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내가 근무하는 임실동중은 전형적인 농촌 소규모 학교로 산과 아담한 교사가 어우러진 조용한 학교이다. 우리 학교는 6학급 200명 학생이 생활하고 있으며 특수학급은 4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박한 시골 아이들로, 세 명은 두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버스를 타고 등교한다. 정신지체 부모 가정이 두 명, 조손 가정이 한 명으로 교육적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대부분 아이들은 행동반경 5km를 거의 벗어나지 않아 문화적인 경험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교육적·문화적 경험이 부족한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학교가 u-러닝 정책 연구학교로 지정되어 학교에 umpc가 보급이 된 것이다. umpc(Ultra Mobile PC)는 노트북보다 작고 휴대전화보다 조금 큰 이동형 PC로 무선인터넷, 화상통신, 온라인 학습 등이 가능한 기기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축되면서 이 기기를 이용하여 교내와 인근 200M 정도까지 이동하며 자유자재로 온라인 학습과 화상수업으로 교사와 상호교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umpc 시범학급 학생에게는 최신 기능을 가진 umpc가 한 대씩 지급되었는데, 특수학급의 장00도 시범학급반이어서 umpc를 이용한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장00은 umpc를 이용해 문화적, 교육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비장애학생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었으며, 학습의 참여도 높아졌다. 시골학교의 정보화 혜택인 umpc는 장애학생의 집과 학교의 공간적인 제약을 없애주고,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장00은 처음에는 umpc를 잘 다루지 못해서 자율학습시간이나 방과 후에 간단한 조작법부터 점차 메일, 메신저, 화성통화 등 활용법을 지도하였다. 장00은 통합학급에서 umpc사용 전보다 또래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며 자신있게 학교생활을 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특수학급의 다른 학생들에게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학급 학생들은 장00와 비슷한 학습수준을 보이며 문화적, 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에게도 umpc를 활용하면 학습향상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여 담당교사의 협조아래 umpc를 활용한 수업과 활동을 실시하게 되었다.
1. umpc 가지고 놀기
u-러닝의 강력한 장점은 학습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습목표를 "umpc를 이용해 재미있게 공부하기"로 선정하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u-러닝 관련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우선 학생들에게 개인 umpc를 제공하고, 주당 두 시간 정도 자유롭게 작동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 기기와 친숙해지고 다양한 환경에서 umpc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학생들은 자기에게 배정된 최신 umpc를 매우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였고, umpc를 사용하는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umpc를 학급 내에서 관리하는 것 역시 학생
스스로 하도록 하였고, 관리하는 학생을 선정하여 책임감을 부여하였다.
umpc를 가방에서 꺼내는 것부터 시작하여 라이트펜을 다루는 것, 충전 게임하기, 음악듣기, 영화보기, 사진 찍어 저장하기, 동영상 촬영하기 등을 체계적으로지도하였다. 그 결과 한 가지 작동방법을 알려주면 응용하여 다른 작동법을 스스로 배워나갔으며, 통합학급 학생들과 상호작용도 많아졌다. 학생들은 umpc를 통해 생생한 자료를 수집하고 응용하며, 화상통화 등을 통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해 나가는 모습에서 아이들 스스로 학습의 주인이 되었다.
2. u-러닝 학교 프로그램 참여하기
우리학교는 u-러닝 정책 시범학교로 교과 과제와 각종 체험, 실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탑재하고 온라인상에서 학습문제를 풀거나 전북 e스쿨과 LMS에 탑재된 내용을 공부하고 평가하기도 한다. 비장애학생의 이런 활동에 장애학생도 수준에 맞게 참여시켰다.
