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집으로 이사하고 너는 가장 먼저 묻는다
이 집에도 못을 마음대로 박을 수 없겠지?
너는 벽을 똑똑 두드리며 사나운 벽과 순한 벽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우리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못이 튈까, 망치로 못을 때릴 때마다 눈을 감으면서도 오래 때릴 수 있는 우리의 벽을 가진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벽에 못을 박을 수 없는 셋집에서는 우리의 액자를 높은 곳에 걸지 못하고 바닥에 기대어 놓아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액자 속에서도 어깨를 기대는 버릇이 있는 거라고,
왜 우리는 이미 박혀 있는 못에만 시계를 걸어야 하냐고,
이 집에 세 들어 살다 간 사람들은 왜 같은 높이에 걸린 시간만 살다 가야 하냐고,
우리가 새로 못을 박는다면 집을 떠날 때,
새로 박은 못을 모두 빼고 떠나야겠지?
못을 뺀 자리에 껌이라도 붙이고 떠나야겠지?
마음대로 상처 낼 수 없는 집은 우리의 집이 아니라고,
― 『어쩌면 너는 시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일지도』, 시인의일요일, 2024.
첫댓글 진정 쉬운 우리의 집은..
인간이기에 더 편한 우리의 집은?
시속에 내재된 은밀한 은유를 만져 봅니다^^
아... 딱 지금 제 신세네요😅😂🤣ㅎ 원상복구~라는 단서조항에 싸인한 이후로 쫄보였는데 껌 붙이고 가면 되는 건가요~~~ㅋㅋㅋ
따끈따끈한 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