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레아 보라뇨 알칸타라 회장·CEO 인터뷰
|
1970년 일본 도레이그룹의 연구자였던 미요시 오카모토는 한 소재에 대한 특허를 신청한다. 1972년 특허를 받은 해당 소재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레이그룹과 이탈리아 석유회사 ENI그룹이 함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다. 그 결과, 알칸타라(Alcantara S.p.A)가 탄생된다. 과연 얼마나 특별한 소재이기에 도레이그룹과 ENI가 손을 잡은 것이었을까. 이 소재는 한마디로 말하면 실크처럼 부드럽지만 내구성이 강하다. 주성분은 폴리에스테르와 폴리우레탄이다. 소재명 역시 `알칸타라`다. 그리고 알칸타라사(社) 외 그 어느 곳도 알칸타라 소재를 생산하지 않는다. 알칸타라 소재는 1976년 패션 액세서리에 적용되는 것부터 시작해 이후 자동차, 가구 등의 소재로 사용되며 시장을 넓혀갔다. 람보르기니, BMW,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 태블릿, 젠하이저 헤드폰 등에 알칸타라 소재가 사용됐다. 그리고 작년 가을, 알칸타라는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8과 갤럭시 노트8의 커버에 알칸타라 소재가 적용됐으며 국내에서 점차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알칸타라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1990년 알칸타라에 입사해 여러 부서를 거친 후 다른 곳에서 일하다 알칸타라가 적자 상태로 허덕이고 있을 때 CEO로 다시 돌아와 턴어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알칸타라 규모는 2017회계연도(2016년 4월 1일~2017년 3월 31일) 기준 직원 550명, 매출은 1억8720만유로(약 2498억4650만원)다. 지분은 도레이그룹이 70%를, 미쓰이그룹이 30%를 소유하고 있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지난 1일 이탈리아 로마 국립21세기미술관(MAXXI)에서 열린 `Arch―Archology` 전시에서 보라뇨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알칸타라에서 걸어온 길과 한국 기업들과의 비즈니스에 대한 말을 들었다. 보라뇨 CEO는 "알칸타라에 돌아왔을 당시 일부 직원들은 자사 제품 성숙도 때문에 회사가 망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는 반대로 사람들이 알칸타라 제품의 가능성에 대해 아직까지 사람들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직원들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 회사 턴어라운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라뇨 CEO는 말했다. 나아가 얼마 전 진출한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들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며 한국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다음은 보라뇨 CEO와의 주요 일문일답 내용. ―1990년 알칸타라에 입사한 후 2004년부터 CEO로 재직하고 있다. ▷알칸타라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과정을 거쳤다. 첫 시작은 종합품질관리(total quality) 부문이었다. 다음으로 물류(logistics), 마케팅과 세일즈, 재무부서에서 일을 배웠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회사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었다. 이후 뉴욕에 있는 회사로 자리를 옮겨 약 5년 동안 시간을 보냈다(보라뇨 CEO가 뉴욕에서 일한 회사 도레이 울트라스웨이드는 알칸타라의 모기업인 도레이의 또 다른 자회사다). 2004년 알칸타라의 CEO로 다시 돌아왔다. 당시 알칸타라의 상태는 매우 안 좋았다. 다행히도 회사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다시 성장했다(2009년부터 2014년까지 알칸타라의 영업이익은 3배, 매출은 2배가량 증가했다). ―뉴욕 회사로 갔을 때 처음으로 CEO가 됐다. ▷`일인자(number1)`와 `이인자(number2)`의 차이는 매우 크다. `삼인자`와 `사인자`의 차이와는 천지차이다. 특히 다른 나라에 있는 자회사의 CEO로 가는 것은 어깨가 매우 무거운 일이다. (무언가가 잘못되더라도) 다른 사람의 탓을 할 수 없다. 또한 미국, 그중에서도 뉴욕시에서 CEO로 일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미국 내에서도 뉴욕은 매우 비즈니스 중심(business-oriented)으로 돌아간다. 또한 변화가 굉장히 빨리 찾아온다. 한마디로 유럽 회사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운영된다. 나아가 나에게 도전이 됐던 일 중 하나는 각기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문화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는 다르다. 각기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해당 문화에서 온 사람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도전적인 일이었다. |
―이러한 문화적 교류의 도전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나. ▷몇 가지 과정이 있었다. 첫째,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다른 것은 (본인이)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둘째, 문화적 차이의 본질(nature)을 최대한 이해하려 해야 한다. 문화적 차이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개인의 가치와 연결된다. 예컨대, 미국인의 가치는 이탈리아인, 프랑스인, 한국인, 일본인의 가치와는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직원들을 관리할 때 매니저들은 모든 직원들을 똑같이 대할 수 없다. 일본인 직원을 관리하는 방법은 미국인 직원을 관리하는 데에는 잘못된 방법이다. 요약하자면 문화적 교류의 도전은 이런 가치와 대우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각 직원에게 적합한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과 교류를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도전과제였다. ―2004년 알칸타라에 돌아왔을 때 회사는 적자 상태였다. 