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성 여행기(Ⅰ)

[나룻배]

  길림성 여행기(Ⅰ)

직장에서 물러난 후 늘 가고 싶었던 연변과 백두산이었다. 지난 8. 26일 저녁 9시 대구공항에서 출발키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시간까지 기다렸으나 출발을 못했다. 도착지 공항의 기상이변으로 착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여행객들이 구입한 면세품을 반환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어 자정 무렵에야 집으로 도로 돌아왔다. 잠시 눈을 붙이다 이튼 날 아침 6시 반에 다시 공항에 도착, 오전 9시 비행기로 출발하였다.

한나절 여행을 못하게 되어 기분이 좀 언짢으나 밤 비행을 피하게 된 점은 좋았다. 다행이 창가의 좌석을 차지하게 되어 비행기 아래 펼쳐진 진기한 풍경을 눈요기 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신비한 형상을 한 뭉게구름이며, 기내에서 내려다뵈는 지상과 바다의 기이한 풍물은 나를 동심의 세계에 젖어들게 하였다.

오전 11시 반경 연길 공항에 도착하였다. 현지 시간은 10시 반이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챙긴 후 여행사에서 미리 알려준 피켓을 찾으니 앳된 여자 가이드가 우리 일행(12명)을 반겼다. 그녀는 대기 중인 버스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버스기사는 우리말을 할 줄 몰랐다.

가이드는 버스가 출발하자 자신을 소개하였는데 연변자치주 출신의 조선족으로 이름은 “KH”였다. 모두들 부모 뻘 되시는 분들이니 편하게 “KH 양”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동그란 눈에다 깨끗한 피부를 가진 얼굴로 스무 일곱 여덟 살 쯤 돼 보였다. 외국 여행을 하면 꼭 듣는 이야기지만 여권, 소지품, 아내와 남편을 잘 챙기고 일행을 놓치지 말며 버스 좌석에 앉으면 안전띠를 꼭 매라고 당부했다. 특히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것에 대비, 옷을 두툼하게 입을 것을 강조했다. 우리가 여행하기 며칠 전 눈이 내렸다니 정상의 날씨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가이드와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나는 그녀의 옆 좌석에 앉았다. 여행지의 생활문화를 접하면 궁금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녀는 내 질문에 흔쾌히 답변을 해주겠다고 했다. 질문 사항을 미리 생각, 메모를 해 두어야 했으나 미처 준비를 못했다. 현지를 체험하지 않거나 사전 학습을 하지 않는 한 질문 할 내용을 메모해 두기가 쉽지 않다.

공항에서 가까운 진달래광장으로 이동 후 사진을 몇 컷 찍은 후 근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주 메뉴는 쌀밥과 돼지와 쇠 불고기였다. 밥은 큰 사기그릇에 담겨있었는데 숟갈로 떠보니 찰기가 없었다. KH양은 청조의 마지막 황제 ‘부의’가 연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즐겨 먹었다고 했다. 당시 쌀의 질이 어떠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산되고 있는 쌀은 우리 쌀에 비해 밥맛이 훨씬 못했다.

식사를 마친 후 늘 마음속에 그리던 두만강으로 이동하였다. 강물은 푸르지 않았다. 내린 비가 산의 흙을 씻겨 흘러내리게 했는지 연한 황톳물에 가까웠다. 비가 내려도 배를 타고 상류를 오르는 여행객들이 있었다. 강 건너는 북한 땅이었는데 민둥산이 가로 막고 있었다. 강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회색 빛 건물이 보였다. 가이드에게 무슨 건물인가를 물었더니 탈북자를 수용해 놓은 집이라고 했다.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두만강 관광을 마치고 용정의 대성중학교로 이동하였다. 연변 동포의 후세들이 공부하고 있는 유일한 민족 학교다. 역사전시관에 들러 여성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이상설, 김약연 등 민족지도자들이 후세에게 쏟은 교육열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들은 곳곳에 민족학교를 세워 후세들을 지식으로 무장, 일제에 대항케 하였다. 역사시간에 배웠던 김좌진, 홍범도 등 독립군 장군들의 활약을 현지 해설사에게 들었다. 교육자를 비롯한 독립투사들이야말로 일제 강점기에 참으로 큰일을 한 인물로 느껴졌다.

윤동주 시인의 얼굴이 그려진 교실에도 들렀다. 운동장에는 그의 상체를 조각한 동상이 서있었다. 동상에는 그를 별의 시인으로 명명, 영어로는 “The poet of star”, 중국어로는 “星的 詩人”으로 표기해 놓았다. 그는 시와 사상으로 일제에 저항하였다. 그의 삶은 식민지 조국의 아픔과 인생에 대한 사색과 고뇌로 점철되었다. 해설사는 그가 일본 유학중 독립운동혐의로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생체 실험으로 희생되었다고 하였다. 머나먼 이국에서 고향 북간도와 별을 그리다 스무 여덟 살의 꽃다운 청춘을 마감했으니 그 어찌 비통한 심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랴!

운동장에서 KH양과 전시관의 인물들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중 그녀는 한국인들이 길림성 동포들을 "조선족”으로 부르는 것을 좀 언짢아했다. “조선족”이라는 지칭은 한족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이 중국의 여러 지역에 사는 우리 동포를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한국인은 조선족과 같은 민족이니 조선족을 ‘연변 동포’나 '우리 동포'로 불러야 된다며 그리 불러 주기를 바랐다. 그런 말을 하는 KH양이 참으로 갸륵하게 여겨졌다.

첫날은 두 곳의 관광을 마치고 바로 잠자리가 예약되어 있는 이도백하로 이동했다. 그곳은 우리의 행정단위로 봐 읍면소재지 정도였다. 숙소는 군안 호텔이었는데 삼성(三星)급으로 시설은 한국의 장급 수준에 겨우 미칠 정도였다. 이튼 날 아침 식사는 호텔식당을 이용했는데 동포가 운영하는 식당이 아니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음식이 너무 싱거워 식성에 맞지 않았다.

식사 후 호텔을 출발, 1시간 반 가량 후에 백두산에 오르는 서파코스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셔틀버스로 계단이 있는 곳까지 이동을 하였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더 심하게 내렸다.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정상까지의 등산을 강행하였다. 아내는 천지를 못 보는 한이 있더라도 정상에 올라야 한다며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은 돌과 나무로 구분되어 있었다. 일행 중 한 사람만 통나무집에 남고 모두들 1400여 개의 나무계단을 이용 가까스로 정상에 올랐다.

                                                                                  2015. 9. 2

[이수영]

좋은데 다녀오셨네요. 여행은 언제 어디서나 배울것도 많고 가슴이 살레지요. 잘 읽었습니다.

[대경상록자원봉사단]

백두산천지를 못 보심이 아쉽겠습니다. 여러번 가도 보기가 쉽지않다고 하더군요. 다녀오신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불로거사]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교수]

민족의 영산 백두에 다녀 오셨군요. 여정을 잘 묘사한 글을 보니, 연변동포,생체실험,1400계단 등 다음에 여행갈 때 많이 참고가 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석염]

여행중의 노정을 사실적으로 잘 그렷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나룻배]

에! 여행일정에서 어느 한가지 일이나 사건에 대하여 깊이있게 써야 기행수필이 됩니다. 길림성 여행기는 여러
가지 일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서사적 기행문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