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북에서는 이면수라고도 부르는
새치 한 배만 건지면 평양감사도 부럽지 않다는
봄 바다
어머니 병을 얻으시어
회로 먹어도 그 부드러운 맛이
구워 먹을 땐 그 고소한 껍질을 생각하며
어머니와 같이 살던
목화가 저절로 자라던 내를 건너
백년산 복사면의 팔부능선쯤인가
여전히 어두운 골목에 낡은 세탁소가 있던 모퉁인가를 돌아
그 집에 문안을 여쭈러 가니
어머니는 무채를 깔아놓은 침대 같은 곳에서
낙심한 가재미처럼 누워 계시다가
일어나 앉으시며
당신의 손발을 만져보게 하시고는
바라기에 딱 갈라놓은 만두처럼
모락모락 부추 향내 나는 말씀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시고는
그래도 흰머리가 예쁘게 났구나
나는 좋아라, 그 옛날 어머니 흰머리를 뽑아 한 올에 동전 한 닢씩 받아서
그 맛있던 캐러멜이며, 달콤한 크림만 싹싹 핥던 산도며, 아무 맛 없고 질기기만 해 장난질에 늘려 먹던
쫀드기 같은 군것질거리들을 생각하다가
또, 귀신도 모른다는 윤달, 아직 남겨둔 추위를 걱정해
낡은 담요로 어머니 어깨를 둘러주려 하니
한사코 마다하시며
이 집은 돼지고기도 채 안 익혀 먹는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차부까지만 데려다달라고
이번엔 조용히 지붕 위에서 혼자 얼고 있는
한겨울의 만두처럼 울고 계시길래
나도 덩달아, 그릇이며, 냉장고며, 운동기구며, 빨래들이며 사방 오방 난전으로 널린
이 집 식구들의 깔끔하지 못한 성품을 나무라고,
몇 달 동안이나 신통한 처방도 내리지 못한 의사들을 비웃고,
흉보다가 어머니와 같이 낄낄대다, 다음엔 한의사에게 가보자고, 진작 그랬어야 했다고, 맞장구치며
송장을 거꾸로 세워놓아도 탈이 없다는 윤삼월의 문턱에서
나와 어머니는 그물에서 퍼덕이는
그 싱싱한 화진포의 숭어들처럼
나와 어머니는 영문 모른 채
왜 봄인가 하고
속초 앞바다는 설악에 눈이 녹아야
비로소 봅 바다라고,
새삼스러운 동의로,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어머니와 나는 똑같이
돌아가야 할 길보다 가야 할 길이 더 정답고
집은 멀고, 낯선 곳은 오히려 가까워
우리가 고향을 떠나온 해 봄
눈이 한 자나 덮인 김칫독을 열어 어깨까지 넣어
시월 배추로 담은 신내 물씬 나는
김치 포기 포기 사이에 재워둔
그 잘 익은 명태 식혜를 꺼내 먹던
그 어느 해 봄에 온
한겨울을 생각하고 있었다
[ 타지 않는 혀 ], 문학과지성사, 2021.
첫댓글 누가 나를 울리고 싶나보다
이렇게 천리길이 지척인가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