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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박경리, <토지>
산길따라[김태욱] 추천 0 조회 62 10.11.25 12:03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토지

 

◈ 작가 : 박경리(1926~2008) 경남 통영 출생. 1955년 단편 <계산>으로 등단. <불신시대>,<표류도>,<김약국의 딸들>,

           <파시>,<시장과 전장>등

 

◈ <토지>의 고전으로서의 가치

    * 고전- 시대, 계층, 성별을 초월해서 메시지와 깨달음을 주는 작품.

    * <토지>- 개인과 사회, 역사, 민족, 가족의 문제와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기법 등 고전적 양식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이 있는 작품.

 

◈ <토지>

    * 1969년 연재 시작. 1994년 8월 완간. 25년간 집필.

    * 등장인물 600여명 - “등장인물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 박경리-

 

 

박경리의 <토지> 상세 줄거리

 

    ▶제 1 부

제 1부는 1897년부터 합방 직전까지의 십여 년 동안 경상남도 하동의 평사리라는 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대지주 최참판댁과 마을 농민들의 생활을 연대기적으로 다루고 있다. 단역으로 잠깐 얼굴을 내미는 사람들을 제외하더라도 등장인물이 거의 오십 명에 가까우며 사건들 역시 어느 단일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기 때문에 대강의 스토리를 소개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이 작품은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해 오는 최참판댁에서 며느리인 별당 아씨가 하인 구천이(일명 김환)와 눈이 맞아 도망친 데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하인 구천이는 별당 아씨의 시어머니이자 이 집의 어른인 윤씨 부인이 절에 갔다가 동학군의 장수 김개주에게 강간을 당해 낳은 아들임이 차차 밝혀진다. 오만하고 날카로우면서 우울하고 냉소적인 성격의 최치수는 도망간 아내와 구천이를 붙잡기 위해 강포수와 수동이를 데리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사냥을 빙자한 수색을 벌였으나 결국 헛되이 돌아오고 만다. 무남독녀인 어린 서희는 엄격하고 자애로운 할머니와 무서운 아버지 밑에서 하인인 봉순이와 길상이를 동무하여 자란다.

한편, 이 마을의 농부들은 모두 최참판댁의 소작인들로서 작품에서 또 하나의 중심적 인물로 등장하는 용이 역시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농부답지 않게 훤한 용모를 지닌 사람으로서 성실하고 내성적이고 과묵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아내인 강청댁은 억세고 투기와 강짜가 심하다. 용이는 어려서 함께 자란 무당의 딸 월선이와 깊이 사랑하는 사이이나 어머니의 반대로 뜻을 못 이루고 강청댁과 결혼하여 애정없는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밖에 마을에는 양반의 체통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강직한 김훈장, 타락하고 몰락한 양반 김평산과 근면하고 점잖은 아내 함안댁, 가난한 농부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슨 기회든지 잡아 보려는 음험한 성격의 농부 칠성이와 억세고 부지런하고 욕심많은 아내 임이네, 이기적이고 근면한 면천작인(免賤作人) 이평이와 덕스럽고 마음좋은 아내 두만내, 동학란에 참가한 경험을 지닌 쾌활하고 의협심 강한 곰보 목수 윤보, 선량한 농부인 영팔과 한조 등이 있으며, 최참판댁에는 윤씨 부인의 성실한 심복 김서방과 차갑지만 수다스럽고 모자란 김서방댁, 참보 봉순네와 봉순이, 똑똑하고 착실한 소년 길상이, 남자종인 수동이와 삼수, 여자종인 삼월이와 귀녀 등이 있다.

김평산은 최참판댁 재산을 탐낸 나머지 귀녀와 공모하여 최치수를 살해하나, 결국 윤씨 부인에게 발각된다. 이 사건으로 김평산, 귀녀, 칠성이가 처형되고 함안댁은 목을 매 자결하고 임이네는 자식들을 데리고 마을을 떠난다. 역시 최참판댁 재산을 노리는 교활하고 간악한 야심가 조준구가 가족들을 이끌고 돌아온다. 이 무렵 호열자가 발생하여 윤씨 부인, 김서방, 강청댁, 봉순네 등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서희는 수동이, 길상, 봉순이의 보호를 받는 외로운 처지가 되고 조준구는 서희의 뒤를 보아준다는 명목으로 최참판네 재산을 가로채어 마을 사람들을 분열시키며 점차 세력이 튼튼해지자 왜놈들과 손잡으면서 소작인들을 보다 가혹하게 착취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편, 강청댁을 잃은 용이는 다시 마을로 돌아와 있던 임이네를 순간적인 충동으로 해서 범하게 되고 아들 홍이를 낳게 되어 그럭저럭 함께 살지만 내심으로는 여전히 월선이만 생각한다. 이때 을사 보호조약이 체결되었다는 소문이 들려 오는 가운데 조준구의 착취에 못 견디게 된 농부들은 윤보의 지휘 밑에 최참판댁을 습격, 조준구를 찾지는 못하고 곡식과 재물을 탈취하여 의병에 가담한다. 윤보의 죽음과 함께 결국 의병은 패산하고 용이, 영팔, 길상, 임이네, 월선, 김훈장 등은 서희와 함께 고향을 버리고 간도로 떠나는 것이다.

