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짙은 향기로(路)..
‘목사님! 어쩐지 미역국이 맛있네요.
오빠 것 한 그럭 챙겨 드렸어요.’
‘잘하셨네요.
남기면 코에서 냄새나도록 먹어 치워야 하는데..’
한없이 부족한 자! 귀하게 여긴 사랑의 묘약을 삼켰다.
매번 식사 자리에 장영자 할머니가 무릎 관절로 못 오셨다.
세끼 혼 밥이 한결같을 것인데 수술 앞둔 터라 마음이 찌었다.
‘네 양 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
네 소떼에 마음을 두라’(잠 27:23)는 말씀이 스쳤다.
2남 2녀와 남편을 앞서 보내고 졸지에 홀로 사신 분!
널브러진 거친 생애 끝자락에 동생 권면으로 예수 만남은 복이었다.
상실의 아픔을 밟아 으깨고 서신 삶의 향기가 짙었다.
골목을 오가다 인기척에 들어가 맡았다.
등 시린 주택에서 아침 햇살처럼 반기셨다.
골병들어 정형외과 무릎 치료받지만 그때뿐이었다.
그 연세에 손주의 설득으로 수술 결정 내리고 숨 가쁘게 움직였다.
저는 다리로 가까운 텃밭 단속하고 파를 뽑았다.
캐리어에 담아 간신히 밀고 오셨다.
대문 계단 올리기 벅차 보였다.
지나는 길에 가볍게 현관으로 옮겨 드렸다.
병원 사정으로 연기된 입원 날이 돌아왔다.
차편 걱정에 새벽 기도 후 전화벨을 계속 울렸다.
‘할머니! 수술 염려로 못 주무셨지요.’
‘아니요. 2층 출입문 손질한 분이 어제 어두워 마무리를 못했어요.
새벽에 일하러 와서 일어났네요.’
‘오늘 병원 어떻게 가세요?’
‘손녀 승용차로 11까지 갈 거예요.
밥 한술 뜨고 준비하려고요?’
‘기도할게요. 힘내세요.’
홈 트레이닝 위해 라디오를 켰다.
이재후 아나운서가 오프닝 멘트를 던졌다.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추운 지방에서 자란 원목으로 만들지요.
세찬 바람맞고 자란 나무가 밀도 높고 단단해 좋은 울림을 내거든요.
어렵고 극한 상황에 처할 때 영롱한 빛의 다이아몬드도 만들어지고요.
옛말에 역경과 곤궁은 호걸을 단련하는 하나의 용광로이자 망치라 했어요.
고되고 어려운 때 지난다면 다듬어지고 만들어지는 중이라 생각하세요.’
지난 9월,
마지막 잎 새인 큰딸을 떨군 병원으로 수술 위해 가는 걸음 어떨까?
혈혈단신에 돌봄이 구한 심정도..
큰 경제적 부담에 측은함으로 헤아렸다.
공동 간병인 자리는 엄두도 못 내어 수요 예배 때 기도의 손길만 보탰다.
다음 날 교회 대출 건으로 화재 보험 가입 서류 들고 선운 지점을 찾았다.
오는 길에 본 죽을 챙겨 연락드렸다.
‘목사님! 오시지 말어요.
전화 준 것도 감사한 디 바쁘신데 힘들게 오실라 그래요.’
퇴근길 교통 체증에 밥때를 넘겼다.
어머니 생전 모시고 다닌 보훈병원!
출입구 주차한 곳부터 익숙해 머뭇거렸다.
7102호 실에 들어서자 창가 침상에서 환하게 맞았다.
‘목사님! 뭐 하러 오세요.’
간병인은 사워 중이라고 홀로 계셨다.
‘할머니! 얼굴이 평온하고 혈색 좋으시네!’
‘금식하라는 말 없어 밥 잘 묵어 그러네요.’
본 죽을 내밀었다.
‘손녀가 바나나와 간식 놓고 갔는데 뭘 사 왔어요.’
‘잠자리가 바꿔 불편하셨지요.’
‘예, 뜬 눈으로 세웠어요.
다인 실이라 간호사들 들랑거려 못 잤어요.’
‘검사는 다 마쳤어요.’
‘이상 없데요.’
‘수술 시간은요?’
‘내일 오전 9시인데요. 다른 사람보다 심해 어려운 수술이래요.’
비틀어진 오른쪽 무릎을 내 보였다.
‘뼈를 깎고 인공 관절 넣는 시간 많이 걸린 데요.
왼쪽 다리에 힘을 주고 걸어 안 좋아도 한쪽만 하려고요.
건너편 아줌마가 그런디 겁나 아프데요.’
‘수술 경험하셨어요.’
‘화순전대에서 대장 내시경 받은 게 전부여요.’
‘걱정 안 되세요.’
‘마취하면 아무것도 모르겠지요.’
‘오리 털 이불 예쁘네요.
가볍고 따뜻해 보여요.’
‘지네 엄마 간병해 봐서 손녀가 챙겼어요.’
‘간병인 일당은요.’
‘15만 원! 2주간 쓰고 퇴원 후 재활 치료 다니려고요.
일 년은 고생할 것 같아요.’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
말씀 의지하여 기도드릴 때 아멘 소리가 커졌다.
곱고 곧지만 정 많은 분이 창살 없는 옥에 갇혀 안타까웠다.
세례 받고 예배 생활 잘하며 믿음 더하는 길에 복병을 만났다.
주님 의지하는 맘 식지 않도록 관심 쏟을 쇠약한 병상이었다.
일어서자 배웅하려는 할머니를 말렸다.
수술받은 날,
새벽 기도 마치고 할머니가 주문해 주신 대봉을 먹고 전번을 눌렀다.
벌써 양팔에 주사 맞고 계셨다.
간밤에 편히 주무셨다는 응대에 한시름 놓았다.
‘자정부터 물 한 모금 못 마시게 했어요.
손자가 야근하고 올 거여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튿날 어둠에 금이 갈 때, 안부를 물었다.
목소리는 힘들지 않게 들렸다.
‘할머니! 내년이면 미수(米壽)신데 수술받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시간은 얼마나 걸렸어요.’
‘두 시간 넘게요.
마취 깨어나면서 혼났어요.
춥고 한속 들어 징하데요.
그럴 줄 몰랐어요.
생전 처음이네요.
수술한 다리를 못 움직이게 쨈매 났어요.
얼음찜질 계속하고요.
발꾸락 꼼지락 꺼리라 한디 어렵네요.
들숨과 날숨 종일하라는 통에 힘들었어요.
뜬 눈으로 세워 실실 졸리네요.
밥은 앉아 먹네요.
오무락 탈싹 못하게 누웠으라는 말에 사반대가 아프네요.
그나마 무통 주사 맞아 견뎌요.
전화 감사해요.’
‘주치의가 언제부터 걸으란 말 없지요.’
‘예, 아직 그런 소리는 안 하네요.’
‘할머니! 아픈 12월이네요.
유리알 여물 듯 웃으세요.’
‘목사님! 전화 감사합니다. 들어가세요.’
2024. 12. 14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