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1위 '공포의 암' 폐암…'이곳' 통증 생기면 의심해야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2022.03.11
한국인 암사망률 1위 '폐암'
암조직 세포 크기 작은 '소세포암'
뇌·간·뼈 등 곳곳으로 전이 빨라
폐암 환자 80%는 '非소세포암'
림프절 통해 느린 속도로 퍼져
기침 심하고 피 섞여 나오기도
가슴 통증·목 쉬고 호흡 곤란
체중 갑자기 줄고 식욕 감퇴
1~2기는 잘라내면 치료 가능
수술 기법·혁신 신약 발달로
3기라도 완치 가능성 커져
‘암 중의 암’ ‘죽음의 암’ ‘공포의 암’…. 모두 폐암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폐암이 악명이 높은 건 암 중에서 사망률 1위이기 때문이다.
발병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는 탓에 환자 10명 중 8명(대한폐암학회)은 암이 주변으로 퍼진 다음에야 진단받는다.
발병률도 작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암’인 위암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1위는 갑상샘암).
하지만 폐암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건 아니다.
폐암 환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3기까지 진행돼도 완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암이 빠른 속도로 전이되는 ‘소세포폐암’과 달리 이 암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하면 수술만으로도 완치할 수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라도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등으로 생존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비소세포폐암은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폐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기침·가슴통증 땐 폐암 의심
폐암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세포 크기다.
현미경으로 암 조직을 관찰했을 때 작은 세포로 이뤄져 있으면 ‘소(小)세포폐암’, 그렇지 않으면 ‘비(非)소세포폐암’이다.
소세포폐암은 병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게 특징이다.
회백색의 암 덩어리가 기관지 벽을 따라 커지며, 뇌·간·뼈·부신·신장 등 곳곳으로 전이된다.
이에 비해 비소세포폐암은 전이 속도가 더디다. 주변의 림프절을 통해 암이 퍼진다.
보통 폐암 환자의 80~85%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다.
비소세포폐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또 나뉜다.
가장 환자가 많은 건 ‘선암’이다.
폐에서 체액을 분비하는 선(腺) 세포에 암이 생기는 경우다.
‘폐암은 흡연자가 걸린다’는 인식과 달리 선암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도 발병한다.
림프절, 간, 뇌 등에 전이되기 쉽다. 암이 기관지점막 세포에 생겼다면 ‘편평상피세포암’이다.
이 암은 주로 흡연으로 인해 생긴다. 선암에 비해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적은 편이다.
폐암 환자의 10% 미만을 차지하는 ‘대세포암’은 폐 표면에 주로 생기는 큰 암이다.
대세포암은 선암, 편평상피세포암보다 빠르게 전이되고 예후도 나쁘다.
폐암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증상은 비슷하다.
보통 기침이 멈추지 않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온다.
암이 기관지를 막으면서 가슴통증, 호흡곤란, 호흡 시 쌕쌕거리는 소리(천명)가 나타나기도 한다.
성대가 마비되면서 목소리가 쉬는 경우도 있다.
만약 암이 뇌까지 전이되면 구토·두통 증상이 나타나고 말투가 어눌해진다.
이 밖에 체중이 갑자기 감소하고, 식욕이 떨어지며, 피로감과 권태감이 심해진다.
○1~2기 땐 폐 절제술로 완치 가능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악명이 높다.
생존율이 90% 이상인 갑상샘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은 ‘순한 암’이라고 불리지만, 폐암은 공포의 대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폐암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6.4명으로 암 중에서 1위였다.
간암(20.6명), 대장암(17.4명), 위암(14.6명), 췌장암(13.2명)보다 높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슴통증, 호흡곤란, 두통 등은 암이 전이되면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폐암 병기별 진단 비율을 조사한 결과 ‘말기 폐암’인 4기는 40.4%(2018년 기준)였다.
환자의 10명 중 4명은 4기가 돼서야 폐암을 진단받는다는 뜻이다.
△암이 5㎝ 이하면서 림프절 전이가 없는 1기 환자는 31.4%
△폐 안 림프절까지 암이 전이된 2기는 9.8%
△종격동(가슴뼈와 척추 사이의 빈 공간) 림프절까지 전이된 3기 환자는 18.4%였다.
치료 목표와 방법도 병기에 따라 달라진다.
1~2기는 폐를 잘라내는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한쪽 폐를 절반가량 떼어내는 폐엽절제술이 대표적이다.
암이 2㎝ 이하일 때 일찍 발견했다면 폐엽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만 잘라내는 구역절제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김대현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구역절제술은 폐엽절제술에 비해 폐 기능을 5~10%가량 더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의 ‘완치’ 여부를 결정하는 5년 생존율은 1기가 70~80%, 2기가 50~60% 정도다.
○전이 많이 된 ‘말기환자’도 신약으로 완치
3기가 되면 이 생존율은 15~35%로 떨어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완치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먼저 의료진의 정밀분석을 통해 폐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3기 중에서도 전이 범위가 크지 않은 3a기까지는 수술할 수 있다.
만약 전이된 부분이 큰 3b기 이상이라면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닌, ‘생명 연장’이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혁신신약이 개발되면서 폐암 3b기 환자들에게도 완치의 길이 열렸다.
미국 MSD의 ‘키트루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등 면역항암제가 3기 폐암 환자들의 치료에 쓰이면서다.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임핀지를 투여했더니 5년 생존율이 43%까지 올랐다는 임상결과도 있다.
10명 중 4명은 완치됐다는 뜻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도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3~4기 환자에게 쓰이고 있다.
