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래 평생교육원에 일할 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듯 처연하게 노추를 보이는 할미가 1호선 동래역 5번 출구 앞 도로 인도에 갑바를 깔고 쌀, 보리, 기장, 콩 등 곡물을 기본으로 하고 계절 따라 나오는 과일, 채소를 퍼질러 놓고 팔고 있다.
명륜역 개통 시부터 판때기로 시작했다고 하니 30여 년이 훨쩍 지나갔다
첫 전철이 내려놓고 간 승객들이 역을 나오기 전에 쌀 등 곡식과 어제 뜨리미 못한 채소 등으로 전을 펼친다.
채소 등은 오전에 팔지 못하면 비닐하우스에서 가져온 것이라 처분하기도 난감하다.
어제 보다 반값 떨이고 사는 사람이 달라는 데로 선심쓰 듯 덤으로 준다.
어느 날 햇돌배가 과육이 단단해 보여
"할매 큰 소쿠리에 담긴 거 하나 주이소"하니
5kg은 돼보이는 소쿠리를 번쩍 들어 내 배낭에 넣어 준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음 네 가지가 없다고 한다. “첫째로 어려서는 철이 없고, 둘째로 젊어서는 정신이 없고, 세 번째로 중년이 되어서는 여가가 없고, 네 번째로 늙어서는 힘이 없다.”라고 한다
구십이 되었다는 할매가 저렇게 힘이
넘치다니 ~
할매의 행동거지를 관심을 가지고 보니
점심은 나와 같이 동래 노인회관 에서 먹고 있었다
주방에서 특별히 밥과 반찬을 다른 노인들 보다 훨씬 많이 식판에 얹는다. 동래 노인회관은 이천 원인 식대가 질도 양도 엄청 좋다
할매는 식판에 담긴 음식을 게걸스럽게 해치운다.
식판을 반납하고 계단을 올라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서 마시고
두 팔을 휘저으며 허리를 펴고
뛰듯이 복지관에서 나간다
세상이 자기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전철 1호선 명륜역 5 번 출구로 잰걸음을 한다.
이 할매도 살다가 나이가 들어 덧없이 흘러가버린 날들이 느껴질 때가 있고,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버렸다고 후회할 날도 있을 법한데 채소 팔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런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먹고살려고 일하다 보니 덧없는 세월을 느끼며 살 시간이 없었고,
채소를 팔아 자식들 공부시키는 재미로 살다 보니 하는 일 없이 놀아볼 여유도 없었던 모양이다
처음 장사 시작할 때 허름한 입성의 늙은이가 " 여보시오 애 엄마 늙어서 골병더요"라고 할 때
무슨 소리인지 했는데 지금 다섯 손가락이 모두 바로 펴지지 않는 게 골병이더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눈읏음으로 서로를 확인하며 지냈는데
몇 칠 동안 할매의 꺼꾸정한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비틀거리며 발을 이리저리 옮겨 놓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하루에 소주 한 병만 마신다고 자랑하고, 기분에 거슬리며 지팡이를
휘휘 젓는 이 동네 토박이 영감 김 씨 할배에게 그간 사정을 물었다.
할매가 채소 팔아 아들 셋, 딸 둘을 키웠다
큰 아들이 세무서 간부로 있는데 할매 그러한 모습이 어릴 때 걸핏하면 적삼 밑으로 불거져 나오는 할아버지의 배꼽이 남세스러웠듯이 지금은 할매가 남새스러워,
싫다는 할매를 아들이 강제하다 싶이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한다
두어 달 지나 할매가 옛 모습 그대로
동래보건소 방향으로 달려가고 뒤에서 젊은 여자가 놓칠세라 힘겹게 따라가는 것을 보았다
보건소 앞 나무 그늘에 앉아 영감들 이야기를 주워 들어니 할매는 노점상을 하지 않고 아들 집에서 나와 큰 딸 집에 살기로 했다고 한다. 역 앞 할매 자리에는 바람이 몰고 온 나뭇잎이 지천으로 쌓여있다.
