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앙일보 기사 제목에 “尹, 전면에 나서 文 뒤집자…'反尹 오월동주' 한배 탄 친명·친문”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문재명’이라 그들을 오나라와 월나라로 나누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서로 ‘원팀’이라고 외치다가도 눈앞의 이익에서는 바로 갈라서기 때문에 이런 문재명을 오월동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나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처지에 놓여 어쩔 수 없이 협력해야 하는 상태가 되거나 혹은 원수끼리 서로 마주치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전적 의미 중에서도 후자인 원수끼리 서로 마주치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던 "오월동주"의 뜻이 그 출전인 "손자병법"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면서부터는 전략적 제휴를 뜻하는 "위기에서는 비록 적(敵)이라고 하더라도 협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예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월동주"의 출전인 "손자병법"에서는, 사지(死地)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회계(會稽)의 상산(常山)에 사는 솔연(率然)이라는 거대한 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솔연은 덩치가 엄청나게 큰 뱀으로 적이 머리를 치면 꼬리로, 꼬리를 치면 머리로 적을 공격한다. 또 적이 허리를 치면 그때는 머리와 꼬리로 함께 달려드니 어떠한 적도 그 솔연을 당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병사들도 "장사진(長蛇陣)"으로 솔연의 머리와 꼬리처럼 합심하면 당해내지 못할 적이 없다." 라고 하며 필사즉생의 각오에 우선하여 병사들의 일치된 합심을 강조합니다.
그때 좌중의 "합심만으로 사지에서도 패배가 아닌 승전이 가능합니까?" 하는 의심 섞인 질문에 답하여 "부오인여월인상오야 당기동주이제우풍 기상구야 가좌우수(夫吳人與越人相惡也 當其同舟而濟遇風 其相救也 加左右手)" 즉, "대저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한다. 그러나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바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돕기를 좌우의 손이 함께 협력하듯이 한다"는 말을 하면서 "장사진(長蛇陣)"을 보충 설명하는 데에서 "오월동주"는 유래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친문, 친명이 과연 한 배에 탈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들처럼 약삭빠른 사람들은 늘 같은 자리에서도 다른 꿈을 꾸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됐던 근로시간 단축, 문재인 케어, 탈원전 등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하자 야권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문재인 케어에 포퓰리즘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주 69시간 노동을 권고한 다음 날 정작 본인은 한파를 이유로 공식일정을 취소했다.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의 건강권도 쉽게 취소할 수 있는 가벼운 약속처럼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도 비판했다.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도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이 수습 못 할 경제 상황을 초래할 뻔했다’며 원전 강화를 선언했다”며 “탄소 중립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어서 무조건 지워야 한다는 일념에만 사로잡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고민정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는 매번 보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밟고 올라가겠다는 모습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역대 어떤 보수 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하고 있다. 정말 위험한 정권”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주당의 전방위적인 비판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압박과도 관련이 깊다. 검찰은 지난 9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구속기소했고 지난 14일에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북한어민 강제북송사건,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도 수사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지우기에 나서면서 친명과 친문의 거리감도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친문계는 지난 8월 전당대회부터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집중적으로 겨냥했고 친명계는 이를 방어하면서 서로 맞섰다. 하지만 이 대표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병행되자 당내에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공동대응하고 있다. 친명계 핵심인 박찬대 최고위원과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이 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친문계 중진 의원은 1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를 가리지 않고 수사하는 상황에서는 함께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계파마다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지금은 당이 위기다 보니 단일대오로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의 연대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에 대한 강제수사가 연말에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 기능성은 비교적 작지만, 이 대표 수사는 빨리 진행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는 친명계와 친문계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지만, 내년 초 총선 모드에 돌입하면 당의 주도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일 것”이라며 “이재명 체제가 선거에 악영향을 준다고 예측되면 누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중앙일보. 김효성 기자
지금 위기 앞에서는 같은 배에 탔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같은 배 위에서 서로 다른 꿈을 꿀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이기주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조직 이기주의일 겁니다. 사람들이 어떤 조직에 들어가면 맹목적으로 따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 여론의 지탄을 받는 김으겸이나 ‘더 탐사’ 같은 곳에 후원금이 몰리는 이유도 바로 조직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기앞에서 같은 배를 탔지만 그들이 꾸는 꿈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길게 함께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