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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와 젖소를 사육하는 농업인들이 축산 강국과 잇따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체결하면서도 당국이 부실한 축산 피해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축산농가 총궐기대회 모습.
이들 농업인들은 호주·캐나다 FTA와 관련,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합의해 내놓은 대책 내용에 대해 “알맹이가 빠졌다”고 평가하고, 이런 상황에서 중국·뉴질랜드와의 FTA 비준동의안까지 처리되면 우리 축산업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북 정읍에서 한우 300마리를 기르는 한양수씨는 “일본은 호주와의 FTA협상에서 자국 쇠고기산업 보호를 위해 호주산 쇠고기의 수입 관세를 일정 부분 유지하기로 했는데, 우리나라는 호주·캐나다·뉴질랜드와의 협상에서 쇠고기 관세를 아예 없애기로 합의했다”며 “정부가 축산업, 특히 한우산업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도저히 이런 협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낙농가 공병헌씨(경기 평택)도 “최근 잇따라 타결한 FTA는 공산품을 살리려고 축산업을 사지로 내몬 것과 다를 바 없다”며 “1차산업인 축산업이 무너지면 2차·3차산업도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여야정 협의체에서 축산분야의 일부 정책자금 금리를 1~1.2%포인트 내리기로 합의한 데 대해서도 농업인들은 ‘생색내기용’에 가깝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충남 청양에서 한우 100마리를 키우는 김영훈씨는 “정책자금 금리가 3%로 너무 높아 축산농가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1%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인데, 이를 수용하기는 커녕 일부 자금만 1.8~2% 금리로 낮춰놓고 대단한 선심을 쓴 것처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소를 키우는 축사를 시설물이 아닌 건축물로 간주하는 바람에 한우·낙농농가 대다수가 범법자로 몰리는 현실을 바로잡지 않는 당국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를 사육하는 축사는 외벽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사방이 뚫려 있을 수밖에 없는데도 공장 등 일반 건축물과 똑같이 취급한 결과 무허가 불법 축사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농업인들의 하소연이다.
축산농가들은 축사를 지을 때 부딪칠 수밖에 없는 건폐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엔 건축물의 건폐율(토지 면적에서 건물 바닥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60% 이하의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제정해 운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상당수 지자체가 이 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조례에 못박아 놓아 축산농가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테면 330㎡(100평)짜리 토지에 축사를 지을 때 건폐율 60%를 적용하면 198㎡(60평)까지 지을 수 있지만 건폐율이 50%인 곳에서는 165㎡(50평)밖에 지을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축사 밖에 설치하는 소 먹이통과 물통 등도 건축물로 여겨 건폐율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체 한우 사육농가 가운데 50~60%가 무허가 불법축사로 취급받아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농가들의 주장이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 전남도지회장(전남 해남)은 “축사 처마끝 위치보다 40~50㎝ 정도 벗어나 설치된 여물통·물통까지 건축물로 간주해 건폐율을 따지다 보니 농가들은 실제 소를 키우는 축사 크기를 줄이거나 부지 확보를 위한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건축법에서 다루지 못한다면 축산법에서라도 축사를 건축물이 아닌 시설물로 규정해야 한우농가들이 범법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텐데, 이런 게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고 밝혔다.
축산농가들은 FTA로 인한 축산업 피해대책으로 무역이득공유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해내고 있다. 국가 이익이라는 큰 틀에서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치더라도 이익을 보는 쪽에서 피해 분야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게 상식인데, 정부와 정치권은 축산업계의 이런 요구사항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남 밀양의 한우농가 이병문씨는 “축산농가들은 사료 값과 수입축산물 때문에 늘 불안에 떨고 있는데, 최근 여러 국가와 FTA까지 체결돼 더욱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며 “축산 강국과의 FTA 발효에 앞서 무역이득공유제 등은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축산 현안에 대한 당국의 대응능력 부재와 무관심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낙농가 박모씨(경북 경주)는 “낙농분야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원유 수급조절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당국에게 제대로 된 FTA 대책을 바라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대입 수능시험 문제를 풀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국내 축산업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동시에 FTA 협상을 타결하면 농업인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한숨지었다.
농업인들은 따라서 “당국과 국회는 농업인들이 가축 사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피부에 와닿는 획기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광동·김철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