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보급종 볍씨의 공급부족 등 문제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벼 종자시장에 민간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보급종 볍씨 생산을 위해 경기지역 채종포 농가들이 도농업기술원 종자관리소 정선센터에 출하한 벼.
◆민간 보급률 1%, 벼 종자 갱신 저조=1974년 국립종자관리소(현 국립종자원)가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벼 종자의 품종 육성 및 생산·보급을 주도적으로 담당해 왔다. 지난해 국립종자원이 공급한 정부 보급종자는 2만1600여t으로, 전체 소요량의 52.2%에 달한다. 반면 민간을 통해 생산·공급된 종자는 1% 미만에 그친다. 나머지는 농가가 직접 채종한 종자 등이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시장 구조 때문에 농업인이 원하는 양만큼 종자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보급종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국내 벼 종자 갱신율은 50~55% 수준에 불과하다. 70~100%의 갱신율을 보이는 선진국과 견줘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경쟁을 통한 산업발전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국내 쌀 소비시장에서조차 국산 품종의 쌀이 일본 품종보다도 싼 값에 판매되는 사실이 이를 방증해 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9일 대형유통업체의 인터넷 쇼핑몰에선 <오대쌀>이 일본 <고시히카리>보다 10㎏당 1700~6800원 싼 값에 거래됐다.
또 품종을 생산·공급하는 민간의 시장 참여가 없다 보니 농촌진흥청에서 경쟁력 있는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더라도 사장(死藏)되는 경우도 나타난다.
◆시설 투자 등 유인책 마련…틈새 수요 품종 대상=민간 회사가 벼 종자시장 참여를 꺼리는 이유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보급종자는 생산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 민간 회사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2012년산 벼 정부 보급종자인 <메벼>는 20㎏당 생산원가의 95% 수준인 4만1670원에 공급됐었다.
또 벼 종자 생산을 위한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과 미(未)발아 등에 대한 종자사고 부담도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벼 종자시장에 대한 민간 참여를 유도하려면 시설 투자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농협 등과 같이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있는 민간 조직엔 시설 보완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론 종자사고에 대비해 ‘(가칭)종자보험’ 등 다각적인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참여 활성화 정책은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벼 종자시장이 민간 주도로 급격하게 전환되면 농업인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은 국내 벼 종자산업 기반 유지 등과 같은 사회·공익적인 문제보다 수익성에 치중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벼 종자시장의 민간 전환은 자칫 정부의 쌀 자급정책 후퇴로 받아들여질 우려도 있어 사전에 충분한 여론수렴과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 측은 “민간 참여 활성화 정책은 정부 주도 시장구조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초기엔 시범적으로 기능성 특수미 등 틈새 수요가 있는 품종을 대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