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인듯, 라이벌아닌, 라이벌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써볼까 합니다.ㅎ
박찬희 vs 김태주
경복고 박찬희와 여수전자화학고 김태주는 고교 랭킹 1,2위를 다투던 초고교 유망주였습니다.
2학년 신분으로 이미 경복고에 우승을 선물하며 모든 농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박찬희나
여수전고에서 3년동안 꾸준한 모습으로 팀을 이끌어온 김태주, 둘 모두 대학팀들이 가장 탐내하던 고교 가드였죠.
각각 경희대와 고려대로 진학한 박찬희와 김태주는 명성대로 1학년때부터 팀의 주전 가드로 낙점됐지만,
김태주는 1학년 시절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자체에 출전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박찬희 역시 중간중간 부상을 당하며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김태주보단 상황이 훨씬 좋았던 박찬희는 그래도 장신가드의 이점을 살려 대학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경희대 최초 1라운드 1픽 신인이 되었지만, 김태주는 3학년 얼리드래프트 실패 후 4학년 때도 기회를 얻지 못해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3픽으로 (사실 생각보다 높은 픽) 온도차가 있는 프로행을 하게 됩니다.
프로 진출 후에도 박찬희는 리빌딩 중이던 안양 KT&G에서 많은 기회를 얻으며 신인왕을 수상했지만,
김태주는 제대로된 출전시간조차 얻지못했고 시즌 종료와 함께 쫓기듯 공익 입대를 결정했죠.
대학무대는 물론 프로에 와서도 아무 활약이 없던 김태주였기에 이대로 농구판에서 사라지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김태주는 공익기간을 통해 악을 키웠고, 절치부심 다시 프로에 복귀해 특유의 스피드를 살린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죠.
그 사이 국가대표 선수가 된 박찬희와는 적지않은 격차가 벌어졌지만, 성실함을 바탕으로 좋은 롤플레이어가 되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사실 기대치만큼의 성장은 이루지 못했지만, (박찬희 제2의 이상민은 어디로..)
아직까진 그래도 젊은 이 두 선수가, 어린시절 보여준 가능성을 반드시 살려 라이벌로 붙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네요.
양동근 vs 이정석
조금은 흔한 그 남자, 그 남자의 이야기 입니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를 진행했던 울산 모비스의 최석화 사무국장은
둘 중 어느선수를 뽑아야할지 몰라 얼굴보고 뽑았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두 선수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선수였죠.
당시 전자랜드 감독이었던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보다 이정석을 더 좋게 봤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일명 바셋 트레이드로 모비스가 KCC로부터 얻은 신인픽이었기에 KCC 감독이었던 신산의 입김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찌됐건 두 선수는 프로의 여러 관계자들조차 확실히 누가 낫다라고 말할 수 없었던 맞수였고 라이벌이었죠.
그때 분위기를 좀 돌아보자면 공수 양동근이 더 낫지만, 경기운영과 가능성은 이정석이 더 낫다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프로 초반을 보자면 신인왕을 양동근이 차지했고 이정석은 신인 다음 시즌 바로 트레이드 되었기에,
상대적으로 양동근이 좀 더 안정적인 성장 환경에 있었죠. 특히나 양동근의 지도자는 천재 가드 유재학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맞이한 프로 2년차, 두 선수의 라이벌 스토리가 너무 빨리 전개되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챔피언 결정전 맞대결이 바로
이어지죠.
개인 대결에서는 양동근이 앞섰지만, 챔피언 결정전 결과는 이정석이 속한 서울 삼성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개인수상과 팀우승을 주고받은 두 선수의 대결은 그 뒤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프로 3년차를 마친 양동근이 군에 입대, 이정석이 양동근 제대후엔 부상으로 폼을 잃으면서 시들해져버렸죠.
한 때 함께 대표팀 생활을 하기도 했던 두 선수는 이제 리그 최고참급 선수가 되었는데,
특유의 성실함으로 꾸준히 폼을 유지해온 양동근과 강혁, 이상민이라는 특급 파트너를 잃고 부상까지 겹치며 폼을 잃은 이정석이
다시 한번 큰 경기에서 라이벌이라는 이름 아래 맞대결 할 날이 또 올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양희종 vs 김영환
연세대와 고려대를 대표하는 스몰포워드라는 상징성 때문에 더욱 뜨겁고 관심을 많이 받았던 라이벌입니다.
현재는 각 소속팀의 주장으로 중고참 선수가 된 두 선수의 라이벌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죠.
연고대 팬이라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이기도 한데,
고교 때 보면 양희종이 늘 한발 앞선다는 느낌이 있었음에도 그럴때면 어김없이 한경기에 50점씩 득점하는 폭발력으로
이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곤 했던 김영환이었죠.
운명처럼 대학도 한국 최고의 라이벌 대학인 연대와 고대로 진학하며 둘의 불 붙는 대결은 농구팬들의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와서 양희종은 팀 사정상 4번을 보며 올라운드 포워드에서 전천후 수비 디펜서로 자리를 옮겼고,
김영환은 무릎 부상으로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면서 대학 때의 라이벌 스토리는 상징성만큼 큰 재미를 주진 못했습니다.