턴어라운드를 이끈 가장 중요한 결정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회사에 대해 (직원들이)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당시 직원들 중 일부는 회사의 제품과 기술이 성숙해서 결국 회사가 끝날 것(going to die)이라 생각했다. 나는 이 생각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직원들이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알칸타라 소재의 가능성(potential)에 대해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나타난 상태라고 나는 진단했다. 알칸타라 제품의 (아직 나타나지 않은) 가능성을 터트리는 방향으로 회사가 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알칸타라 제품의 `포텐셜`을 사람들이 알지 못해 이 가능성이 아직 터지지 않았다는 방향으로 직원들의 관점을 바꾸고 그에 맞게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과거 보라뇨 CEO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알칸타라 브랜드에 대한 포지셔닝이 잘못됐다고 회상했다. 알칸타라가 기능성 브랜드만으로 포지셔닝됐던 것이 문제였다고 그는 고백했다). 내가 돌아온 후 첫 18~24개월 동안은 매우 힘들었다. 그렇지만 결국 어둠의 터널을 나와 빛을 보게 됐고 계속 성장하며 여기까지 오게 됐다. ―사업을 턴어라운드하는 것에는 리더십 역시 중요하다. 자신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옆에 있던 알칸타라 관계자에게) 내 리더십은 어떤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가(웃음). 내 직원들에게 묻는 것이 더 적합한 질문 같다. 나는 토론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높은 목표(ambitious goal)를 갖고 있다면 평범하게 일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평범한 일을 할 수 있다. 평범하게 일을 한다면 그저 그런 결과를 볼 것이다. 그러나 대단한 일을 하고 싶다면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고 현존하는 규율(rules)에 도전해야 한다. 회사에 있는 대부분의 규율은 맞는다. 그러나 바꿔야 하는 규율 역시 있다. 이렇게 변화해야 하는 규율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이를 바꿔가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열린 생각(open mind)과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 역시 중요하다. 직장 동료들이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들이 토론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 | 이탈리아 국립21세기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Arch-Archology` 전시회에 진열된 디자이너 난다 비고의 작품들. 모든 작품은 알칸타라 소재로 만들어졌다.(사진 위) 이탈리아 네라 몬토로에 위치한 알칸타라 생산공장에서 직원이 소재를 1차로 확인하고 있다. 알칸타라 소재는 총 3번 수작업으로 확인된다. [사진제공 = 알칸타라] | | |
|
―회사가 실수를 하면 만회하기 힘들겠지만, 실수가 없다면 성장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실수에 대한 의견은. ▷회사가 실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 물론 실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특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혹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 오퍼레이션에 변화를 주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다면 괜찮다. 이런 과정에서는 실수가 일어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실수하지 않는다면 앞서 말했듯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 중요한 점은 실수를 한 뒤 어떠한 조치를 내리는가다. 실수한 뒤에 회사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언가를 시도했는데 그것이 효과가 없고 (실수로 나타난다면)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바꿔야 한다. 그러나 저지른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실수한 것에)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당신이 저지른 실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나 역시 수많은 실수를 했다. 하나를 예로 들자면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하는 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평소에 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잘 판단한다. 그렇지만 가끔 다른 사람들의 단점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을 잘하다가 2~3년 후 해당 직원의 단점이 나오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야 한다. ―알칸타라는 작년에 공식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에 론칭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국 사람들이 알칸타라 제품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예로 알칸타라의 핵심 가치인 `100% 메이드 인 이탈리아` 디자인, 스타일을 한국 사람들이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칸타라 제품은 매우 높은 퀄리티의 제품이다. 이는 디자인에 대한 수준이 높고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소비자에게 어필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리고 알칸타라가 이탈리아 브랜드라는 점도 한국인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여겼다. ―한국 회사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그렇다. 이미 삼성과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8 시리즈 커버가 알칸타라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현대·기아자동차와도 협력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구 업체에서도 연락이 점차 많이 오고 있다. 