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병원을 빠져나오는 길에 성국은 씩씩 거리는 콧김을 내뱉었다.
왜 자꾸 남자들이 그녀에게 꼬이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짜증이 날 뿐이였다.
성국은 운전을 하며 주영에게 투덜거렸다.
"내가 성인 아가씨 때문에 한 10년은 더 늙어 가는것 같애.
왜 자꾸 남자들이 가만히 두질 않나?"
"치~ 내가 매력이 있는 걸 어떡해요."
"흠흠 말을 잘못했군....."
"뭐예요?"
주영이 입술을 내밀며 성국을 흘겨보자
그는 씩씩 거리며 차를 주영의 가게 쪽이 아닌, 시내쪽으로 돌렸다.
주영을 데리고 어디론가 갈 모양이였다.
주영은 가게 방향이 아닌 다른 쪽으로 차를 모는 성국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보며 물었다.
"어디가요?"
"백화점."
"백화점은 왜요?"
"가방 사주라며?"
"네?"
벌써 가방을 잃어버렸다가 찾은것만 해도 3번째..
매일 가방을 놓고 다니는것 같아 민망함에 내뱉은 말일뿐인데..
정말로 사줄 모양인지 백화점으로 가고 있다는 성국의 말에
주영은 운전을 하고 있던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말했다.
"됬어요. 그냥 해본말이예요."
"사줄게. 작은 손가방 하나 달랑 들고 다니는거 항상 신경쓰였어."
자신의 손에 얹어진 주영의 손을 꾹 쥐며 성국은 계속 운전에 집중했다.
"그럼 비싼거 고를거예요."
"알아서 해. 대신 절대 잃어버릴수 없는 걸로 사."
"치 돈도 없으면서...히힛."
주영은 베시시 웃으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성국에게 립스틱이나 옷 선물을 받은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자신이 졸라서 얻은적은 없었던 터라 더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주영이 웃자 성국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비적 거리며
백화점 안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무언가를 사줄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행복이였다.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주영때문에 어쩔수 없이 자신의 회사가 아닌
타회사에 소속된 백화점에 방문하게 된 성국은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항상 차안이나 그의 오피스텔.. 혹은 샌드위치 가게가 데이트 장소의 전부였었는데..
오랜만에 그와의 나들이가 신이 났는지 주영은 이리저리 웃음을 뿌리고 다녔다.
성국은 그 와중에도 타사 백화점을 견제하는 듯 이리저리 훑어 보며
그녀를 악세서리 코너로 이끌었다. 악세서리 코너안에는 가방을 파는 점포가 마련되어 있었다.
주영은 안으로 들어서며 가방을 이리저리 훑어 보다 가격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명품코너도 아닌것 같은데.. 1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가방들..
주영은 성국의 손을 잡은채 나가자는 제스츄어를 취해보지만
성국은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가방을 들어보이고는 어떠냐고 물어온다.
주영은 난감함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고개만 도리질 치고는
그의 손에서 가방을 빼앗아 제자리에 두며 작게 속삭였다.
"너무 비싸요. 나가요."
"왜 그냥 사."
"시내 가판대에서 만원주고 사는게 낫겠어요."
주영이 가격에 혀를 내두르며 나가려고 하자 성국은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
"뭐 어떤가? 어서 골라."
"왜 그래요? 돈도 없으면서..."
"성인 아가씨 가방 하나 사줄돈은 있어."
"억지 부리지 말고 나가요. 돈 몇십만원이 누구집 개이름이예요?"
"앞으로 우리집 개이름을 십만원이라고 부르도록 하지. 성은 십 이름은 만원."
"아 진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나가요."
주영이 자꾸만 나가려고 하자 성국은 어쩔수 없는 얼굴로
점원으로 보이는 여성의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가장 잘 나가는 걸로 하나 주세요. 아참 몸에 묶어 버릴수 있는건 없나요?"
"네??"
"흠흠 그냥 예쁜걸로 하나 골라주세요."
"아...요즘 이런 스타일이 잘 나가요."
"아얏. 왜 꼬집나?"
점원이 물건 하나를 골라주자 가격표를 본 주영은 새하얗게 얼굴이 질린채로 성국을 꼬집어 본다.
하지만 끄덕도 하지 않는 성국은 그 가방을 주영의 몸에 대 보더니
예쁘다며 주영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며 덜컥 가방을 계산해버린다.
뾰루퉁하게 흘기는 주영의 눈을 한손으로 뭉게버리는 성국은
유유히 점포를 빠져나가며 주영이 혀를 한번 더 내 두를 만한 말을 꺼냈다.
"만원이도 사러갈까?"
"네?"
"우리집 개.. 십만원이 사러가자고..."
"아씨. 민성국씨 장난 그만해요.."
"훗. 오늘 돈 좀 썼으니 십만원이는 나중에 사도록 하지..."
성국의 어이없는 말에 주영은 두손 두발 다들었다는 듯 대꾸도 하지 않았다.
##
왠지 모르게 몸이 나른해오는 오전,
가게 문을 연 주영은 기지개를 한번 펴보며 밀려오는 잠을 이겨내 본다.
어제 성국과 밤 늦게까지 야간 데이트를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잔 탓에
그녀는 연신 하품만 하며 시계를 훔쳐보고 있었다.
어느새 12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며 주영은 성국을 떠올린다.
예전엔 점심시간만 되면 꼬박꼬박 가게를 찾아 왔었는데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점점 뜸해지더니
이젠 점심시간이 되어도 찾아오지 않는날이 더 많아진 성국이였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치.."
주영은 괜히 입술을 툭 하고 내밀어 보며 어제 성국이 사준 가방을 바라본다.
