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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면서 숫자들을 물었다.
차 신부는 "세 보지는 않았다"면서 책은 대략 20권을 썼고,
강연은 지금까지 5000회 정도는 충분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저잣거리의 언어에 익숙한 신부님께 세속의 질문을 이어갔다.
Q4 그 돈은 다 어디에 쓰시는지?
"(웃으며) 예수님 말씀에 좋은 일 하는 거는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 좋은 데 쓴다.
그리고 내가 소장으로 있는 미래사목연구소의 직원이 대략 40명이다.
내가 받은 강연료는 사실 직원들 월급 주는 데 다 들어간다.
예전에 연구소 부지 땅 사고 건물 지을 때 빚도 많이 졌고
일반인들 몰라주는 교회 관련 잡지도 두 개나 발행한다.
이제 겨우 '똔똔'이 된 것 같다."
Q5 화제를 바꿔보자. 고 이병철 회장의 신앙에 관한 질문에 답한 책 '오래된 질문' 이후, 삼성의 반응은?
"사실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병철 회장에 대한 이미지가 이 책으로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와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웃음).
이건희 회장 종교는 원불교이니 아무래도 아랫사람들이 눈치를 본다고 들었다.
다 평상시 사람이 덕을 쌓아야 한다.
내가 이병철 회장의 질문지를 정의채 몬시뇰로부터 전해 받았지 않나(이 회장은
질문지를 보낸 후 사망했고, 질문에 대한 답은 이후 차 신부가 쓰게 됐다).
평상시 몬시뇰님이 외로울 때 내가 잘 모셨기 때문에 이런 일도 생긴 거다."
Q6 신부님들은 겸손의 상징이라 생각했는데, 신부님은 '자랑'을 많이 하신다.
"(웃으며) 어느 때는 그래서 욕도 먹는다. 하지만 나는 자랑을 해도 진실에 입각해서 한다.
자기 PR의 시대 아닌가. 나는 다른 신부님들에게도 그런다.
'뒤로 빼지 마세요, 이것 때문에 교회 망했습니다.
TV출연 제안 들어오면 나가서 잘난 체들 좀 하세요!'"
Q7 그래도 욕먹으면 마음이 불편하지 않나.
"전에는 욕먹으면 속이 뒤집혔는데, 지금은 단련이 돼서 괜찮다.
할 수 있는 일을 못 한다고 대답하는 건, 겸손이 아니라 교만 아닌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저분 앞에서만 잘난 체하지 않으면 된다.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고 하면 나쁘지만,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겸손이다."
차 신부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 출신이다.
소년 차동엽은 초등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하루에 수백 장씩 연탄을 날랐다고 했다.
몰락한 지식인이자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는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았고, 큰형은 군대에 가고 없었다.
둘째 형은 권투를 하겠다며 집을 나갔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원래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뛰지도 않으면서 (입을 가리키며) 요걸로 뛰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 제기할 여유가 있으면, 그 시간에 직접 문제에 뛰어들겠다는 거였다.
차 신부 자기계발서의 미덕을 불교 말씀에 비유하자면, 독화살을 맞은 사람에 대한 응급처치다.
무슨 독인지 분석할 여유가 어디 있나? 그보다 먼저 화살을 빼고 약을 발라줘야 한다는 것.
하지만 고통과 절망의 구조적 원인과 결과 설명에는 친절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신부님이 왜 대중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쓰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지만,
그 응급처치가 근원적인 힐링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소한 그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그 응급처치가 앞으로도 성공할지 여부는, 결국 신부님의 초심 유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2013년에 인터뷰했던 내용
+++ 이제는 선종하시어 고인이 되신 차동엽 노르베르토 신부님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그분이 자기 삶에 가지셨던 소신 한 부분을 공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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