따라서 향후 1~2년 안에 알칸타라 소재가 자동차, 정보기술(IT) 산업 외 다른 산업에서도 사용돼 선보여질 예정이다. 한국 파트너사들은 우리와 일하면서 자사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생각한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4` 광고 영상을 보여준 후) 우리는 이 마이크로소프트(MS) 광고를 찍는 데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MS는 알칸타라 소재로 만들어진 노트북PC 타입커버(키보드 커버)를 내세워 자사 제품이 더 좋아 보이게 만들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성과와 기술만을 갖고 경쟁하지 않는다. 감성(emotion) 역시 중요한 경쟁 요소다(알칸타라 제품을 사용해 감성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알칸타라는 다수의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했다(알칸타라는 패션 디자이너 아서 아베서, 리베카 모지스, 건축가 겸 디자이너 난다 비고 등과 협력한 바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디자이너, 예술가들과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나는 한국의 디자인과 품질 수준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협업해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앞서 알칸타라 제품은 100%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고 밝혔다. 디자인과 제조를 이탈리아에서만 하는 이유는. ▷우리가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이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칸타라는 `최고의 이탈리안(Italian Excellence)`을 실현하는 제품이다. 우리가 고집하는 것은 `최고`다. 이는 우리 회사명이기도 한 `알칸타라(Alcantara)`의 의미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예외 없이 최고를 보여주자(Excellence with no exceptions)`는 뜻인 알칸타라는 최고를 보여주는 것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우리가 디자인하는 제품, 그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 파트너사를 선택하고 그들과 협력하는 방식까지 최고를 선사하겠다는 신념을 지켜가고 있다. 우리의 지역별 매출을 보면 유럽이 60%, 미국이 10%, 중국이 17.2%를 차지하고 있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에서 생산을 하면 어떻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100%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제품 생산을 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게 되면 이탈리안 럭셔리 브랜드의 파워가 큰 아시아와 미국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또한 값싸게 생산해 많은 물량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알칸타라의 사업 전략에는 부합하지 못한다. ―이탈리아 기업들을 생각하면 `디자인`이 떠오른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기업들은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그 예로 삼성은 매우 훌륭하게 브랜드를 만들었다. 나는 한국(기업들)이 아직도 성장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경영 역시 알칸타라 비즈니스의 주요 부문 중 하나다. ▷그렇다. 알칸타라의 무기는 탄소중립성이다. 2009년 생산 과정을 개선해 최종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을 `0`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 결과, 민간 감독기관인 기술감독협회(TUV SUD)에서 탄소중립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1년부터는 단순히 생산 과정뿐만 아니라 제품이 유통·사용·폐기되는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있다. 알칸타라에 지속가능성은 또 다른 기회이며 핵심 경쟁전략이다. 2017년 회계연도 기준 총 투자액인 약 2800만유로 중 700만유로를 지속가능성 관련 활동에 썼다. 2018년 회계연도의 예상 투자액은 5400만유로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87%는 지속가능성 절차 혁신에 사용될 계획이다. 앞서 말한 탄소중립성 실현 계기로 알칸타라의 브랜드 가치는 14배 높아졌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지속가능한 미래에 도움을 준다는 만족감을 줬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순히 브랜드 가치 상승을 목표로 지속가능경영을 펼치지 않는다. 지속가능경영은 사회적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래서 알칸타라의 핵심 가치로 두는 것이다. ―향후 계획은. ▷앞으로 4~5년 안에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중요한 계획을 세웠다(지난해 알칸타라는 생산량을 증대하기 위해 5년에 걸쳐 생산시설에 3억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알칸타라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와 지속가능한 브랜드로서 더 성장할 것이다. ▶▶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은… 이탈리아 제노바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보코니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알칸타라에 입사한 뒤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1998년 미국 TUA의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2004년 적자였던 알칸타라에 CEO로 돌아와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를 했다. 2006년부터 알칸타라 회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