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람들 [김유림]
사람들은 바다가 보이는 집을 지나 사람들을 지나 걷
고 있다 사람들은 앉아서 사과를 나눠 먹고 있다 사람들
은 달리고 있고 사람들은 차에 올라타고 있고 사람들은
헤어지고 만나고 있고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고 있다 사람들은 사람들을 지나 바다가 보
이는 집을 지나 다가오는 사람들을 지나친다. 사람들은
차에서 사람들을 보고 그러나 기억하지 못한다. 겨울이
고 그러나 사람들은 걷는다. 겨울과 겨울의 바다는 여기
에서만 보인다. 겨울도 보고 겨울의 바다도 보려면 이곳
으로 와야만 한다. 이곳으로 오기 위해 사람들은 일어서
서 걷고 걷다가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잊어
버린다. 그리고 생각이 나면 오겠지 잊어버린 사람들. 잊
어버린 사람들은 그러나 겨울이 오면 겨울도 보고 겨울
의 바다도 보려고 바다가 보이는 집을 지나 공영 주차장
으로 올라간다. 공영 주차장은 언덕 위에 있어 무조건 올
라가야만 한다
- 세 개 이상의 모형, 문학과지성사, 2020
첫댓글 저도 사라지기 전에 바다도 더 보고 詩民들도 더 뵙고 그렇게 지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