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붉었던 바람
어둠을 틈타 북적이던 소란도 잠잠해졌다 . 붉은 의례복으로 용문전 정관도 그빛을 따라 물들어갔다.
시녀들중 음악을 할줄아는 것들은 풍악을 울리며 신랑신부를 맞이할 준비로 붐볐으며 , 의례식 도중에
쓰러진 '운후'에 대한 이야기도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 친권들은 저마다 예고 했다는듯 화려한 손동작으로
정권을 계획해 나갔다 . 다시금 여인은 무겁고 습한곳보다 더 깊은 인식속에 갇혀버렸다 .
「 한가지만 말씀드려도 될까요 . 」
술잔을 들이키던 사내의 손이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정직되어 멈춰 버렸다 . 충혈되어 핏기가어린 동공을
제법 떠놓고는 무거운 숨을 겨우겨우 풀어놓았다 .
「 무엇......인지 알수있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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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왜 이곳에 서있는지 잘압니다 . 두분의 비밀까지도 ‥ 」
「 ....... 」
미간을 심하게 일그러진 사내는 한손으로 이마를 죄며 고개를 돌렸다 . 오랜 정막을 깨고 여인은
여유 스럽게 사내를 주시하며 술잔을 따랐다 상아빛 술잔을 조심스럽게 쓸어보던 여인이 그 술잔을
목으로 넘겨흘렸다 . 그리곤 턱을 살짝 들여올려 다시금 입을 열었다 .
「 그 뒤에 이어질 말을 궁금해 하지 않으신듯 합니다 」
「 해보아라 . 니가 알고있는 사실들을 다 털어놓아보아라 . 」
「 본래 , 소저의 언니인 자완운후는 실수로 석녀[石女]가 아니옵니까 , 」
「 게다가 몸까지 약해서 , 아무리 노력해도 두분 내외사이에선 후사가 생길턱이 있겠나이까 」
「 이사실을 만일 '친권' 귀족들이 안다면 , 여태까지 쌓아 올린 폐하의 정권은 」
「 일순간에 무너져버리겠죠 , 그러면 여태까지 제위한 '왕권'은 처참히 밟히게 … 」
한순간 큰 바람이 불었다 . 사내는 여인의 허리춤을 잡아 올렸다 . 순간 당황한 여인이였지만
코웃음을 한번치고 고개를 들어 올려 사내를 바라보았다 .
「 더이상 , 듣기엔 거북하신가 봅니다 ? 」
「 그렇다면... 너의 임무를 알게되겠군 」
「 하하하하...... 그래서 . 그래서 그 임무를 다하고자 이자리에 있는것이 아니겠사옵니까 」
「 ..... 다만 조건은 ... 」
「 그 임무를 수행한뒤 소저를 놓아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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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잡은손이 힘을주어 떨리기 시작하였다 . 사내는 순순히 눈을 감는 여인의 입을 덮었다 .
스르르 풀린 동공은 이내 긴장을 풀기시작하였다 .
* * *
아쉽게도 새벽이 다가왔다 . 습한곳에 자리잡은 여인은 본능적으로 눈을 떳다 온자만의 침상은
우울하던 날 을 더울더 우울하게 , 또한 깊이 패인 그리움이란 자리를 더욱더 패고있다 .
이미 식어버린 다기잔을 부르르 움켜쥐며 차가운 액체를 한모금 삼켜버렸다 . 인생이란 이런것일까
식어서 냉정을 찾은 차 처럼 18세라는 피는 나이에 냉정과 인정을 찾아야했던 이 소녀를 책임이라는
압박감이 피치못하게 가두고 삼킨것이 아닐까
「 어제 왜 내가 쓰러졌었지 」
「 원래 자주있던 일이 아니온지요 」
「 귀족들 사이에서 날 의심하지 않을까 ? 」
안탁까운 미소를 지으며 비단수건으로 여인의 식은이마를 닦던 시녀는 깊은한숨을 일순간에 토해놓곤
입을 곱씹으며 괜시리 창가를 바라보며 벌써부터 뜨기시작하는 이글거리는 태양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 보십시요 ! 사혼의 태양이 어김없이 뜨고있습니다 ! 」
「 그러면 뭘하겠는가 저 태양은 일순간의 어둠에 밀려 져 버리는 것을 . 」
* * *
검게 풀어해친 칠흙같은 머리결이 태양에 의식해 부스스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 머리를 올려 치장을하고
옷도 골르며 한껏여유를 발산하였다 . 상쾌하도다 참으로 상쾌한 아침이로다 고개를 까딱이며 예의인사를
대충 치른 여인은 무예연습에 정신이 나간 사내를 곁에서 지켜보다 비웃뜻 꼬으며 다가갔다
「 어찌하여 일국의 군주의 칼솜씨가 이리도 형평없으시옵니까 」
「 꼭 밥하는 아낙네 같나이다 폐하 . 」
칼을 오른쪽으로 잠시 휘둘르며 칼집에 가지런히 꼿아놓곤 사내는 옆에놓인 칼집을 여인에게 건낸다
자연스러게 낙아첸 여인은 긴 머리칼을 바람결에 풀어해치곤 붉은 끈으로 조이게 묶었다
칼을 꺼내 태양에 빗대어본다 가늘고 긴 이 장검은 괴의한 광채를 내며 바람에 이끌려 갔다
칼을 기본적으로 휘두른 여인이 사내에게 칼을 겨누었다 . 초지일관 무표정에 사내가 여인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
「 오라. 」
무겁게 뱉은 말은 바람결에 알랑거려 분산되어 정신을 몽롱히 만들었다 . 조소한 웃음을 짓던 여인이
기회를 탐하다 , 달려가 칼을 겨누었다 . 잠시 사내가 밀리는듯 하였으나 방심하던 틈을타 전새가
역전되었다 하늘과 땅을 오가며 경렬히 싸우던 두 사람은 소리없이 칼을 휘둘렀다 . 이윽코
여인의 칼이 부드러운 모래 바닥에 박혔다 . 사내는 여인에 목을 칼로 겨누며 가파른 숨으로 말하였다
「 이 만하면 밥하는 아낙네 보단 낫질 않는가 ? 」
「 아직은 부족하신듯 하옵니다 폐하 . 」
입술을 물며 여인은 사내를 냉정하게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고 피식 웃어버렸다 . 사내도 칼을 칼집으로
돌려보냈다 . 땀으로 흥건한 손으로 여인에게 손을 내민다 그 손을 망설이다 잡은 여인은 사내에
이끌림으로 스르르 일어났다 .