사줘서 가지고 다니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그녀에겐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였다.
주영은 옆에 놓인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익숙한 번호를 찍은채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만을 기다리는 그녀는 설레이기만 했다.
하지만 한참동안의 긴 통화음 끝에 들려온 목소리는 그가 아닌 낯선 여성의 목소리 였다.
주영은 놀랐는지 아무말도 하지 못하다가 이내 숨을 죽이며 말했다.
"저기 민성국씨 폰 아니예요?"
[아. 사장님 잠깐 동생분 병원에 가셨어요.]
"아아...저기 그런데 뭐라고 하셨어요? 사..사장님이요?"
주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로 낯선 여성에게 물었다.
분명 자신의 귀에 사장님이란 단어가 들렸던것 같은데.. 사장이라니..
그러자 낯선여성은 당연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네 사장님이요. 저는 사장님 비서이구요.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
"저기.. 민성국씨 말하는거 맞아요? 자...잘못 걸었나 봐요. 민성국씨 사장님 아닌데..대린데.."
[네?]
"죄송합니다. 끊을게요."
뚝...
분명 성국은 말단 대리다. 대리.. 대리..
주영은 자신이 잘못 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분명 잘못 들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의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오기 시작했다.
성국이 사장일리가 없다.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망설이다
이내 감정을 추스리며 어제 성국이 사준 가방을 든채로 밖을 나섰다.
병원에 갔다는 비서의 말에 병원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였다.
택시를 잡아 타면서도 주영은 떨리는 맘을 어찌 할수 없었다.
병원으로 가는 잠깐동안의 시간이 그녀에게 몇년같이 길게 느껴졌다.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당장 성재의 병실로 향했다.
거기 가면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말단 대리 성국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주영은 숨도 쉬지 않은채 비상계단을 뛰어 올라가 병실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노크를 하려고 하는데..
살짝 열려 있는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성국과 성재의 대화소리에
그녀는 노크를 하려다 말고 숨을 죽여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헐..정말? 그럼 그 귀여운 누나가 그 누나란 말이야?"
"그래 그러니까 눈독 들이지마."
"우와. 이거 완전 영환데...그 누나도 알아?"
"뭘?"
"처음에 형이 누나에게 나쁜맘 품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던거.."
"미쳤어 그런걸 말하게? 당연히 모르지. 아직 내가 말단 대리인줄 알고 있는데..."
의도적? 성국이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그것도 나쁜맘을 품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버렸다.
자신의 모든걸 내어줄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니..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면 뭘 원하는 걸까? 자신은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여자일 뿐인데..
주영은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으며 그들의 대화를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벌컥 문을 열었다. 갑작스런 주영의 등장에 성국도 성재도 놀란 듯 그녀를 바라봤다.
"어? 성인 아가씨.."
성국은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주영의 눈은 오직 미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민성국씨!! 나한테 의도적으로 접근했어요?"
"뭐?"
"왜? 왜 의도적으로 접근했어요?"
"들었어? 아...아니야. 오해야!!"
"다 들었어요. 변명하려고 하지 말아요!!"
"서...성인 아가씨"
"그리고 민성국씨 사장이예요?"
"뭐...뭐라고?"
"대리가 아니라 사장이냐구요?"
"하아..그게..."
주영은 눈물을 떨구어 내며 원망어린 시선으로 거칠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차마 성국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할정도로...
"다 거짓말이였군요. 내게 했던 말들.. 다 거짓이였어요.
대리라고 했던 것도. 날 사랑한다고 했던 것도 다 거짓이였어요.
하긴 의도적으로 접근한 여자에게 진심이 어디있었겠어요?"
"그런게 아니야."
"하아 이제 알거 다 알았으니 우리 그만 만나죠."
"싫어."
"거짓말 하는 사람이랑 사랑하기 싫어요. 우리 헤어져요."
"안돼. 싫다고 했어!!"
툭
주영은 어제 성국이 사준 가방을 땅에 떨어뜨리며 말했다.
"사장님이라서 이런 가방을 그렇게 쉽게 살수 있었나 봐요.
돈 없는 대리인척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어요?
난 그것도 모르고 민성국씨 앞에서 돈없다고 투덜거리기나 하고..
돈 없는 대리라고 비싼거 못사게 할때 내가 참 우스웠겠죠?"
"아니야. 윤주영 진정해!! 그런게 아니야. 내가 다 설명할게. 어쩔수 없었어."
"됬어! 변명하지마. 이제 끝이니까..."
"주...주영아!"
언젠가 이런날이 올거라 생각을 하지 못한것은 아니였기에
그 전에 자신의 입으로 주영에게 말해주려 미루고 미루었던 거짓들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터져버리자 성국은 정신없이 그녀를 따라 나갔다.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은채로 자신의 앞에서 사라져 버린 그녀를 그대로 둘순 없었다.
그녀가 품에 없으면 그는 한낱 시체와도 같았다.
어느새 그녀라는 아편과 같은 마약에 중독 되어버렸으니...
*오랜만에 빨리 담편 올렸네요.^^항상 늦게 늦게 올렸능데;
하하하;; 사악해졌다고 버럭!! 하지 마세요 ㅎㅎㅎㅎ |
이렇게 돼면 안돼는뎀... 다시 잘 됐으면 좋겠네요//
전 사악모드 좋아요 > _ < ㅋ 사악사악 ^ ^ 근데 참.. 주영이가 말을 심하게 했넨요 ~
어머 으뜨카냐잉 =_= 가끔씩 이런 사악모드도 좋은거 같군요.
ㅠ_ㅠ 머야머야~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