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p>굴뚝새들은 조그맣게 산다.</p><p>강아지풀 속이나 탱자나무숲 속에 살면서도 그들은 즐겁고</p><p>물여뀌 잎새 위에서도 그들은 깃을 묻고 잠들 줄 안다.</p><p>작은 빗방울 일부러 피하지 않고</p><p>숯더미 같은 것도 부리로 쪼으며 발톱으로 어루만진다.</p><p>인가에서 울려오는 차임벨 소리에 놀란 눈을 뜨고</p><p>질주하는 자동차 소리에 가슴은 떨리지만</p><p>밤과 느릅나무 잎새와 어둠 속의 별빛을 바라보며</p><p>그들은 조용한 화해와 순응의 하룻밤을 새우고</p><p>짧은 꿈속에 저들의 생애의 몇 토막 이야기를 묻는다.</p><p>아카시아꽃을 떨어뜨리고 불어온 바람이 깃털 속에 박히고</p><p>박하꽃 피운 바람이 부리 끝에 와 머무는 밤에도</p><p>그들의 하루는 어둠 속에서 깨어나 또 다른 날빛을 맞으며</p><p>가을로 간다.</p><p>여름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들녘 끝에 개비름꽃 한 점 피웠다 지우듯이</p><p>가을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산기쓹 싸리나무 끝에</p><p>굴뚝새들의 단음의 노래를 리본처럼 달아둔다.</p><p>인간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하는 동안에도</p><p>인간 다음에 이 지상에 남을 것들을 위하여</p><p>굴뚝새들은 오리나무 뿌리뻗는 황토 속에</p><p>그들의 꿈과 노래를 보석처럼 묻어둔다.</p><p> </p><p> </p><p> </p><p>[전쟁과 평화 ], 文學과知性社,  1985,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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