 

     ▶제 2 부

제2부는 1부의 끝부분으로부터 시간적으로 약 3∼4년을 건너 뛴 1911년부터 약 6∼7년 간의 간도 생활을 서술하고 있다. 평사리로부터 간도의 용정으로 옮겨간 최서희, 김길상, 이용, 김영팔, 월선이, 임이네, 판술네, 김훈장, 이상현 등의 간도 생활과 이들보다 먼저 이곳에 와서 독립운동에 가담한 이동진과, 김평산의 아들로서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김두수 등의 생활이 1부에 이어 2부에서도 주된 서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러 가지 전란과 재난을 이용하여 평사리에서 가져온 금괴를 판 돈으로 장사를 한 최서희는 어렵잖게 간도의 용정에서도 자리를 잡고 거부가 된다. 그녀는 조준구에 대한 복수의 일념에 사로잡혀 돈을 벌고 자신의 빼앗긴 재산과 잃어 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게 된다. 그녀는 한편으로 독립운동에 쓰기 위한 이동진의 자금 지원 요청을 거절하면서도 일본인에 의해 세워진 '운흥사'의 건립에는 '적지 않은 금액'을 희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동진의 아들 이상현의 사랑을 거절하면서 집안의 하인 김길상과 결혼을 하여 '환국', '윤국'이라는 두 아들을 두게 된다. 최서희의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두 인물은 김길상과 공노인이다. 김길상은 간도에서 최서희가 많은 재산을 모으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공노인은 최서희가 빼앗긴 땅과 재산을 조준구로부터 회수하는 일을 완수한다. 옛날 이야기에서는 한 사람의 은인의 역할을 여기에서는 김길상과 공노인이라는 두 인물이 분담하게 된다. 한편 이들 세 인물을 제외한 평사리 출신의 동행자들은 모두 간도 땅에 제대로 뿌리를 박지 못하고 어려운 생활을 한다. 용이와 임이네는 처음에는 공노인의 도움을 받은 월선이의 장사 덕택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았지만 화재 이후 용이와 임이네의 생활은 중국인 소작인의 생활로서 평사리 시절보다 힘든 것이었고, 그 점에 있어서 영팔이의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간도 생활은 타고난 가난과 세월이 주고 간 늙음만을 남겨 주었고 최서희의 귀향 덕택으로 고향에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간도 혹은 용정은 평사리와 같이 폐쇄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생활만이 서술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일본의 밀정이 된 김두수가 출현하고 또 독립운동에 가담한 이동진, 권필웅, 장인걸, 송장환, 심금녀 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의 생활 주변에 있는 무수한 인물들이 이들의 간도 생활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따라서 원래 황무지였으나 나라를 빼앗긴 조선 사람에 의해 개척되었다는 역사적 장소로서의 간도는 평사리에서처럼 최씨 집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삶의 공간이 아니라, 평사리 출신의 사람들의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 보다 넓은 공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의 서술 자체가 1부에서처럼 관계의 완벽한 형성에 의해 한 곳으로 수렴되지 못하고 있고, 인물 상호간의 관계도 제대로 설정되어 있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이것은 아마도 조상 대대로 살아 온 작은 공간이 붕괴되자 사방에서 몰려온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간도 자체의 특성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고향을 떠나서 살게 된 공통된 이유는 이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토지를 상실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점에서 이들의 고된 삶에 대한 정서적인 감정을 독자들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제 3 부

'토지'의 3부는 최서희 일행이 간도로부터 고향으로 돌아간 다음 삼일 운동이 일어난 해인 1919년 가을부터 몇 년 동안의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도 서술의 주요한 부분은 최서희 일행의 후일담에 바쳐지고 있지만, 그러나 보다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그 서술의 대상이 네 가지 부류의 인물들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평사리와 진주를 중심 무대로 삼고 있는 옛날(1부)의 주요 인물들의 훗일담이고, 둘째는 이상현과 교우 관계에 있는 서울을 중심 무대로 삼고 있는 지식인들의 삶이고, 셋째는 김환과 혜관 스님을 주축으로 하여 지리산 이남에서 활약하고 있는 독립 운동가들의 생활이며, 넷째는 길상이와 공노인의 활동무대인 간도와 만주의 망명객들의 생활이다. 여기에서 옛날의 주요 인물들의 훗일담은 평사리에 잔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평사리로 귀향한 사람들의 훗일담으로 세분될 수 있겠지만 그러나 그들의 현재의 생활 공간이 그들의 생활 자체를 서로 연결된 것으로 보게 하기 때문에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최서희는 두 아들 '환국'과 '운국'과 함께 미리 마련해 둔 진주의 기와집에 자리를 잡고 조준구에의 복수의 마지막 마무리를 하게 된다. 서희는 조준구에게서 평사리의 집문서를 인계 받음으로써 빼앗겼던 최씨 집안의 모든 재산을 되찾게 된다. 이 마지막 순간에 조준구에게 '본의는 아니지만 선택의 자유를 드리겠소. 일말의 양심을 가져가시든지 돈 오천 원을 가져가시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시오.'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서희는 가문의 재건이라는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게 된다. 이것은 서희 자신이 숙명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조준구에 대한 '복수'와 최씨 집안의 다시 일으킴이라는 주어진 역할의 끝남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 이후의 서희의 생활은 복수와 재건의 과정에서 뿌려놓은 씨에 대한 뒷처리로 일관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두 아들 환국과 운국을 키운다든가, 삼일 운동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임역관 집에 돈을 보내준다든가, 기화라는 이름의 기생이 되어 비극적인 삶을 사는 봉순이와 그의 딸의 생계를 보장해준다든가, 병든 상태에서 악처가 되어 버린 임이네의 탐욕에 시달리는 용이의 말년에 대한 뒷받침을 해준다든가, 남편 길상이의 옥바라지를 한다든가 하는 것은 모두 서희 자신의 가족사의 성취 과정에서 맺었던 인연에 대해서 스스로 보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1부와 2부에 있어서 서희의 삶은 세워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에 의해 이룩된 것인 반면에 3부에 있어서 그것은 이제 평생을 두고 쌓아 온 적의 부재로 인해 대단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소극성은 서희가 가족에게 겪었던 온갖 수모에 대해서 빼앗긴 재산을 찾고 또 자신이 받았던 수모를 조준구에게 돌려주고 난 다음에도 '여한(餘恨)과 미진(未盡), 울분을 풀길 없는 밤'을 보내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삶의 목표가 정복된 다음에 오는 삶의 허무인 것이다. 그래서 서희는 '자신이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생각하게 되고 '실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어느 곳에도 없었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서희에게 있어서 삶의 지주는 '복수'와 '가문의 재건'이었으나 이제 그 지주가 없어짐으로 해서 서희는 한 많은 '이조의 여인'과 동일한 여생을 보내게 된다. 그것은 곧 '자식'과 '남편'을 위해서 사는 일상적인 자아로의 귀환을 의미한다.

