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바다를 간척해서 경계와 형태를 만든 평방 6.5km의 땅이다.
이제 인구가 25만으로 늘어난 송도는
유행을 선도하는 공간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송도가 동양의 베벌리 힐스처럼 되길 바란다.
하지만 송도의 미래지향적인 건물은 여전히 텅 빈 상태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건설 현장 근처를 지나는 건
자전거 몇 대가 고작이다. 운하 뒤쪽은 상선으로 채워져 있다.
철강과 유리로 만든 고층 건물을 제외하면 사막처럼 황량하다.
자동차마저 없어 한적한 도로를 걷다 보면 영화 <트루먼 쇼>의 배경이
한없이 펼쳐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투자자들이 세금과 정부 지원금으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이곳은 일종의 ’도시 국가‘인 셈이다.
극단적인 자유주의가 만들어 낸 형식적인 성과,
일상 속 현실주의의 강화, 소비적인 상품화로 변해버린 자연,
친환경 뉴딜과 성장을 동시에 실현하겠다는 불가능한 공식,
가짜 돌과 편편한 모래 위에 심은 나무, 거센 바람,
추운 겨울과 여름의 찌는 듯한 날씨 ...
이곳은 원래 저어새를 비롯해 철새 11종이 서식하는
람사르 습지로서 상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 연약한 생태계를 희생시켜가면서 건설된 송도가
이제 ’청정 경제‘의 표본이라며 주목받는다.
송도에서는 ’슈퍼그린‘을 표방하며, 배출가스를
조금도 배출하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시화조력발전소가
조류를 에너지로 바꾼다는 명목으로 취약한 해안 서식지를 파괴한다.
덕분에 이 발전소는 청정 개발 체제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큰 조력발전소로 공식 등록되었으며,
산소배출을 줄이고, 탄소 배출권을 갖게 되는 모순을 만들어 냈다.
<청정에너지의 충돌: 한국 인천에서 벌어지는 청정에너지의 개발과 서식지 보호>라는
제목의 기사는 청정 경제와 생태 사이의 모순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권리가 시장과 금융의 규칙에 좌우하는 인공적인 장소에서 대체 어떤 생태 보호가 가능할까?
송도는 청정 뉴딜, 허울 좋은 변명, 사라진 영혼의 실험실인 척하는 게 아닐까?
송도에는 인천경제청과 같은 비현실적 도시 공간이 곳곳에 존재한다.
노동법과 세금이 면제된 블랙홀 같은 ’시험관‘ 속에서 개발된 이들 공간은
최첨단 진보주의를 표방하지만, 세계 다른 곳의 자원을 망가뜨리면서 동력을 얻는다.
송도는 과거의 수출가공지역과 비슷한 외적인 공간이다.
송도 역시 지리적인 위치를 이용해서 감세 혜택을 받고,
비슷한 정책을 따르며, 대중의 검증을 받지 않고, 변칙성이나 대안이 없다. ...
따라서 콘 페더슨 폭스 기업이 설계한 송도와 그곳의 센트럴 파크,
세계무역센터, ’미래지향적인 베네치아‘라는 커넬워크, 테크노파크,
바이오 콤플렉스는 다른 어딘가에 똑같은 모습으로 복제될 수 있다.
송도에 있는 호텔의 전자기기 방에는 비밀번호가 필요한
옷장과 자동관장기, 골반마사지기 등이 설치되어 있다.
슈퍼마켓에서는 20대 같은 피부와 영원한 젊음의 환상을 자극하는
줄기세포 화장품을 판매한다.
프란체스코 마르토네, <영혼 없는 국제도시, 송도>
슬라보예 지젝의 <용기의 정치학>에서 재인용
첫댓글 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