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해외선교비 면세 ‘사실상 박탈’에 증여세 폭탄 ‘비상’
입력:2026-08-07 17:36
수정:2026-08-07 17:39
2월 시행령 개정, 해외선교 세제 혜택 사실상 전면 차단
한교총, 11월까지 자체 사후관리안 마련해 정부 설득나서
올해 2월 27일 이후부터 최대 70%까지 증여세 부과 전망
한 참석자가 7일 서울 영등포구 CTS 컨벤션홀에서 ‘해외선교비 관련 세법 개정 대응 공청회’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정부의 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한국교회의 해외 선교 헌금과 재정 지출에 대한 세제 혜택이 사실상 전면 박탈되면서, 171개국 1만 2000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세계 선교 사역과 헌금 모금 전반이 급격히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7일 서울 영등포구 CTS 컨벤션홀에서 ‘해외선교비 관련 세법 개정 대응 공청회’를 열고, 개정 세법의 파장 분석과 교계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단 소송 패소가 발단...“해외선교 공익성 인정 판례는 누락”
사태의 발단은 지난 2월 27일 개정·공포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과 법인세법 시행령이다. 이날 한교총 세정대책위원장 김영근 회계사에 따르면, 과거 한 이단 단체가 해외 지부에 송금한 수십억 원에 국세청이 증여세를 부과했으나 지난해 대법원에서 과세 취소 최종 판결이 내려진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은 “당시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종교목적 행위의 특수성과 해외 선교사업의 공익적 성격을 인정했음에도, 과세 당국은 ‘해외 선교비 악용을 막기 위해 비과세 대상 공익법인을 국내 거주자에 한한다’는 취지의 보충 의견만을 채택해 법령 개정의 근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자금의 비종교적 악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세금 혜택을 받는 공익법인과 기부금 단체의 범위를 ‘비영리 내국법인과 거주자’, ‘국내 소재 단체’로 엄격히 한정한 것이다.
선교비·헌금 2중 차단에 현장선 선교 위축 우려
시행령이 개정된 2월 27일 이후부터 교회가 일상적으로 해오던 해외 재정 지출은 과세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전에는 종교 사업 목적이라면 국경과 무관하게 세금 혜택을 받았지만, 이제는 국내 교회가 해외 지교회나 현지 선교법인, 국내 비거주자에게 선교비를 송금하면 기존에 받던 공익 목적의 증여세 면제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한다.
김영근 회계사가 7일 서울 영등포구 CTS 컨벤션홀에서 ‘해외선교비 관련 세법 개정 대응 공청회’에서 개정된 세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메이저 교단들이 해외 선교에 지출하는 돈이 연간 7000억~8000억 원 규모인데, 여기에 최대 70%에 이르는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 선교 목적으로 헌금을 낸 성도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직접 증여세를 내야 하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헌금이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모두 막혀 선교비 지출과 헌금 참여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선교 현장의 혼란이 구체적인 실무 질문으로 쏟아져 나왔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이 대표인 해외 현지 법인으로의 송금이나, 국제 선교단체 한국지부가 해외 본부 등에 내는 분담금 역시 세법상 ‘외국 법인’에 대한 지출로 분류돼 모두 과세 대상이 된다고 봤다. 특히 성도가 사역을 지정해 낸 특수 목적 헌금을 교회가 해외로 보냈을 때 세무조사가 이뤄지면, 법리적으로 교회가 아닌 헌금을 낸 성도 개인이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유예기간 없는 기습 시행에 “혼란 막으려 4개월간 법리 검토”
교계의 공식 대응이 늦어진 데에는 유예기간 없는 기습적인 법 개정과 파장을 우려한 신중한 내부 검토가 맞물려 있다. 2015년 종교인 과세 도입 당시 2년의 유예기간을 뒀던 것과 달리, 이번 시행령은 사전 논의 없이 곧바로 공포됐다. 김철훈 한교총 사무총장은 “명확한 법령 해석 없이 섣불리 발표할 경우 선교 현장에 오해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지난 4개월여간 내부 대책 회의를 거치며 치밀하게 대안을 마련해왔다”고 설명했다.
김철훈 한교총 사무총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CTS 컨벤션홀에서 ‘해외선교비 관련 세법 개정 대응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기간 한교총 세정대책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을 방문해 실무진과 면담을 진행했다. 지난달 한성숙 신임 국무총리의 한교총 예방 당시 한국교회의 긴급 요청사항과 개선안을 전달하는 등 물밑 작업을 이어왔다.
사례비 소득신고 등 실무 지침 권고… 11월까지 정부 설득 총력
공청회에서는 당장의 과세 타격을 막기 위한 실무 지침이 권고사항으로 나왔다. 김 위원장은 “선교사 정기 사례비는 종교인 소득신고로 전환하고, 필수 활동비는 정관 내 ‘선교활동비’ 항목을 신설해 합법적인 비과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대규모 해외부동산 취득이나 구제 활동 지출 등은 과세 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철저히 보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족과 함께 해외에 장기 체류하며 세법상 ‘비거주자’로 판정될 경우, 종교인 소득신고 혜택을 받지 못해 사례비와 활동비 전액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개별 사례마다 면밀한 법률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과도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과 건축 위주의 선교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 “막대한 자금 투입에 의존하는 선교를 넘어, 재정에 얽매이지 않고 사역하는 것이 진정한 선교의 실력”이라며 “과거처럼 예배당이나 센터를 건축하는 프로젝트 중심 사역을 당장 지양하고, 현지 교회가 스스로 제자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 선교’로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이 7일 서울 영등포구 CTS 컨벤션홀에서 ‘해외선교비 관련 세법 개정 대응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현재 정부 측은 “종교계가 공익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사후관리 개선안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과세 당국의 핵심 우려가 해외 유출 자금에 대한 ‘사후관리 불가’인 만큼, 교계는 자체적인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한교총 중심의 공적 연합단체를 통해 선교사를 교육·등록하고, 현지 외교부나 영사관을 통한 종교단체 증명, 현지 법정 영수증 확보, 국내 전문가 검증 보고서 등을 필수 요건으로 제도화하겠다는 안이다.
한교총은 이같은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소속 교단 총무와 총회장에게 별도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가톨릭, 불교 등 타 종교계와도 연대해 기재부·국세청 합동 TF 구성을 추진 중이다. 오는 11월 말을 시한으로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 도출과 과세 유예 등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대정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30221079&code=61221111&sid1=c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