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보는 법
어제 서울대병원에서 조찬 모임을 마치고
나오던 길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도로를 건너서
반대쪽 길을 따라 병원 경내를 걸었다.
반대쪽에서 보니 예전에 미처 못 보던 건너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병원 경내에는 수백 년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평소 종종걸음으로 강연장을 오가다 보니
은행나무 고목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제대로 그것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반대쪽에서 바라보자
은행나무의 전체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사물의 전모를 파악하려면
그곳에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가로로 보면 고갯마루, 옆에서 보면 봉우리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제각기 다르구나
여산의 참모습 알 수 없는 것은
이 몸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라네
송나라 소동파가 쓴 ‘제서림벽’이라는 시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이다.
너무 깊고 유원해서
참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움을 비유해 일컫는 말이다.
산속에 있으면 산의 참모습을 알 수 없듯이
어떤 것이든 그 속에 머물러 있으면
그것의 실상을 깨닫기 어렵다.
우리가 신봉하는 사상이나 이념도 마찬가지다.
만약 어떤 이념에 심취해 있으면
그것의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리기 어렵다.
그곳에서 한 걸음 나와야
비로소 객관적인 성찰이 가능하다.
비단 전체주의 체제나 사이비 신앙만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믿고 따르는 정치 편향도 그러하다.
우리 삶 역시 다르지 않다.
자기 삶 속에 빠져 바쁘게 쫓아다니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기 어렵다.
삶의 참모습을 깨달을 수도 없다.
그러니 한 걸음 벗어나 내 삶을 바라보자.
도로 반대쪽에서 건너편 은행나무를 본 것처럼.
fb / B .Y K
첫댓글 해외여행을 자주하면 우리 자신을 비판할 수 있어요. 특히 싸움 구경해 보면 자신을 반성할 수 있어요. ^^
맞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겐 여행이 필요하다고 하죠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말라는 뜻이 겠지요
그래서 일본에선 여행을 "생명의 세탁"이라고 표현들을 하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