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놉시스 원작은 성에 대한 기억과 경험에 대해 200여 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이번 무용 공연은 총 7개의 신으로 구성어 있고 7개의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엮어진다. 버자이너에 대한 잘못된 신화와 수치심, 두려움, 공포를 드러낸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전쟁으로 강간당하고 상처 입은 여성들, 30~40대 중산층 여성,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70대 할머니, 여성성을 찾은 할머니, 출산 등에 관한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연결한다. 6월 21~22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15세 이상 관람가 A석 1만원 B석 5천원 T. 606-6346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지금까지 감추고 터부시 해 왔던 여성 신체의 일부분인 성기에 관한 이야기를 남이 아닌 나의 관점으로, 나에게 이야기하듯 솔직하고 거부감 없이 풀어나간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여성의 음모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무용수들이 뚱보로 분장해 등장한다. 몸은 비록 뚱뚱하지만 무용수들은 테크닉적으로 날렵하게 움직임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무대에 잡아둔다. 또 70대 할머니가 처음으로 키스를 통해 여성성을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몸 안에 흐르는 여성성을 표출시키기 위해 긴 천을 파도처럼 움직여 여성의 성기에서 흐르는 물을 코믹하게 살린다. 생명의 고귀한 탄생을 다루는 ‘출산’ 장면에서는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인 이상희 씨가 객원 출연해 무대 위에서 첼로를 연주한다. 특히 이 장면은 남성 무용수가 솔로로 등장하는 유일한 무대로, 안무자 최두혁 씨는 “남자가 경이로운 여성에게 헌정하는 식의 장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원작에는 보스니아 내전의 이야기가 있는 ‘반전’ 장면에서는 우리나라 종군위안부 이야기로 대체된다. 무용수들은 일제 시대를 상기시키는 한복과 상복을 입고 등장해 숙연함을 자아낸다. 이번 공연에서는 내레이터의 역할도 눈에 띈다. 매 신마다 내레이터가 들어가는데 이것은 모놀로그의 일부분이 신마다 들어가고 그에 따른 무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대구시립극단 단원 김경선, 연극배우 박수민, 영화배우 박준규가 출연한다. 박준규의 내레이션은 ‘출산’ 장면에서 들을 수 있다. 최두혁이 예술감독 및 안무, 이지나(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뮤지컬 <록키호러쇼>, <그리스> 연출)가 대본 및 연출을 맡고 J.O.K가 작곡을 맡았다.
| 인 | 터 | 뷰 | “단순한 호기심 아닌 진지한 관심 원해”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무용으로 옮긴 대구시립무용단 안무자 최 두 혁
여성의 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화제를 모았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무용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오른다. 대구시립무용단의 제51회 정기공연이 될 이번 공연은 유쾌, 통쾌, 상쾌한 연극적 재미를 무용적 상상력과 도발성으로 풀어낸다. 대구시립무용단 최두혁 안무자는 “이 작품은 섹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에게는 ‘여성 성’ 자체의 존재성을 자각해 가는 과정이 될 것이고, 남성에게는 지금까지 잘못 인식해왔던 여성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고 작품 선택의 배경을 밝혔다. 이브 엔슬러의 작품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1996년 초연 이래 내로라하는 해외 스타들이 참여하는 연극으로 위노나 라이더, 수잔 새런든, 우피 골드버그, 케이트 윈슬렛 등이 출연했고,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각국에서 공연되어 호평받았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1년 5월 초연된 이후 5~6차례의 서울 및 지방 투어 공연을 통해 매진 사례로 성공을 이룬 작품이기에 무용으로 옮겨질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크다. 지금까지 과감한 노출도 서슴지 않았던 최 안무자는 “연극적 재미는 그대로 가져갈 생각이다. 제목과 소재가 파격적이지만 무용 무대에서는 노출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이야기의 진지함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고 단순한 호기심에 그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못을 박았다. 시립무용단 공연에서 공연 관람 등급을 매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8세 이상 관람이 가능했던 연극에 비해 무용은 대사의 직접성이나 행동의 도발성에 있어 수위가 떨어지지만 ‘자궁’, ‘출산’, ‘음모’, ‘오르가즘’ 등을 무용으로나마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아직 이르다는 이유다. “지난해에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고 연극 연출가 이지나 씨를 만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무용 공연으로 올려지는 것에 우려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그간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무용으로 옮겨지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어떤 모습일까? 기존 무용 공연의 경우 공연 전체를 ‘기승전결’화시켰다면 이번 공연은 총 7개의 신(scene)으로 구성, 각 신은 또 다른 기승전결을 갖는다. 기존 무용 공연보다는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고 매 신마다 차별화된 이야기와 무대 배경, 무용으로 지루하지 않은 공연이 될 것이란 것이 이번 공연의 장점. 총 7개의 신 중 가장 심혈을 기울였으면서도 가장 의미심장한 부분은 ‘출산’과 ‘반전’ 신이라고 말한 최 안무자는 “원작의 소재를 이용해 이번 공연이 전달해야 할 메시지가 되는 부분이다. 생명의 탄생이란 성스럽고 신비스런 과정의 ‘출산’을 통해 여성의 존엄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여성을 통한 반전 이야기를 통해 페미니즘 작품의 성격을 벗어나 인류애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