 

         ▶제 4 부

'토지'의 제1부가 동학혁명 전쟁의 실패로부터 시작되고, 제2부가 일본에 의한 조선의 합병을 염두에 두면서 출발하며, 제3부가 삼일 운동의 좌절에서 그 빌미가 이루어지듯이, 제4부는 원산의 운수 노동자, 석유 공장 노동자 등 천사 백여 명이 참여한 대파업과, 근 이백 개의 학교, 오만 사천여 학생이 동맹 휴학하여 시위를 벌인 광주 학생 운동이 일단은 진정되었지만, 그 후유증이 미처 정리되지 못한 1930년부터 시작한다. 바로 이 해에 일본에서는 공산 당원의 대검거가 이루어져 천오백 명이 구속되고 사백육십여 명이 기소되어 극우파가 앞으로의 대권을 장악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며, 만주에서는 홍진, 이청천 등이 '한국 국민군'을 조직하여, 이후 상해, 북지, 만주에서 '민족 혁명단', '한국 국민당'을 비롯한 숱한 항일 독립운동 단체, 조직, 군대가 활동을 벌일 터전을 마련하고, 한국에서는 함경남도의 단천 군민들이 삼림 조합을 반대하여 군청, 경찰서를 습격하였다가 서른 아홉 명이 사상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1938년, 대동아 전쟁의 준비로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다 지원병제 실시 계획을 발표하고, 장고봉에서 일소 국경 분쟁이 제기되기까지의 구 년간의 역사를 무대로 한 토지의 제4부는 일본에서의 미노베 교수의 이른 바 '천장기관설' 사건, 황도파 청년 장교들의 국가 개조 요구 사건을, 만주에서의 한중 농민 충돌인 만보산 사건, 윤봉길의 천장절 폭탄 투척 사건, 괴뢰 정부 만주국의 건국, 장개석과 모택동의 국공합작, 일본군에 의한 남경의 대학살을 소설의 배경과 일화로 끌어들인다. 이 1930년대, 우리의 식민지적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총체화된다. 그래서 우리 인구의 태반인 농민들은 가난과 굶주림, 학대와 억압을 못 이겨, 대대로 삶의 기반으로 기대오던 농토를 버리고 "남부여대 고국을 떠나는 사람들, 바가지 들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 지게 지고 그리운님 기다리듯 서 있는 사람들"의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요컨대 일인에 의한 통치의 한 세대 미만 동안에, 식민지 체제는 우리 민족의 삶에 이제 조건화되고 있었다. 이 처절한 상황에서는 행동적 저항도 불가능해지고, 오히려 민족 전체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 극도의 위기 속에서, 우리의 말과 역사, 그리고 우리의 민족적 생명력을 잃지 않고 지키고 키우는 것만이 유일한 자존의 방책이 될지도 모른다. 과연 조선 민족의 범정치 단체인 신간회가 해체되고 카프가 신건설사 사건을 빌미로 해산되는 가운데 우리 역사는 조선어학회와 진단학회를 조직하여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정리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보여주며, 이 소설 제4부가 끝난 뒤에는 드디어 창씨개명과 조선어의 말살 과정을 목격하게 되지만, 민족사의 생명력 보존과 그것의 실제적 실천으로서의 문화적 정통성 확보라는 전략은, 그것이 수동적으로 보이면 보일수록 그 정황은 더욱 근원적이고 절대적인 명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박경리는 우리의 이 30년대를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제 5 부

'토지'의 1∼ 4부에 대하여 흔히 들리는 말은 작품이 뒤로 갈수록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첫머리부터 이렇게 김빼는 얘기를 하기는 뭣하지만, 필자를 포함하여 토지를 읽은 주변 사람들 열이면 열, 토지의 재미는 역시 1, 2부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말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하간 5부는 문제점들을 노정하고 있는 앞부분의 이야기를 수습하고 갈무리해야 할 부담을 안고 출발한다.

