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로 모처럼 1박 2일이란 시간을 만들었다. 28명이 참석하였으니 대단한 성과이다. 몇몇 친구는 몸이 매우 불편한데도 참석하여 모임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참 그 성의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시간 맞춰 참석한 친구들은 신라의 왕들이 잠든 무덤 옆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고분을 산책했다. 해가 어둑어둑 해질때까지 우리는 천년 전 신라의 젊은이들이 밀회하는 기분으로 산책했다. 해는 저물어 가고…….
저녁 7시경에 동궁과 월지(구 안압지)로 향했다. 당시의 경주에는 17만 가구였다고 하니 최소 110만 인구가 살았던 도시이다. 천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월지에 모여 있었다. 이곳 월지는 어느 곳에서 봐도 호수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바다와 같이 끝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황홀한 야경에 시간을 많이 놓쳐버렸다. 다음 코스가 월정교이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사실 월정교는 신라 35대 경덕왕 때 창건되었으나 그 규모가 대단하다. 월정교 옆에 유교(남천교:돌다리)가 있는데 여기서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이 얽힌 이야기는 시대를 넘어 사랑의 상징이 되고 있다.
예정시간 숙소에 도착했고 모두 건강한 모습에 축배와 동시에 기타연주가 시작되었다. 잔잔한 멜로디는 친구들의 심장을 녹을 정도의 매혹적이었다. 특히 ‘옛 시인의 노래’를 연주할 때 나는 혼을 놓고 감상했다. 친구의 훌륭한 라이브 덕택에 놀이문화 품격은 한층 더 상승하였다고 하겠다. 어느 초등학교가 이렇게 훌륭한 문화를 연출할 수 있을까? 명문 초등학교의 저력이다. 상용친구의 기타리사이틀은 한 차원 높은 품격있는 문화였다고 자평하고 싶다. 아침에 백제의 석공 아사달과 그녀의 부인 아사녀의 사랑이 담긴 영지 못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성호 리조트에서 준비한 아침 식사를 했다. 이어 천년의 숲에는 숲 해설사 윤성남 선생님의 안내로 우리는 수목의 종류와 특징, 그들의 성질 등을 배웠다. 윤 선생님은 나무의 출연 시기와 인간의 출현 시기를 적절히 설명하시며 감동 어린 예화를 해 주셨다. 사실 그렇다. 숲의 출현은 35억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았고 지금도 묵묵히 지구를 지키며 변함이 없건만 인간은 너무나 변화무쌍하다. 인간은 호모사피엔스 기준으로 치도 고작 30만 년 정도밖에 안 된다, 1억 년도 안 되는 인간이 35억 년을 넘게 살아온 나무를 무시하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중국 춘추시대 노자라는 사람은 일찍이 ‘도법자연’이라고 외쳤다. 이 말은 ‘도는 자연을 본받아야 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회자 되고 있는 말인데 정말 기가 막히는 말이 아닌가?
오늘 여행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한다.. 옛 속담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다. 여기서 옷깃은 소매가 아니고 바로 목카라이다. 옷깃이 스칠 정도의 인연이라면 최소 껴안아도 부담이 안 될 정도의 사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인연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행복한가. 그런데 사실 인연은 ‘운명’이고 관계는 ‘노력’이다. 운명적으로 만난 좋은 인연을 나의 관계 소홀로 깨지는 예를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본다. 이런 좋은 인연을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 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노력’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내가 2프로 부족해 주면 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월은 너무 빨라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보고싶은 사람 자주 볼 수 없는 세월이다. 신도 잡을 수 없는 쏜살(쏜 화살)을 누가 잡을 것인가? 그냥 오늘같이 부담없이 만나 즐기는 것이 무릉도원 세상이 아니겠는가. 친구들 덕택에 참 행복한 시간 보낸 성환이 한 자 쓴다.
첫댓글 카페지기 성환님은 여전하군. 우리 모교의 영원한 보배야. 23회 후배님들 몇몇은 面이 있기도하네. 지속적인 만남을보니 부럽기도하이~~~
선배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