
매우 기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