2세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작품의 무대는 만주, 서울, 진주, 평사리, 일본 등으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무작정 확대되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러한 분산은 5부에서도 계속된다. 만주에는 이용의 아들 이홍과 김평산의 아들 두수(거복), 정한조의 아들 정석 등이 독립운동을 중심으로 서로 얽혀 들고 있으며, 서울에는 환국과 그의 처 황덕희가 거주하며 진주, 하동, 만주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한편, 임역관의 딸 주변에는 신교육을 받은 홍성숙, 강선혜, 전여옥, 이양현, 배용자, 배설자 등이 각기 서로 다른 신여성의 운명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진주와 통영 일대에서는 조준구의 곱사 아들 조병수가 김강쇠의 아들이자 송판수의 사위인 김휘를 제자 삼아 소목 노릇을 하는 것을 비롯, 한복의 아들 영호와 숙이 부부, 숙이의 동생인 박재수(일명 몽치), 김두만과 그의 아들 기성 등 평사리 출신들이 각자의 삶을 꾸리고 있으며, 여기에 홍이의 가족들이 합류한다. 하동에는 쇠락해가는 고가의 한구석에 칩거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최서희가 있고, 여전히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 두만네와 두만에게 버림받은 막딸네, 한복의 딸 인호,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우개동 모자 등이 있다. 게다가 징용을 피해 산으로 도망 온 청년들을 받아들여 식구가 늘어난 도솔암의 해도사, 소지감, 관수의 죽음 이후 절에 들어온 연선네, 서울에서 요양온 임명빈, 강쇠, 휘, 몽치, 귀남, 홍석기, 이범호들간의 갈등도 토지의 결말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일본인 노리꼬와 결혼한 조찬하, 유인실의 애인이었던 오가다, 오가다의 누이 유키고, 오가다와 유인실 사이의 소생으로 조찬하가 양육하는 쇼지 등 동경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까지 더하면 애초에 평사리를 중심으로 했던 토지의 무대는 엄청나게 확대된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엄청나게 확대되어 버린 무대들을 엮어주는 중심적인 플롯이나 연결 장치들이 미비하여 산만한 느낌을 준다는 것인데, 이러한 산만함 역시 5부에 와서 일거에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미 전개되어 버린 이야기이기 때문에 갑자기 끊어 내기도 쉽지 않은 데다가, 또 하나하나의 플롯이 그 나름대로 시대적 전형성을 띠고 있는 것이어서 어떻게든 작품의 결말과 함께 마무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5부의 구성도 여전히 병렬식의 산만함을 떨쳐 버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무엇이 중심 플롯이고 무엇이 부수적인 플롯인지 구별되지 않는 토지 5부의 구성은 그 시대의 혼란스러고 절망적인 분위기와 묘하게 들어맞는 면이 있다. 지역과 계층과 성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일제말기의 상황은 암담하고 절망적으로 다가온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각 인물들의 자각과 정서적 반응이 공통점을 가졌다는 것은 구성의 산만함을 도리어 시대상을 재현하는 적극적인 장치로 활용하려는 의도의 표현이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일제말기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길은 만주로 망명하거나, 적극적으로 친일을 하거나, 아니면 폐인처럼 그날그날 견디거나 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참담하고 허무한 느낌은 '철모르는' 젊은 세대를 제외한 모든 등장 인물에 공통된 정서이며, 이러한 공통된 정서가 플롯의 산만함을 어느 정도 상쇄하면서, 올 듯 말 듯하면서도 막상 현실적으로는 언제 올지 알 수 없이 아득한 일제의 종말을 고대하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전달해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일제의 말기적 폭압과 전쟁의 기운 속에서 이제 초로를 맞이한 세대들의 회의와 침잠, 그리고 그들의 지혜와 품격은 여러 인물과 여러 줄거리에 걸쳐 공통으로 드러나는 정서이다. 이러한 공동의 정서가 산만한 플롯을 산만하지 않게 묶어 주면서, 유장하게 흐르는 세월의 엄청난 무게와 혼란스러운 역사의 힘에 떠밀려 힘겹게 살아온 세대의 자의식을 폭넓게 보여주는 것이 5부의 미덕이다.

 

 

박경리 토지의 문학사적 의의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는 구한말에서 일제 말기에 이르는 시간과 공간의 역 사를 조명하는 방대한 작품으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계보는 4대를 다루고 있으며, 이들의 개인적인 고통과 민족애, 가정사 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역사적인 소설이다.

또한 문벌과 재물로 백년 넘게 평사리를 군림한 대지주요 양반계급인 최참판댁의 몰락과 전이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가족사소설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토지>는 그 근원적인 성격에 있어서 역사적인 상상력에 의해서 그려지고 극화된 역사의 상상적인 초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비전이나 숙고가 짙게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표제의 <토지>는 단순한 땅 이나 흙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항속적인 성격을 가지면서 생성의 수용력과 창조력을 가진 생의 원천과 자궁으로서 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역사 그 자체를 표상하며, 인간이란 그 역사의 밭에 뿌려지는 씨앗과 같은 것이라는 농경적인 상상력이 근거되어 있는 것이다. 밭과 씨앗의 기본 관계로 이어지는 것이 농경이듯 이 역사는 그 역사의 밭에 뿌려진 인간의 생성과 소멸 , 지속과 변화의 거듭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 박경리가 광대한 <토지>의 역사적인 무대 위에 역사를 움직였던 역사적인 실제 인물들을 등장시키지 않고 오히려 숨은 역사를 대리하는, 그 역사 속에서 살아간 이름은 있으되 역사적으로는 무명상태인 허구의 인물들을 주역으로서 등장시키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 민중성에 대한 그의 신뢰와 인지의 면모를 드러내주는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Ⅰ. 서론

한국 소설사에서 작가 박경리의 작품인 ?토지?가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한 작품을 26년 동안 연재한 경우가 한국 소설사에서는 존재하지 않거니와, 초기의 몇몇 문제적인 작품을 쓰고는 소설사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이 무슨 철칙처럼 지켜지는 한국소설의 관행에서 박경리의 치열함은 단연 이채를 띤다. 오랜 기간 ?토지?를 연재하는 동안 작가는 암 선고를 받기도 했지만 떨어진 적 없었던 삶과 문학을 ?토지?로 기필코 완성하겠다는 의지로 모든 고난을 이겨낸 셈이다. 그러나 작품 ?토지?의 중요성은 여기서 한정되지 않는다. ?토지?의 정작 중요한 점은 소설 그 자체에 있다. ?토지?는 ‘가족이라는 혈연 단위와 그 확대를 역사적인 시대의 교체와 맞물리도록 고안함으로써, 조선 말기 이후 한국 사회의 근대화라는 격변기를 살아가고 있는 전형적인 인물들의 창조에 성공하고 있는 작품’ 인 것이다. 방언의 사용과 향토적인 삶과 풍속을 다시 그려내고 인물들을 섬세하게 나타낸 것, 우리 문학의 한 획을 그엇다는 점 등이 토지가 가지는 중요성이며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 소설사의 한 획을 그었으며 박경리의 삶의 종합이자, 문학의 종합인 ?토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Ⅱ. 소설 ‘토지’

 

1.작가 박경리에 대해

작가 박경리는 1927년 10월 28일 경남 충무 출생으로서 그의 출생은 불행했다. 아버지는 열네살 때에 네 살 연상의 어머니와 결혼했으나 유랑 생활을 자주 했고 이곳저곳에 가정을 꾸렸다. 그러니까 작가는 아버지는 있으되,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한 셈이며 이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출생이 불합리하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작가의 삶은 한마디로 고독했고 이 고독은 작가를 성숙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작가의 회의주의와도 연결된다.