홍숙희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3기 폐암 환자들은 과거엔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수술과 비슷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완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20년 전 담배 끊어도 정기적 진단해야
폐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담배를 끊고 간접흡연을 피하는 것이다.
직접흡연은 폐암 발병 위험을 13배, 장기간 간접흡연은 1.5배 증가시킨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쉽게 금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바로 금연이 어렵다면 정기적인 진단을 해서라도 폐암을 일찍 찾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이 대표적이다.
일반 CT보다 방사선량을 6분의 1로 줄여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했다.
과거에 담배를 피우다가 끊은 경우라도 정기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하직환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흡연과 폐암 발생 사이에는 약 20년의 간격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만약 20세에 흡연을 시작해 40세에 금연했더라도 60세 이후에 폐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흡연만 피한다고 폐암에 안 걸리는 건 아니다.
음식을 조리할 때 생기는 유해연기, 라돈 등 방사성물질 노출, 기존에 앓던 폐 질환, 미세먼지 등도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대한폐암학회 관계자는 “폐암 유발 물질이 많은 곳에서 작업하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 외출할 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호흡곤란 등 자각증상 땐 이미 4기…‘암 사망률 1위’ 무서운 질병 폐암
세계일보 정진수 기자 2021-08-02
환자의 절반, 4기 전이성 폐암 진단
5년 생존율 8.9%… 재발률도 높아
흡연량 많을수록, 기간 길 수록 위험
초기 발견땐 수술로 제거하면 완치
면역 항암제 사용 생존기간 2배 ↑
1차치료 급여 안돼… 비용부담 많아
국내에서 한해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는 8만1203명(2019년 기준)이다.
이중 지난 10년간 부동의 암 사망률 1위는 바로 폐암(1만8574명)이다.
발생률은 위암과 갑상선암에 비해 낮은 3위지만 사망률 1위를 굳건히 지키는 폐암은 암이 주는 공포를 잘 보여주는 ‘암 중의 암’이다.
특히 4기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9%에 불과해, 10명 중 9명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
1∼2기 폐암 환자의 재발률도 다른 암에 비해 높다.
전문가들은 “폐암이 무서운 암인 것은 맞지만, 최근 5∼6년 새 항암제가 크게 발전하면서 치료 옵션이 늘고 있는 만큼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호흡곤란 등 증상 나타나면 이미 진행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데에는 발견 시기와 관련이 있다.
초기에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4기에 진단받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 호흡곤란, 기침, 혈담, 체중감소 등이 있다.
이외에도 흉통, 피로, 식욕감소, 목쉼 등이 있지만 대부분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환자의 대다수는 무증상 상태에서 건강 검진이나 다른 병의 검사에서 우연히 폐암을 발견한다.
폐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처음부터 4기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된다.
4기 전이성 폐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8.9%에 불과하다.
지난 1월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폐암의 5년 생존율은 32.4%로, 갑상선(100%)과 전립선(94.4%), 유방(93.3%) 등 다른 암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폐암의 가장 중요한 발병 요인은 흡연이다.
담배를 피우는 양이 많을수록, 일찍 흡연을 시작할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위험도는 높아진다.
간접 흡연 역시 폐암의 원인이 된다. 석면과 미세먼지, 방사성물질 등도 영향을 준다.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 위험은 2~3배 높다.
다행히 폐암에 대한 분류가 세분화되면서 폐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폐암 치료제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항암제는 1세대 세포독성 항암제에 이어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이승현 교수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위암과 대장암을 합한 사망자 수보다도 많다”며 “초기 폐암은 수술로 암을 제거하면 완치가 가능하고, 말기라도 새로운 신약, 방사선, 감마나이프 등 적극적인 치료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최근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 등 혁신 신약으로 말기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높아져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적치료 이어 면역항암까지…늘어나는 치료 옵션
흔히 ‘항암치료’라고 하면 1950년대 이후 지속되어 온 세포독성 항암제를 일컫는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빠르게 자라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무차별 공격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털과 점막 세포 등 빠르게 자라는 정상세포도 공격받으면서 탈모와 구토, 백혈구 감소에 따른 감염 우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2000년대와 2010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다.
표적항암제는 암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만 공격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느끼는 부작용은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덜하다.
하지만 EGFR, ALK, ROS1 등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 효과가 제한된다.
이런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는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즉 70∼80%의 환자는 표적항암제 사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공격하도록 해주는 항암제다.
특히 암세포에 PDL1 단백질 발현이 높은 환자에 효과적이다.
면역세포 작용으로 과도한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올해 초 세계폐암학회에서는 4기 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과 관련해 고무적인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1세대 치료에 비해 생존 기간이 22개월로 2배 이상 늘고, 3년 생존율 역시 31.3%까지 증가한 것이다.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효과를 발휘해 2년간 중단없이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는 80.4%가 4년간 생존했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는 수십 년의 폐암 치료 역사상 유례없는 혁신적인 결과다.
기존에는 4기 환자가 4년을 사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었다”며 “각 항암제 효과는 환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최상의 치료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첫 치료부터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면역항암제의 경우 높은 비용이 문제다.
현재 4기 환자의 2차 치료에서만 면역항암제 급여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3∼4기에서 첫 진단 후 바로 면역항암제를 쓰려면 1년에 1억원 수준의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의미다.
안 교수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세계적으로 최적의 폐암 표준 치료로 인정받고 있고 해외에서는 1차 치료 급여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의 경우 허가는 됐지만 아직 급여는 적용되지 않고 있어 치료를 시도도 못 하고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