각각 1라운드 3번과 8번으로 프로에 온 두 선수는 순번처럼 출발에 좀 차이가 있었죠.
양희종은 시즌 시작부터 스타팅으로 팀의 주축 선수가 되었고, 김영환은 주로 식스맨 역할을 소화했습니다.
양희종이 특유의 허슬과 수비로 프로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고 대학 때부터 대표팀을 오가며 언론의 칭찬을 받으며 앞서갔지만,
그럴때면 어김없이 김영환이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며 양희종 거기서라를 외치는 것 같았죠.
지난 시즌 FA 자격을 얻었던 두 선수는 김영환 3억 5천, 양희종 6억으로 재계약하며 온도차가 확실한듯 보이지만,
그래도 둘 중 누가 더 나은 선수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아직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건 사실입니다.
프로에 와서도 잔부상이 많은 두 선수인데, 남은 커리어 부상 없이 꾸준한 모습 보여주어서 좋은 맞대결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김효범 vs 한상웅
앞선 이름값들에 비해 조금은 떨어지는 선수들입니다.
글을 쓰면서 많은 선수들을 고민하고 썼다 지웠다는 반복했는데, 그랬음에도 이 둘은 괜히 한번 언급해보고 싶더군요.
2005년 드래프트는 역대 가장 시끄러웠던 드래프트 중 하나였죠.
그 이유는 김효범, 한상웅 두 선수 때문이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교포 선수에게 신인 드래프트 자격을 준 것도 불만인데, 김효범은 심지어 드래프트장에 불참하기까지 했죠.
사실 당시 D리드에서 뛰고 있던 방성윤을 제외하고는 뽑을만한 선수가 없기도 했고,
몇년간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신인 선수들이 몇 없었기에 감독들은 차선책이자 로또 느낌으로 해외 동포 선수들을 뽑았습니다.
난리 속에 종료된 드래프트의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해선,
KBL은 신속히 두 선수의 신변에 대해 확실한 입장과 방향을 밝혀야했고, 두 선수는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야했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뚜껑을 열어보자 이 둘 모두 이루어지지 못해 많은 농구팬들은 리그와 동포 선수들에 대한 큰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두시즌간 20경기 정도를 뛰고 미국으로 돌아간 한상웅과는 달리,
그래도 김효범은 유재학 감독의 지도 속에 데뷔를 준비해갔고, 모비스 우승에 기여하며 FA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렸죠.
선수가 잘하자 그의 선수 신분에 대한 논란은 더욱 불거졌지만, 선수도 리그도 확실한 답변을 보여주진 못했었습니다.
현재 김효범은 유재학 감독의 우산효과가 사라지며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고,
장기간 한국 무대를 떠나있던 한상웅은 농구 선수의 꿈을 찾아 2군 드래프트를 통해 KBL로 다시 돌아와있는 상황인데,
한때 그래도 침체에 빠진 한국 농구를 구해줄거라 기대를 모았던 해외 동포 선수들의 끝이 그리 좋아보이지 못해 씁쓸한 마음도 드네요.
앞으로 뭔가 반전이 있을지는 물음표입니다.
오세근 vs 최진수
가장 현재 진행형의 라이벌입니다.
단순히 영향력을 가지고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오세근과 최진수의 차이가 적어보이진 않지만,
루키 시즌 때 오세근만 만나면 승부욕을 불태우며 펄펄 날았던 최진수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재밌는 대결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중앙대 농구 감독인 김유택 감독의 아들로, 일찌감치 농구를 시작해 미국고교 무대와 대학 무대까지 다녀온 최진수와 달리
오세근은 뒤늦게 농구를 시작해 학창시절 1년 유급을 해야할 정도로 출발선엔 차이가 많았던 선수였죠.
그렇지만 최진수가 미국에서 대학 입학 및 학점 이수 등으로 고전하는 사이,
오세근은 성실하게 성장하며(아주 시기가 같진 않지만) 국내 아마무대를 접수해갔습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3순위 최진수에 앞선 오세근은
신인왕을 비롯 챔피언 결정전 MVP까지 차지하며 확실하게 프로 커리어는 앞서가는 모습이죠.
본인 바람대로 최진수가 2010년 드래프트에 나왔다면 한팀에서 뛰었을 수도 있는 운명이었는데,
이번 상무에서도 그렇고, 이전 대표팀에서도 그렇고, 한팀에서 함께 뛸듯 뛸듯 제대로 뛴적 없었던 둘의 관계도 한 재미네요.
오세근은 조기전역으로 안그래도 농구인생에서 잃어버렸던 시간들을 극적으로 찾아왔고,
최진수는 이 때문에 뭔가 더욱 불타오르고 있는 느낌인데, 앞으로 좋은 라이벌로 두 선수 모두 성장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이정석이 양동근 라이벌일 때도 있었는데 최근 하는거 보면..후우..