1950년 한국전쟁 중 박경리는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또 전쟁 직후에 아들을 잃는다. 전쟁으로 인한 잇단 고통은 불합리한 출생으로 생겨난 박경리의 비극적 인식을 더욱 고착시켰으며 이 세상에 선이란 존재하지 않고, 결국 “악이 승리한다는 절망”을 경험한다.

박경리는 1955년 8월 등단을 했다. 현대문학에 실린 ?계산?으로 김동리의 추천을 받았다. 그 후 작품인 ?흑흑백백?으로 박경리는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며 이때부터 박경리에게 문학과 삶은 쌍두아가 된다.

 

[소설 '토지' 따라잡기-토지의 등장인물]

소설 '토지' 속에는 서희와 길상이를 비롯해 숱한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죽고 또 새로운 인물이 그 삶을 '반복'해 이어간다.

 

■최참판가

▷윤씨부인: 최치수의 어머니. 김개주에게 겁탈 당하여 김환을 낳는다. 장성하여 찾아온 김환을 하인으로 곁에 두며, 별당아씨와의 불륜을 용인한다. 조준구의 장기 거주에 불안을 느껴 비밀리에 서희에게 금, 은괴를 남겨주고 호열자로 죽는다.

▷최치수(崔致修): 최참판가의 당주로서 신경질적이고 냉소적인 인물. 최참판가의 재산을 차지하려 유혹하는 귀녀의 음모를 눈치채고 강포수와 결혼시키려 했으나 김평산에게 살해되고 만다.

▷별당아씨: 최치수의 둘째 부인이자 서희의 생모. 냉정한 남편에게 외면당하다가 이부(異父) 시동생 김환과 사랑에 빠져 도피한 후 묘향산 근처에서 죽는다.

▷최서희: 최치수와 별당아씨의 딸. 가족을 모두 잃고 조준구에게 재산을 빼앗기자 길상 등과 함께 용정으로 이주한다. 길상과 결혼하여 환국과 윤국 두 아들을 얻고, 귀향하여 평사리 땅을 되찾는다. 돌아오지 않은 길상을 위해 은밀하게 항일운동을 하며, 지리산의 젊은이들을 돕고, 평사리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로 살아간다.

▷김길상: 최참판댁의 심부름꾼이었으나, 용정으로 이주해 서희의 사업을 도와 성공한 후 서희와 결혼한다. 간도에 남아 독립운동 조직에 합류하고, 계명회 사건에 연루되어 옥살이를 하기도 한다. 원력을 모아 도솔암에 관음탱화를 조성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최환국: 최서희의 장남. 참을성 강하고 천성이 부드러워 서희의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준다. 아버지를 닮아 역량있는 화가로 성장하며, 쓸쓸한 어머니의 사랑과 집을 떠나야만 한 아버지를 이해하여, 조용하고 성실한 가장으로 집안을 지킨다.

▷최윤국: 서희의 차남. 정열적이고 행동이 앞서는 성격을 지녔다. 사회주의 성향의 비밀결사에 깊이 관여하기도 한다. 남매처럼 자라온 양현을 사랑하게 되지만, 양현의 완강한 거절에 자원입대한다.

▷이양현: 이상현과 기화 사이에서 난 딸. 아편중독이 된 기화가 죽은 후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서희의 양녀가 되어 성장한다. 최윤국의 사랑을 거절하고 송영광을 사랑하나 반대에 부딪쳐 만주로 떠나 보낸다.

▷조준구: 최치수의 재종형. 최참판가의 재산을 차지한 후, 서희가 간도로 떠나자 자식을 평사리에 버려둔 채 서울로 이사하여 일신의 평안과 사치에 돈을 써버린다. 서희에게 복수 당해 남은 재산을 잃고 말년에 병수에게 몸을 의탁하고 심한 정신적 학대를 가하다가 고통스럽게 죽는다.

▷조병수: 조준구의 아들. 곱추의 몸이나 탐미적인 감각과 인간의 존엄성을 헤아리는 의지를 가졌다. 아비의 악행을 참지 못하고 수 차례 자살을 시도하나, 결국 통영에서 소목장이로 다시 태어난다.

▷간난할매(김서방댁1): 바우할아범의 처이자, 윤씨부인의 몸종. ▷귀녀: 최참판댁의 계집종. 최참판가의 재산을 차지하려고 음모를 꾸몄다가 발각되어 옥에 갇힌다. 강포수의 헌신적인 옥바라지에 감동하여 모든 죄를 뉘우치고 아들 강두메를 낳은 후 세상을 원망않고 죽는다.

▷봉순(기화): 최참판가 침모 봉순네의 딸. 길상을 사모하나 길상의 내심을 간파하고 간도에 동행하지 않는다. 타고난 재질을 살려 명기 기화로 다시 태어난다. 상현의 아이 양현을 낳고, 허무감에 아편중독자가 된다. 서희의 도움으로 요양하며 살아가나, 결국 정석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정리하듯 섬진강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삼수: 최참판가의 하인. 조준구가 득세하자 그의 하수인으로 최참판가에 복수하고 신분상승할 욕망을 가졌으나, 그의 이중적인 면모를 알아본 조준구에 의해 왜병에게 넘겨져 죽는다.