미술, 음악, 기술가정, 사회과는 비장애학생과 같거나 약간 낮은 수준으로 학습하도록 하였다. 온라인 평가시 학생은 난이도가 낮은 문제를 가끔 풀기도 했으나 전혀 문제를 이해하지 못 할 경우 전략적(찍기)으로 접근 했다. 눈치껏 문제를 푸는 아이들을 볼 때, 그 시험 결과보다 시험이라는 주어진 상황에 자신이 능력껏 대처해 나가는 것 같아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u-러닝 학교 프로그램은 실험 및 체험 보고서를 적은 분량이라도 작성해서 꼭 탑재하도록 되어 있는데, 처음엔 아이들이 "우리는 안해도 안 혼나요."라며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한 회, 두 회 실시하다 보니 교사의 강화와 칭찬, 격려에 고무 되어 스스로 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보고서 쓰기를 수업 주제로 삼아 토의학습 모형으로 수업 진행을 하면 서로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나 매우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수업이 되었다. 날씨가 좋은 날은 umpc를 들고 야외로 나가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3. 多되는 umpc
■■■ e-book 보기
e-book을 많이 본다는 것은 독서량이 증가하는 것인 만큼 아이들에게 e-book을 자주 보게 하였다. 동화부터 시작하여 점차 글자가 많은 e-book을 선정해 주었다. umpc는 화면이 작아 높은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지만 글을 이해하고 습득해 나가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시원한 등나무 밑에서 같은 내용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 최신가요 듣기
우리 아이들은 비장애학생들과 달리 부모님과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최신가요보다는 트로트나 흘러간 옛 노래를 즐겨 부른다. 이로 인해 또래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놀림을 받는 것 같아 umpc를 이용해 최신 곡을 접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최신 곡을 검색하고 다운받아 듣게 하였고, 음악방송에 신청곡을 띄우게 하여 자신의 신청곡이 방송되는 경험도 하게 하였다. 자신의 신청곡이 방송에서 흘러나올 때 아이들은 몹시 흥분하며 즐거워했다. 최신곡을 듣고 부르게 하다 보니 또래 문화에 맞는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고 싶은 욕심이
생겨 노랫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기 순위나 가수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수집하여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가수나 노래에 대한 대화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 사진 찍기
umpc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서 간판이나 현수막, 장날 풍경, 현장체험 학습 등의 사진을 찍어오게 하여 국어수업 자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학교의 나무나 꽃,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 서로 찍은 것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시간 이외에 졸거나 코 파는 모습 등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면 재빨리 찍어 서로 보여주기도 하였고, 자세가 바르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 앉은 모습이나 선 자세를 사진으로 찍어 비교해 보여 주었더니 스스로 바른 자세로 앉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 메신저와 채팅
umpc의 가장 큰 장점은 즉시성과 이동성이다. 이를 이용하여 과제를 주고 이동하면서 메신저로 교사와 대화하며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심부름이나 보물찾기가 그 예이다. 심부름 놀이는 학교 인근의 약국이나 문구점에서 지정된 물건사기, 학교 내의 물건 가져오기 등의 활동으로 구성하였는데 약국과 문구점에 미리 사전 동의를 구해 놓은 상태에서 교실을 출발하여 약국에서 약을 사서 다시 교실에 돌아오는 사회적응훈련이다.
심부름 놀이를 하는 동안 교사와 학생은 umpc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품목과 수량을 바꾸어 가면서 교사가 원하는 물건을 사오도록 함으로써 교사의 상호작용은 물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 보물찾기는 도서실 어떤 특정한 책속에 보물(학교 앞 문구점 상품권)을 숨겨두고 찾는 게임이다. 도서실에 있는 학생의 질문에 교사가 메신저로 대답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어디 있어요?" "역사라고 쓰인 책장에 있어." "제목이 뭐 예요?" "제목을 바로 말하면 안되지." "아니, 위에서 두 번째 칸에 있어."등의 대화로 보물을 찾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떡볶이나 샤프를 교환할 수 있는 상품권을 손에 쥐게 된다.

4. 나가며
umpc를 다루는데 있어 여러 부분에서 통합학급 학생들과 수준 차이가 나지만, 기기를 다룰 수 있고 스스로 학습에 참여하며 소속된 집단의 문화에 소외되지 않고 작은 역할이라도 수행할 수 있기에 특수학급 학생들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학생들의 정보 수집 능력도 날로 발전하여 umpc라는 최신의 모바일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어 통합학급 학생들과 동질의 경험을 공유하고,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통해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umpc 라는 기기를 통해 통합학급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다는 것이 아주 작은 일 일수도 있으나 그러한 과정에서 환경에 적응하고 문제 해결능력이 신장되며 개인적 주체로서의 영역을 확보하는 일인 듯하다. 최신의 모바일 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으며, 시원한 등나무 밑에서 노래를 부르고, 하고 싶은 게임도 하다가 "야 000야 너 미술 숙제 했냐?"라는 친구의 말에 "응 난 학교 뒷산에 올라가서 예쁜 꽃을 찍어서 올렸어 "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우리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장면일 것이다.
첫댓글 감사히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