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랜드
김 선 구
아버지가 열심히 농사를 지어 품질 좋은 포도를 수확하면, 아들이 포도주공장을 운명하며 부가가치가 더 높은 상품으로 개발한다. 며느리가 카페를 개설하여 포도주를 팔며 서비스업에 진출한다. 가족들이 합심하여 1차, 2차, 3차 산업을 동시에 이루어 내니 이것이 곧 6차 산업이다.
일본 미에현 아카시에 있는 모쿠모쿠 농장이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지 농장에서 생산된 농축산물로 빵과 햄, 소시지, 맥주 등을 만드는 체험 형 공장을 세워 운영한다. 농사를 지어 생산한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여, 이를 유통시키거나 농촌체험과 관광을 겸한 프로그램을 운영 한다. 한 곳에서 운영하는 융·복합 산업인 셈이다.
이 농장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사양산업이었던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주목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근래 일본은 물론 한국 농촌에서도 농업이 6차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찍이 독일북부지방의 어느 대학에 머물고 있을 때 일이다. 매주 금요일면 농장을 견학시키는 버스가 학생식당 앞에 대기하고 있어서 호기심에 함께 참여해 보았다. 도착한 곳이 “바이오 랜드”라는 이름의 농장, 생명의 땅이란 뜻이었다. 젊은 부부가 140ha의 농장에서 젖소 100여두를 사육하며 생산된 유제품을 대학식당에 납품하고 있었다.
독일의 대학에는 3대 명물이 있었다. 첫째는 도서관인 비블리오텍, 둘째는 학생기숙사인 스투덴트하임, 셋째는 학생식당인 멘자이다. 도서관은 지식의 보고요, 기숙사는 학생들 생활의 요람이다. 그리고 학생식당은 식사와 휴식의 공간 외에도 정보 교환 장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곳 게시판에는 각종 정보들, 이를테면, 책을 팔려는데 필요한 사람은 연락 하라던가, 집을 얻었는데 거실을 공동으로 함께 생활할 사람을 찾고 있다던가, 연료비를 분담하여 이웃나라 여행을 같이 하자는 등 각종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대학인들 생활에 있어서 학생식당은 그 역할과 비중이 한층 더 커보였다. 그러므로 그 곳에 식재료를 납품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신뢰의 상징이라 생각되었다.
농장에서 남편은 유기농사료를 자체생산하며 소 사육을 전담하고, 아내는 생산된 우유를 이용하여 치즈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살림집 지하실은 치즈를 발효시키는 공간이었다. 우리나라 메주덩이같이 생긴 자연치즈 덩어리가 질서 정연히 진열되어 누렇게 발효되며, 구수한 냄새를 날리고 있었다. 주택 로비에는 치즈로 가공된 제품들을 진열하여 방문객들에게 판매도 하였다.
유기농법을 철저히 시행하고 있었던 이 농장에서는 농장 생산물의 품질을 보증받기 위하여. 대학 구성원들에게 농장을 방문하여 제품의 생산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생산한 제품들을 바로 구매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처였다. 지금 되돌아보니 이 농장이야말로 낙농 6차 산업의 원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30여 년 전 일이다.
유기농이란 합성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최소화 하는 농법이다. 1930년 대 대기 중의 질소를 이용하여 화학비료를 생산하고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농약도 개발하여 작물보호용으로 사용하였다. 비료와 농약이 보급되면서 농업의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비료와 농약의 무분별한 사용은 토양과 자연환경을 파괴 하고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러한 이유로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유기농업운동이 일어났다.
그와 같은 추세에 부응하여 당시 독일에서도 유기농제품에 대한 관심이 컸다. 때깔 좋은 과일보다 벌래가 먹었거나 흠이 있는 과일이 더 인기였다. 채소나 곡식도 유기농 재배를 권장했다. 대학에 유기농학과가 있었고,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본부가 독일에 있었다.
유기농의 원칙은 토양과 작물, 가축, 인간, 지구가 분리될 수 없는 일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유기농을 통하여 토양을 살리고, 건전한 토양에서 작물을 재배하여 곡물과 사료를 생산하면 가축도 인간도 건강하고 더 나아가 지구의 생태계도 보호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유기농은 생산 활동을 통하여 자연생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농법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생소했었다. 농산물시장에서는 값이 싼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였기 때문이다. 가격이 좀 비싸지만 안전하고 좋은 제품을 공급받는다는 개념이 없었다. 자연히 농학연구의 목표도 식재료의 품질향상보다 생산비를 낮추는 데에 더 초점을 두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다. 이에 따라 유기농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유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일어나면서 농업이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유기농의 발달은 6차 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넓혀준다. 유기농산물을 통하여 도시민들을 농촌체험과 휴식관광으로 유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6차 산업 형태의 농장들이 등장했다. 그 예로 젖소를 키워 우유를 생산하고, 그 우유로 치즈와 요구르트를 제조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한편 낙농체험과 치즈생산교실을 통하여 어린이와 소비자들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가족 나들이 도시민들이 송아지에게 우유도 주고, 갓 짜낸 우유로 치즈와 버터를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하던가, 농가에 머물며 조랑말을 타거나 놀이를 즐기면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형태로 변신하고 있다.
엊그제 우리는 상주지역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상주를 스마트 팜 시범지역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으로 며칠 전 대통령이 다녀가면서 들렸다는 식당 ‘청기와“에서 불고기를 즐기고 왔다. 직영농장에서 생산한 쇠고기로 개발한 특수메뉴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여기에 ”유기농 쇠고기“라는 표어가 더 첨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유기농 식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농업이 생산, 제조, 서비스를 포함한 복합형태의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도시민들이 농촌체험과 유기농제품을 찾아 시골로 모여들 것이다. 농촌이 문명에 찌든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탈바꿈하고 있다.. 생명의 땅, 바이오 랜드로서 그 위상이 빛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느끼고..... 같은 것을 보고, 먹고,
같은 시간을 보내고도 아는 만큼 느낀다는 말을 생각하게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