▷장연학(張延鶴): 장년의 서희를 돕는 마름. 학식은 없으나 치밀하고 정확하며, 석이, 관수와 동지적 유대를 가지고 있다. 서희의 집에서 독립한 후, 도솔암에 은신한 젊은이들을 돕는다. 그가 해방의 소식을 듣고 춤을 추며 돌아오는 모습이 이 작품의 말미를 장식한다.

 

■평사리농민들 -민중의 아픈역사 한 서린 삶 투명

▷이용: 평사리의 상민. 아내 강청댁이 호열자로 죽고, 임이네 사이에서 아들 홍이를 얻는다. 서희를 따라 간도에 간 후 탐욕스러운 임이네 때문에 고초를 겪으며, 자신의 품에 안겨 월선이 죽음으로써 운명적 사랑을 마감한다.

▷강청댁(江淸宅): 이용의 본처. 월선과 이용 사이를 의심해 심한 갈등을 겪으며, 임이네가 이용의 아이를 갖자 기가 죽어지내다가,호열자로 죽는다.

▷임이네: 칠성의 처. 칠성이 처형당하고, 이용과의 사이에서 홍이를 얻는다. 간도로 이주해서는 용이의 사랑을 잃고 끔찍할 정도로 물질적 집착을 보여 가족에게 외면당한다.

▷공월선(孔月仙): 무당 월선네의 딸. 이용과 평생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인물로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다. 서희를 인도해 용정에 정착한 후, 국밥집을 해서 살아가며 임이네의 질투와 탐욕을 견딘다.

▷김훈장: 평사리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어른으로 대접받는 인물. 봉건적 보수주의자의 전형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의병에 가담하기도 한다.

▷김범석: 김훈장의 손자. 꾸준한 독학으로 상당한 학식을 지녀 마을의 대소사를 도맡아 처리한다. 외래의 사조와 문물에 대해 비판적이며 외부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길을 농촌 공동체에서 발견한다.

▷윤보: 평사리 일대에 이름난 대목수. 성격이 곧고 직설적이며 혈혈단신으로 자유롭게 일한다.

▷김영팔: 평사리 농민으로 이용과 가장 절친한 친구. 서희일행과 간도로 이주한 후 소작과 벌목일을 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김이평(두만아비): 최참판가의 노비출신으로 면천한 작인. 경우가 바르고 남에게 해를 입히는 일은 안 하지만 이기적이어서 최참판가를 습격할 때 끼지 않고 도피한다.

▷두만네: 김이평의 처. 대범하고 지혜롭다. 정이 깊어 한복과 임이네를 따뜻하게 돌봐주며, 김이평과 같이 평사리 사람들에게 부채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김평산: 무반 출신 몰락양반. 게으르며 탐욕스러울 뿐 아니라, 악행을 일삼아 마을사람들로부터 천시 받는다.

▷함안댁: 김평산의 아내. 중인출신으로 갖은 구박과 모멸을 받지만 남편을 공경하고 온갖 뒷바라지를 다하며 아들 둘을 곧게 키우려고 애쓴다.

▷김한복: 김평산의 차남. 아버지와 형의 죄를 보상하기 위해 군자금 전달의 임무를 수행하며 길상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주체적인 삶에 대한 자각을 얻는다.

▷우개동(禹介東): 우가의 차남. 징용간 동생 덕에 면소 서기가 돼 징용병, 정신대 모집에 앞장서는 등 온갖 횡포를 일삼는다.

▷정석: 정한조의 아들. 관수를 따라 동학운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3.1운동에 연루돼 오랫동안 구금된다. 깊이 사랑하던 기화가 죽고 난 후, 일경에 쫓겨 만주로 옮겨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지리산 사람들

▷우관(牛觀)스님: 윤씨부인을 겁탈한 김개주의 친형이며, 길상의 대부격으로 최씨집안의 정신적 후견인 역할을 한다.

▷김환(구천): 윤씨부인이 김개주에게 겁탈 당해 낳은 아들. 한때 최참판가에서 일했다. 함께 도망했던 별당아씨가 병으로 죽은 후, 전국을 방랑하다가, 지리산을 중심으로 동학잔당을 규합하며 민중 혁명을 결심한다.

▷김강쇠: 김환의 심복. 지리산에서 숯 굽는 천민으로 김환의 영향을 받아 동학운동에 투신한다. 김환이 죽고 난 후, 송관수와 부산에서 부두 노동운동을 조직하다가 발각되어 지리산에 정착한다.

▷소지감: 도솔암의 주지. 가문의 몰락과 결혼실패로 20년 동안이나 방랑하면서 불교, 천주교 등의 사상을 섭렵했다.

▷송관수: 평사리의 농민. 최참판가 습격에 가담했다가, 진주의 은신처에서 만난 백정의 딸과 결혼한다. 이후 동학잔당의 중심인물로 곳곳에서 의병활동을 벌이며, 형평사 운동과 부산부두 노동자 파업에도 관여한다.

▷지삼만: 동학 잔당으로 권력지향적이고 지식인을 불신한다. 김환의 예상대로 동지를 배신하고 청일교라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교주가 돼 방탕한 생활을 한다.

▷해도사(성도섭ㆍ成道燮): 중인출신 풍수지리에 조예가 있다. 운봉 양재곤의 조카이기도 하다. 능청스럽고 객담과 너스레가 심하며, 이런 말장난으로 소지감과는 죽이 맞은 사이가 된다. 도솔암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모임에 자연스럽게 합류하며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는 이범호의 폭력주의를 경계한다.

▷혜관(惠觀)스님: 연곡사의 금어(金魚). 길상에게 그림을 가르치다가 나중에 김환의 권유로 동학잔당에 합류, 김환의 재산을 관리하며 독립운동 지원금을 전달하는 가모 (家母) 역할을 한다.

