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가장 조용한 죽음 [강신애]</p><p> </p><p> </p><p> </p><p> </p><p>몽골에서</p><p>양 잡는 것을 보면</p><p>사람 둘, 짐승 하나가 사랑을 나누는 것 같다</p><p> </p><p>한 사람은 뒤에서 양을 꼭 껴안고</p><p>한 사람은 앞발을 잡고</p><p>명치를 찔러</p><p>애인의 가슴을 움켜쥐듯 심장동맥을 움켜쥐고</p><p>가장 고통 없이 즉사시킨다</p><p> </p><p>내가 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p><p>네가 나를 살리는 것이다</p><p> </p><p>속삭이는 주인의 품에 폭 안겨</p><p>양은 한마디 비명도 없이</p><p>커다란 눈만 껌벅이고 있다</p><p> </p><p>하늘의 솜다리꽃이</p><p>하강한 양</p><p> </p><p>초원의 말발굽에 밟혀 진동하는 꽃향기처럼</p><p>제 몸 냄새를 들판에 퍼뜨리지만</p><p>에튀겐*에게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p><p>조용히 별로 돌아가는</p><p>아름다운 환생을 지켜보는 것 같다</p><p> </p><p> </p><p><span data-ke-size="size14">* 몽골 대지의 신.</span></p><p> </p><p> </p><p>                         - 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시인동네, 2014</p><p> </p><p> </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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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몽골의 양 들을
고통없이 죽이는 방법이 새롭습니다
인간도 고통없이 조용한 죽음을 맞이한다면 좋겠습니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나를 살려온 생명들.. 잊고 있던 고마움을 다시끔 되새겨봅니다
감사하며 산다는 건 건강하게 산다는 증거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