내가 보기에는 할매의 삶에는
자락자락마다 성취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남아있고
나무 한그루를 심고 가꾸든, 거리를 말끔히 쓸어도 전보다 나아지게 하였다면 거기서 기쁨을 얻을 수 있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데
할매는 3남 2녀를 훌륭히 키웠으니
이제 여생을 자식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산다면
허송세월이 아니라 보람찬 세월을, 무정세월이 아니라 환희의 세월을 보냈다고 하겠다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이 어떤 공포감으로 엄습해올 때도 있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할 때 섬뜩해지는 것이다. 사실 아무도 없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 있을 것인가" 구름같은 감정이 내 마음을 휘저었다
어디 가서 실컷 화풀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빨강,노란색으로 채색된 단풍나무 그늘에서 활짝 핀 국화 꽃 향기를 맡으며 국화주 한 잔으로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을 이 가을과 함께 보내고 싶다
영혜야! 여보야!
남의 허물에 욕해서는 안된다고 했지!
지나 온 날에 내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는지 뒤돌아 보지도 않고
남을 욕하는 것은 추악하다고 했지!
우정과 사랑을 함께한 나에게는 당신의 말 한마디가 조언인지 충고인지 헷갈여...
나는 귀등으로 듣고 귀전으로 흘려 버렸다.
마누라의 권유로 교회를 가서 세례를 받았다 하나
성경에는 별 관심이 없고
나는 간략하게 뼈다귀 추려내
"자신을 사랑하라"를 실천하고 싶다.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 마태복음 5장 44절
나 자신도 사랑할 줄 모르는 내기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놓칠세라 꺾인 가을 자락
온데간데 없는 짪은 가을이 뭇네
아쉽다
오늘도 구름이 하늘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흐린 날씨다.
스산한 하늘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니 헛헛한 기분이다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우포늪이 람사르로 지정된 것에 대한 축하인지...
람사르 협약 가입 축하인지 ,,,여야튼 축하 행사 때 갔다
국화에 둘러 싸인 주남저수지 표지석 앞에 앉아 찍은 마누라 사진을 보니
그때 나는 술 파는 집을 찾으러
다닌 다고 옆에 서있어 주지 못한 것이 가슴을 아프고 쓰리게 한다
그래도 그 사진 한 장이 위로가 되어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초가을에 가창오리가 시베리아의 혹한을 피해 남하하고
월동 후 다시 번식지로 북상할 때 모이는 장소가 된 주남저수지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명소가 되었다
나에게도 이곳은 추억의 장소가 되어 몇 년 전 큰 딸과 함께 가서
그 표지석 옆에 서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왔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데…….
무슨 그루터기가 있어야지 싶었던 나날에 비하면 인근 주민의 마음이 여간 뿌듯한 것이 아니겠다
울 때는 갈대 끝에 올라와 큰소리로 우는갈새가 연꽃 밑에 비를 피하며
앉아 있는 모습이
관계되는 직원에게 촬영되어 보도되자 전국의 사진 작가들이 모여 든다고 한다
인근에 삶의 터를 삼고 있는 토착민들은 수 십 년을 함께 한 이 저수지에 얽힌 자연과 인간의 희로애락을 진지하고 소박하게
보존해야겠다
노들강변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느러진 가지에다가
무정세월 한오리를 칭칭 동겨서 매여나볼까
에헤야 봄버들도 못믿으리로다
흐르는 저기저물만 흘러흘러서 가노라
노들강변 푸른물 네가무삼 망령으로
제자가인 아까운몸 몇몇일이나 대려갔나
에헤야 네가진정 마음을 졸려서
이 세상 쌓인 한이나 두둥실 싣고서 가거라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 어진 이는 고요함을 좋아한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사리에 밝아서 물과 같이 빙빙 돌면서 흘러 막힘이 없는 물을 좋아 한다
知者樂水 仁者樂山
원자력연수원 근무 시절 교수 한 분은 남을 씹을 때 "樂山樂水를
'낙산낙수 '라고 할 놈아" 하고 욕한다 . 그게 자기가 표현하는 최고의 더러운 욕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첫댓글 글 잘 쓰네.
소소한 일상도 예리하게 캐치하네.
전에는 이런 글 한번도 안 올렸다.
또 기대하네.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