▷몽치(박재수): 사당패의 아들로 해도사가 거두어 키운 아이. 통영에 정착한 후, 연상의 모화와 결혼한다. 어장 아비로서의 꿈을 키우며 징용을 피해 도망 온 사람들을 보호하다가 도솔암에 은신, 산사람들과 합류한다.

 

■서울의 지식인

▷이상현(李相鉉): 이동진의 아들. 정체성의 혼란과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에 평생을 방황하는 일제하의 전형적인 지식인. 소설을 쓰기도 하고 신문사에서 일하기도 한다. 함께 지냈던 기화와 사이에 아이가 있음을 알고 치욕감에 만주로 도피, 자기 혐오와 자책감 속에 연해주를 방랑한다.

▷서의돈: 이상현의 선배. 한때 가까이 지내던 기화와 헤어져 중국을 방랑하기도 한다. 일본으로 갔다가 관동대지진의 참상을 경험하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한다. 계명회 사건으로 피검된다.

▷선우신(鮮于信): 선우일의 동생. 냉정하고 날카로운 용모. 동경 Y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현실의 문제와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자각하고 있으나 별다른 대안을 가지지 못한 채 방황한다.

▷선우일(鮮于逸): 선우신의 형. 이상현과 동년배로 동경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물산장려운동에 참여해, 서의돈으로부터 ?황태수의 사냥개?라는 치욕적인 말을 듣기도 한다.

▷오가다 지로: 세계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일본인. 인실에게 순수한 열정을 바치지만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해 괴로워한다. 안타까운 사랑을 나눈 후 인실이 떠나 버리자 정신적인 공황감에 방랑하다 찬하가 기르던 아들 쇼지를 만나며, 하얼빈에서 인실과 재회해 후일을 기약한다.

▷유인실: 동경유학생 출신의 항일의식이 강한 신여성으로 계명회 사건에 연루돼 수감되기도 한다. 오가다와의 사랑으로 고뇌하다 오가다에게 순결을 바치고 그의 곁을 떠난다. 임신한 인실은 동경의 조찬하에게 비밀리에 아이의 양육을 부탁하며 비밀리에 만주로 가서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임명빈: 역관인 임덕구의 아들. 소심하지만 자상하다. 독립운동 주모자의 한 사람으로 옥고를 치른 후, 이상현 등과 어울리지만 병을 얻어 절망과 허탈의 세월을 보낸다.

▷임명희: 임명빈의 동생. 빼어난 용모에 지적인 세련미를 지녔다. 상현을 사모하나 거절당하고 조용하와 결혼하였다. 동생 조찬하의 연모와 조용하의 질투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나 친구 여옥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조용하가 죽은 후 유치원을 경영하며 양현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 살아간다.

 

■만주지역 독립운동가와 그 주변

▷권필응: 운헌선생의 아들로서 만주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중심인물. 냉정하면서 따뜻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서 어떤 타협도 불허한다. 한중공동전선의 형성으로 독립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운동했으나 좌절하고 사상적으로 방황하다가 죽는다.

▷송장환(宋章煥): 송병문의 차남. 부친이 설립한 상의학교 교사이며 실질적인 경영자. 이상현, 김길상 등과 교류하며 독립운동가들을 돕는다. 후에 연해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장인걸(張仁杰): 일명 점박이로 이범윤 휘하에서 독립운동을 한다. 김두수를 미행하다 인질로 잡은 금녀에게 애정을 느끼지만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접근하지는 못한다. 훈춘에서 일본군에게 총살당한다.

▷심금녀(수냥): 김두수의 유일한 사랑의 대상. 가난하여 술집에 팔려갔다가 두수의 손에 넘어간다. 두수를 미행하던 장인걸에게 인질로 잡힌 후 심운회의 집에서 ?수냥?이라는 이름의 중국여자로 새롭게 태어나 독립운동을 돕지만, 김두수에게 잡혀 고문당하다가 머리를 부딪혀 자살한다.

▷이동진(李東晉): 청백리(靑白吏)의 후예로서 일찍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유교를 바탕한 근왕정신?을 버리지 못하고 자가당착에 빠져, 독립운동의 전면에 나서지 못한 채, 권필응을 비롯한 젊은 지사들을 부러워한다. 연추에서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이홍: 이용과 임이네 사이에서 태어나, 간도에서 성장하며 강두매, 박정호 등과 교류한다. 김훈장의 손녀 허보연과 결혼, 통영에서 화물차 운전을 하기도 하며, 병을 얻어 나타난 어머니 임이네의 임종을 괴로운 마음으로 지키고, 이용마저 죽자 가족들과 다시 간도로 이주하여 영화관을 운영한다.

▷주갑: 타고난 소리꾼으로, 순박하고 낙천적이다. 영팔의 친구로 용이 등과 가까이 지내면서 평사리 사람들의 삶에 깊이 관여한다. 용정에 찾아온 기화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말도 못 꺼내고, 강우규 노인을 따라 만주를 떠돌며 독립운동에 참여한다.

▷이상의(李尙義): 홍이의 장녀이자 이용의 손녀. 만주에서 태어나 성장한 후 진주 ES여고에 진학하여 일제 말의 친일적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일제말 작가의 모습이 가장 뚜렷하게 투영된 인물.

▷김거복(김두수): 김평산의 큰아들. 부모가 죽은 후 평사리를 떠나 이름을 김두수로 바꾸고 일제 밀정이 된다. 사랑하는 금녀를 추적, 끔찍하게 학대해 자살에 이르게 하는 등 악행을 일삼는다. 그러나 자신을 찾아온 동생 한복만큼은 끔찍이 아낀다. 일제로부터 이용가치가 떨어지자 가산을 정리하여 서울에 정착한 후 외로운 말년을 보낸다.(자료제공:토지문학공원)

 

 

◈ 작가의 유년시절

    * 박경리- 1926년생. 일제하 황민화 교육을 받으며 자람.