한때는 국대에서도 이정석이 낫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지나고보니 갈수록 둘이 격차가 벌어지네요.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신선우감독이 아니었다면 이정석이 모비스, 양동근이 인삼공사로 갈수도 있었겠군요.
@섬마을 악당 양동근에게나 모비스에게나 좋은 선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ㅎ
잊힌 옛이야기를 다시 생생하게 기억하도록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시 읽어도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라이벌이라는 이름으로 균형감각 있게 써주셔서 더욱 좋았습니다. 다음에도 또 기대하겠습니다. 괜찮지요? ㅎㅎ
좋게봐주시니 감사합니다.ㅎ 짬짬이 글을 쓰고는 있는데 자주 게시물 올리기가 쉽진 않네요.ㅎ
오세근의 전역이 어찌보면 최진수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이번 농대 경기 결승을 보니 최진수는 붙박이 4번으로 매치업 우위를 이용한 골밑 득점과 미들이 좋던데... 물론 오세근이 있었다면 김현민 대신 오세근이 센터로 나왔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오리온스에서 최진수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한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본인의 노력 부족도 물론 있겠구요... 상무에서 다시 골밑 투쟁심 및 기술적인 부분을 배운다면 다시 루키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입대 전 모습을 보면 어깨 부상 후유증이랑 3,4번 사이에서 자기 농구를 완전 잃어버렸다는 느낌이었는데, 최진수는 상무에 잘 간 거 같습니다. 인터뷰 보니 이제 몸 아픈데가 없다고 하더라구요.ㅎ 이제 자기 농구를 잘 찾고 레벨업 해서 제대하는 일만 남은 거 같습니다.ㅎ
최진수는 3번으로 대성했으면했던 선수였는데..ㅠㅠ
승부욕이 있는 선수이니 방향만 잘 잡아준다면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골밑으로 가는게 좋지 않나 싶네요. 스트레치 빅맨으로.ㅎ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ㅎ
라이벌 이야기는 참 재미있죠. 선후배이지만 서장훈-현주협, 문경은-김영만-추승균, 이상민-신기성도 있었죠.
이왕이면 현역 선수들 위주로 쓰고 싶었어요.ㅎ 그리고 딱 라이벌이라기보단, 라이벌 아닌듯 라이벌 같은 선수들?ㅎ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ㅎ 믿고 보는 76다마님 글. -_-bb
읽다보니 역시 선수에게는 재능과 노력만큼이나 부상이 그 운명을 바꾼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네요.
유망주 선수들의 성장기 부상은 정말 치명적인 것 같아요.
연대에 방성윤이면 고대엔 김동욱이다!!! 라고 하던것도 생각나네요.
지금으로썬,, 그래도 김동욱이 승자가 된게 아닐까 싶습니다..ㅎㅎ
그때 참 많이 썼던 말이었지요. 연대 방성윤 고대 김동욱~!!
방성윤과 김동욱도 재밌는 이야기거리네요.ㅎ
뭔가 두 선수 모두 아쉬움이 남는데, 특히 방성윤은 너무 아쉽네요.
재밌는글이네요!! 이런 주제는 항상 흥미로운거 같습니다
심심풀이로 읽기 좋은 글을 써봤습니다.ㅎ 감사합니다.
이정석이 부상으로 인한 군면제가 아니었고, 상무를 다녀왔다면 지금쯤 어떤선수였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요즘 같아선 상무가는게 꼭 손해는 아닌 것 같아요. 이정석도 상무에서 몸관리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면 커리어가 또 달라졌을 수도 있겠네요.ㅎ
양희종은 챔결이후엔 윤호영과 라이벌구도인 느낌이네요ㅎㅎ둘다 수비를 우선시하는 선수들이라 더 그런것 같아요.
양희종과 윤호영은 확실히 KBL 공식 라이벌 중 하나죠.ㅎ
딱 라이벌이다 보다는 라이벌인듯 아닌듯 한 선수들 위주로 써봤습니다.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ㅎ
재밌게 잘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양희종 vs 김영환의 구도가 가장 흥미롭네요.
다른듯 같은 스타일과 커리어를 세워가고 있는 선수이기에 참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ㅎ
양희종 김영환 라이벌을 고교때부터 기대하며 지켜봤는데 지금 모습들은 그때 기대치에 비해 조금 아쉬운 모습이라 안타깝습니다, 전 둘이 거의 국대와 프로 포워드 라인 휘어 잡고있을줄 기대했거든요, 얼굴들도 잘생겨서 흥행도 될거라 여겼고, 무엇보다 부상으로 점프력이 사라진게 가장 아쉽네요.
지금 대학 라이벌 생각해보면....최준용vs 문성곤? 강상재? 이번 시즌 신인 이승현과 김준일은 커리어내내 비교당할테고. 이동엽vs 허웅도 있네요. 나이차 좀 있지만 김종규vs이종현도 오랜기간 라이벌리로 남겠죠.
아~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하나하나 정독해서 봤네요 ㅎㅎ 몰랐던 사실들도 있고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