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뒤에 있다가
시 앞에 떠밀리게 되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서툰 사람에 대하여 소명하기 시작했다
무례한 사람은 서툰 사람, 일머리가 없는 사람 또한 서툰 사람...... 나는 시인이 아니고, 서툰 사람의 용례를 몇 가지 들 뿐인 사람
말주변이 없어 친구가 잘 안 생기는 사람, 딴 생각하다가 막차를 눈뜨고 보내는 사람, 화장법을 알려줄 언니가 없는 사람, 한때 새긴 못생긴 타투가 있는 사람
회사를 다니자마자 그만두는 사람, 아무도 먹어주지 않는 요리를 하는 사람, 비밀이 많아 뚝딱거리며 질문을 헤치는 사람
실수하는 사람, 실수가 실수인지 몰라 반성할 수 없는 사람, 누구도 실수를 실수라고 가르쳐주지 않았던 사람, 뭔지 모를 일에 대해 어렴풋이 후회하고 마는 사람
청소를 못하는 사람,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 식욕과 분을 못 참는 사람, 단 한 명의 타인도 자신을 예쁘하리라 확신할 수 없는 사람
왜 예쁘하지 않아? 서툴다는 이유로, 마음을 주지 않아? 건데도, 그토록 마음을 말했니? 서툴다는 이유로, 너 나를 싫어하는구나...... 그러면서, 시를 읽니? 시를 쓰니?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당장 꺼져! 이 책을 찢어버려! 너희 집 화장실에서 라이터로 태워버려! 날 달래지 마! 칭찬하지 말고...... 무슨 상관이야 날이면 날마다 욕했으면서 한심한 정신병자라고 엮이면 건드리면 안 되는 위험하고 별로인 사람이라고!
서툰 사람은 길바닥에 앉아 울음을 터트린다 서툰 사람이란 반드시 그렇게 되는 사람
왜 저래......
라는 말을
달마다 한 번은 꼭 듣게 되어 있는 사람
목련이 피는구나, 개나리가 피는구나, 철쭉이 피는구나
정답처럼 꽃 이름을 받아적는 사람들 사이에서
왜...... 왜...... 왜...... 를 반복하며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
[이듬해 봄],난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