* * *
「 무예는 어디서 익혔는가 , '운후관'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무예는 교육받지 아니하였을 텐데 」
「 본래 소저는 운후에 뜻을 두지 않이하였사옵니다 . 」
「 괴짜같은 성격이라 무예 며 다른 잡술[雜術]을 익혔나이다 」
다시 예복을 차려입은 두 남녀가 시녀들이 날라주는 진수성찬을 앞에두고 경계심으로 가득찬 눈으로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였다 . 그들에 사이가 어찌나 어색하던지 한마디를 띄곤 다시금 침묵으로
잠기다 다시 말하곤 다시 침묵으로 잠기곤 하였다 . 여인이 앞에놓인 오리고기 한점을 접시에 올려놓고
옆에 놓인 나물을 올려놓고는 물을 한모금 마시고 실룩거리며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 자유스러웠던
새는 인간에게 잡혀 길드려지려고 한다 . 거부하려고 해도 그것이 본래 그런터라 익숙하지 않은 터이지
알게모르게 길들여지고있다 .
「 아직... ... 소식은 없는가 ? 」
고개를 박고 음식을 먹던 사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 음식을 곱씹던 여인은 동공을 크게뜨고
사내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다가 고개를 다시들어 나즈막히 말을 꺼냈다 .
「 초야[初夜] 를 치른뒤 바로 소식이 있겠나이까 」
「 그렇던가 ... 」
「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
「 17. 운후폐하 보다 한살 손아래이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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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와 소저는 분명 어젯밤 초야를 치룬 몸인데 서로의 이름만알뿐 ..... 」
「 그 이외에 아는건 아무것도 없었군요 . 」
「 .... 그렇군. 」
「 이번엔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
「 언니와 초야를 치룬후에도 이러셨습니까 ? 」
「 ‥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 」
# 5 18. 시들고있는 육신
횡한 아침이로다 어둡고 습한 이곳은 귀족들의 감시를 피하기위한 무화궁[無花宮] 앞전에 진수성찬을
눈앞에 두고 식사를 하던 그들과 다르게 여인은 간장으로 간을한 죽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었다
이도 넘기기 힘들어서 몇숟갈을 입에 댈뿐 작은 그릇을 비우지는 못하고 입을 닦을 뿐이였다 .
그리고 항상 그랫듯 우울하게 창문을 바라보았다 . 그날.... 왜 혼절하였을까 여인의 의문은 아직
미궁이였다 . 혼절하고 싶지 않았는데 붉은 옷을 입었던 소녀를 웃으며 보고싶었는데
너무나도 사무치게 보고싶고 그리웠던 소녀였는데 베일에 가려져 잠시 정막을 벋어 헤친 소녀를..
이제 제법 숙녀의 향기가 나던 소녀를.... 자세히 .... 보고싶었는데 ........
「 나는... 왜그럴까 」
무허한 허공에 매이는 목소리로 조용히 읆었다 . 16. 무황의 나이 18 로 초면으로 혼례를 치루었고
갑작스럽게 병을 얻은터라 쉬쉬 하는 분위기에서 여인은 끌리듯 이곳으로 왔다 . 애초에 모든 국모들이
그랫듯 애정스러운 남편의 사랑을 얻을 수는 없었다 . 사내는 공식적인 '운후'로 여인을 대하였을 뿐
보통의 여자로 다루지는 않았다 . 사랑으로 믿음으로 진실로 , ....
여인이 이곳으로 왔을 땐 몇일만에 사내가 찾아와 손을 부엉켜 잡으며 ' 미안하오 ' 라는 말을 남겼을때
왜 그렇게 서운 하였을 까 , 우물거리는 입을 뒤로한체 눈물이 따뜻하게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
「 미안하다고..... 하지말고.... 사랑한다고.... 그말을 대신 메꾸어 주시지... 」
여인의 존재는 점점 잊혀져 간다 , 어둡고 외진 이곳처럼 점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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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