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게 더 기쁘게
오늘 위령의 날을 맞이해서 우리들이 기억하는 세상을 떠난 부모, 형제, 가족, 친척, 은인, 친구들 모두가 우리들의 기도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서 연옥 정화의 불을 이제 면하고 하늘나라로 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어제는 승리자의 교회인 천상교회를 기리는 모든 성인 대축일이었고, 오늘은 단련자의 교회인 연옥교회를 위해서 기도하는 날입니다. 어제는 기도받음에 감사하는 날이고 오늘은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어제는 대축일로 기뻐하는 날이라면, 오늘은 정성되이 마음을 간절히 하는 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제 제 강론의 주제는 모든 성인의 통공, 즉 공로가 통한다 라는 강론이었습니다. 오늘 제 강론의 주제는 잠벌입니다.
조금 말이 어렵지요? 일벌도 아니고 여왕벌도 아니고 말벌도 아니고 잠벌입니다. 잠재되어 있는 벌이라는 말이지요.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으면서 원죄와 본죄가 사함을 받고 마치 저 하늘의 천사들과 같이 깨끗하게 되었다는 표시로 흰 옷을 입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태어나면서 받게 된 죄, 아담으로부터 세습된 죄인 원죄와... 태어나면서부터 세례받기 전까지 지었던 본죄에서 사함을 받았지만... 우리 인간은 죄와 유혹과 마귀로부터 연약하고 한계를 가지고 있는 유한한 사람으로서 다시금 죄를 짓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이러한 죄의 경향을 가지고 죄를 지으면 세례성사로 깨끗해진 우리의 영혼이 더럽혀지게 되지요. 그래서 고해성사를 통해서 이러한 죄를 씻어내는 은총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해성사를 했다고 해서 죄가 완전히 깨끗이 씻겨지지는 않습니다. 마치 우리가 다치면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우리 자신이 죄의 흔적으로 더럽혀진 형국이 됩니다.
이 상처, 죄의 흔적을 잠벌이라고 합니다. 이 상처많은 모습을 가지고 하늘나라로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깨끗한 하느님의 모상, 그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면 이 죄의 흔적, 죄의 상처, 즉 잠벌을 어떻게 없앨 수 있는가... 대사를 받게 되면서 없앨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전적으로 죄의 사함을 받는 전대사이든, 제한적인 한대사이든 간에 “대사”를 받게 되면서 잠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대사는 자기 몫으로, 자기를 위해서 할 수도 있지만... 모든 성인의 통공 교리에 입각하여, 그 믿음으로 돌아가신 분을 위하여 양도할 수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위하여 이러한 지향을 가지고 교회에서 지정한 조건을 수행하면 대사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사가 잘못 쓰여진 예가 있습니다. 중세 때에 교황님이 베드로 대성당을 짓는데 교회 재정이 없으니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너무 크게 지어 버린 것이었지요. 그런데 그 아랫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낸다고 하는게, 건축헌금을 하면 대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장을 써줬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위 “면죄부”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지금의 개신교 교회가 갈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은 면죄부로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이것은 죄를 면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사”입니다. 교회에서 잘못한 것이고 어두운 과거라고 해도 말은 똑바로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어두운 과거가 있다 해도, 그 대사의 가치는 희석되지 않습니다.
내년에 희년을 앞두고 그런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중세 때에 대사가 오용되고 남용되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너무 많은 대사, 희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우리는 교회의 사람으로서, 교회의 가르침을 배우고 믿으며 따르는 신앙인입니다.
오늘 위령의 날은 이러한 잠벌을 가지고 있는 연옥영혼들에게, 대사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들의 기도와 희생, 봉사, 선행, 자선이라는 공로가 그 지향대로 전해져서, 잠벌을 치유하고 깨끗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도하는 날입니다. 물론 보통 미사 때에도 기억하시겠지만, 특별히 오늘은 우리 모두가 합심하여 기도하는 만큼, 그 은총이 배로 전해질 수 있는 날입니다. 정성되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하여 이 미사 중에 기도하도록 합시다.
첫댓글 연옥영혼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아멘
아멘..
어제는 기도받음에 감사하는 날이고 오늘은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날이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