    * “유년기의 감성이 벌판에 홀로 있는 새와 같았다. ”-박경리-

    * “내 문학의 출발은 불행한 가족사였다.”-박경리-

    *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증오, 아버지에 대한 경멸, 그것은 나를 문학을 하게했다“-박경리

    * 박경리 소설에는 여성가장의 문제, 여성이 사회로부터 받는 소외. 존엄성, 자유의 갈구 등이 많이 나타남.

 

◈ 작품 속에서의 ‘가족’

   * 작가의 불우한 가족사 때문에 가족을 지키려는 욕망이 작품 곳곳에 잘 나타남.- <불신시대>,<시장과 전장>

   * <김약국의 딸들>은 딸 5명이 저주받은 운명속에서 가족을 어떻게 지켜내는지를 보여줌

   * 작품 속의 ‘집짓기’ 묘사 - 가족을 행복하게 지키려는 욕망의 표현.

 

◈ <토지>를 쓰게 된 이유

   * 박경리 - 김동리 선생의 추천으로 <계산>이라는 작품으로 등단.

   * 1902년 콜렐라(호열자) 대유행 때 외할머니가 본 풍경을 듣고서 구상.

   * 풍요로운 대지와 죽음, 불모성 등으로 작품을 써야겠다고 결심.

 

◈ <토지>의 서술방식의 특징

   * 등장인물이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음.

   * 한 장면 속에 두세 사람이 모여도 많은 인물들의 정보가 나열됨.

   * 현장은 부재(不在)하고 밖의 사람이야기, 지나간 이야기 등이 남의 입을 통해서 전달.

   * <토지> 4부에서 ‘일본론’ 삽입-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서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바뀜(서사성이 떨어진다는 평가)

 

◈ 최서희는 어떤 인물인가?

   * <토지>의 최서희- 모든 것을 다 가진 인물.- 행복한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인물.

   * ‘모든 것을 다 가진 아이가 불행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최서희의 모순이 <토지>를 읽게 만드는 힘.

 

◈ 김효영의 자살

   * 의사 김효영이 사랑의 표시를 하지만 최서희는 단호히 거절함.

   * 김효영의 자살과 최서희

     - 사랑이 목숨을 끊을 정도로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되면서 어머니와 할머니의 사랑을 이해하게 됨.

     - 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풀어야 할 숙제들을 하나씩 깨달아 감.

 

◈ 박경리 문학의 사상

   * “그래도 나한테는 생명이 있었지. 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불신시대>의 마지막中

   * 박경리의 생명사상

     - 모든 생명은 각자 자기의 몫이 있으므로 그 잉여의 것을 취해서는 안된다.

     - 물질이 만들어 낸 풍요로움 속에서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물질의 위험을 경고.

   * <토지>에서의 생명사상

     - 서희가 잉여의 것을 결국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으로 나타남.

 

◈ 작가 박경리의 일본론

   * 일본문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일본작가, 작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

   *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은 생명사상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단호하게 비판.

   * 경찰, 군인 등을 제외하고는 등장하는 일본인들은 부정적이지 않음.

 

작가 박경리의 ‘한(恨)’의 정서

   *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을 취해야 한다.

   *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다른 살아있는 것을 죽여서 취해야 한다는 것이 恨이다.

   * 인간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비로소 타인의 불행을 이해하게 된다.

 

◈ <토지>

   * 죽음을 정시(正視)해야 연민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알려줌.

   * 서희는 복수를 했으나 허무함을 느끼면서 평사리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본인의 위치를 점차 깨닫게 됨.

 

◈ <토지>의 문학사적 의미

   * 역사소설로서 당시의 보통사람들의 삶을 개연성 있게 잘 보여줌.

   * 전통적인 서사기법, 풍부한 방언, 속담 등을 잘 보여준 작품.

 

 

 

#박경리, <토지>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파시> 등의 작가인 박경리의 <토지>는 구한말에서 해방까지 약 50년간, 거미줄처럼 얽힌 5세대에 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20세기 전반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재해석, 한국 민중의 생활과 언어의 생생한 재현,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으며, 방대한 서사 규모와 독특한 서사 방식으로 인해 동서양의 문학전통을 모두 아우르는 열린 장르의 소설로 평가된다. 전체 5부 25편 361장으로 된 이 작품은 독특한 ‘마디’에 의해 생략과 전환이 수시로 이루어지며 이런 긴장감 있는 구조와 인물들의 산만한 대화에 의지하여 이야기가 전개되는 ‘탈중심적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독자의 적극적인 독서를 유도하며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또한 인물의 부정적인 면모, 비생명의 행위, 균형의 파괴 등 삶의 비본질적인 부분들을 드러내어 부정해 버리는 방식을 통해 삶의 긍정적인 원리를 역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궁극적으로 생명의 존엄과 평등, 능동성과 생명순환의 관계성, 한과 연민이라는 작가의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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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0.11.25 12:57

    첫댓글 박경리의 恨이 나의 생명을 위해 타의 생명을 취해야하는 것이라네요...모든생명에는 자기 몫이 있다는데...그것을 초과해서 획득하는 것이 물질시대의 폭력성...

  • 10.11.25 13:14

    사는게 먼지... 흐이~~~ ^^;

  • 10.11.25 14:00

    잔차로 가보자..평사리..지리산 가게되면

  • 작성자 10.11.26 09:43

    위성으로 보이 최참판댁 한옥집도 있고...평사리가 토지관광화 되어있는듯...연곡사가 있는 피아골의 유래가...
    연곡사스님들이 배가고파 피를 많이 심었는데...그 피밭골이...피아골로 불리어지게 되었다는...의외로 연곡사에 국보탑이 두개 보물이 두개정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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