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7篇 秋水篇 第3章(장자 외편 17편 추수편 제3장)
〈외발 짐승〉 기夔는 〈발이 많은〉 노래기[현蚿]를 부러워하고, 노래기는 〈발이 없는〉 뱀을 부러워하고, 뱀은 〈모습이 없는〉 바람을 부러워하고, 바람은 〈움직이지 않고도 작용하는〉 눈을 부러워하고, 눈은 〈물物을 보지 않고도 모든 것을 다 아는〉 마음을 부러워하였다.
기夔가 노래기에게 말했다. “나는 외발로 깡충거리며 다니지만 막힘없이 걸어 다니는 그대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그대는 그 많은 발을 잘 쓰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발을 움직여 걸어다니는 것인가?”
노래기는 대답하였다. “아니, 그렇지 않다. 그대도 저 침을 퉁기는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재채기를 해서 침을 뿜어내면 큰 것은 구슬 같고 작은 것은 안개 같아 크고 작은 것이 뒤섞여서 흩어져 떨어지는데 그 숫자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지금 나도 〈타고난 그대로의 그 많은 발의〉 자연自然의 기능機能[천기天機]을 그저 움직이게 할 뿐 어째서 그러한지를 알지 못한다.”
노래기가 뱀에게 물었다. “나는 많은 발로 걷고 있는데도 발이 없는 그대의 속도를 따르지 못한다. 어째서인가?”
뱀이 대답했다. “무릇 저절로 그러한 자연의 기능이 움직이는 것은 어떻게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내 무엇 때문에 발 따위를 쓸 필요가 있겠는가.”
뱀이 바람에게 물었다. “나는 내 등이나 겨드랑이를 움직여서 걸어간다. 그러니까 이것은 발이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금 그대는 휙휙 소리 내며 북해北海에서 일어나 휙휙 소리 내며 남해南海로 들어가고 있는데도 형체도 아무것도 없는 무無와 같으니 무슨 까닭인가?”
바람이 말했다. “분명 그러하다. 나는 휙휙 소리 내며 북쪽 바다에서 일어나 남쪽 바다로 들어간다. 그러나 사람이 나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만으로도 나를 이기고 나를 발로 밟는 것만으로도 또한 나를 이길 수 있다. 비록 그러나 저 큰 나무를 꺾고 큰 집을 날려 버리는 것은 다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 작은 패배가 있음으로써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커다란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오직 성인聖人만이 할 수 있다.”
夔憐蚿 蚿憐蛇 蛇憐風 風憐目 目憐心
夔謂蚿曰 吾以一足 趻踔而行 予無如矣 今子之使萬足 獨奈何
(기련현하고 현이 련사하고 시 련풍하고 풍이 련목하고 목이 련심하나니
기위현왈 오이일족으로 침탁이행호대 여무여의어늘 금자지사만족은 독내하오)
〈외발 짐승〉 기夔는 〈발이 많은〉 노래기[현蚿]를 부러워하고 노래기는 〈발이 없는〉 뱀을 부러워하고 뱀은 〈모습이 없는〉 바람을 부러워하고 바람은 〈움직이지 않고도 작용하는〉 눈을 부러워하고 눈은 〈물物을 보지 않고도 모든 것을 다 아는〉 마음을 부러워하였다.
기夔가 노래기에게 말했다. “나는 외발로 깡충거리며 다니지만 막힘없이 걸어 다니는 그대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그대는 그 많은 발을 잘 쓰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발을 움직여 걸어다니는 것인가?”
☞ 기련현夔憐蚿 : 〈외발 짐승〉 夔는 〈발이 많은〉 노래기[蚿]를 부러워함. 기夔는 외발의 동물. 소와 같은 모양에 푸른빛이며 뿔이 없고 외발로 다닌다고 한다. 소리는 또한 우뢰雨雷와 같다고도 하고 있다. 련憐은 애모愛慕한다, 부러워한다는 뜻. 현蚿은 노래기.
☞ 풍련목風憐目 : 눈은 “형체는 여기에 매여 있어 〈움직이지 않고도〉 눈 밝음이 저기에까지 흘러가 닿을 수 있다.”(司馬彪 注). 그래서 바람이 눈을 부러워한 것임.
☞ 목련심目憐心 : 눈이 보고 아는데 마음은 보지 않고도 모든 것을 다 안다. 그래서 마음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 침탁이행趻踔而行 : 침趻은 침踸(절름거릴 침)과 같고, 침탁趻踔은 절룩거리며 일정하지 않게 가는 모양.
☞ 여무여의予無如矣 : 무여無如=불급不及
☞ 금자지사만족今子之使萬足 독내하獨奈何 : 만족萬足은 많은 발. “그대는 그 많은 발을 잘 쓰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발을 움직여 걸어다니는 것이냐.”라는 뜻. 독獨은 ‘홀로’의 뜻이나 여기서는 ‘도대체’ 정도의 뜻.
蚿曰不然 子不見夫唾者乎 噴則大者如珠 小者如霧
雜而下者 不可勝數也 今予動吾天機 而不知其所以然
(현왈 불연하니라 자불견부타자호아 분즉대자는 여주하고 소자는 여무하야
잡아하자 불가승수야니라 금여는 동오의 천기라 이부지기소이연하노라)
노래기는 대답하였다. “아니, 그렇지 않다. 그대도 저 침을 퉁기는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재채기를 해서 침을 뿜어내면 큰 것은 구슬 같고 작은 것은 안개 같아
크고 작은 것이 뒤섞여서 흩어져 떨어지는데 그 숫자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지금 나도 〈타고난 그대로의 그 많은 발의〉 자연自然의 기능機能[천기天機]을 그저 움직이게 할 뿐 어째서 그러한지를 알지 못한다.”
☞ 자불견부타자호子不見夫唾者乎 : 이 이야기에서 ‘해타성주咳唾成珠’라는 성어成語가 생겼는데 해타성주는 기침할 때 튀는 침이 모두 아름다운 주옥珠玉이 된다는 뜻. 특별히 공을 들이지 않고서도 문장이 주옥처럼 아름다운 것을 칭찬할 때 쓰는 말.
☞ 금여동오천기今予動吾天機 : 천기天機는 노래기[현蚿]의 경우에는 〈타고난 그대로의 그 많은 발의〉 저절로, 그러한 데에 갖추어진 기능, 작용, 기틀, 조화造化 등을 말한다.
☞ 부지기소이연不知其所以然 : 소이연所以然은 그러한(然) 까닭(所以).
蚿謂蛇曰 吾以衆足行 而不及子之無足 何也
蛇曰 夫天機之所動 何可易邪 吾安用足哉
(현이 위사하야 왈 오이중족으로 행호대 이불급자지무족은 하야오
사왈 부천기지소동은 하가역야리오 오안용족재리오)
노래기가 뱀에게 물었다. “나는 많은 발로 걷고 있는데도 발이 없는 그대의 속도를 따르지 못한다. 어째서인가?”
뱀이 대답했다. “무릇 저절로 그러한 자연의 기능이 움직이는 것은 어떻게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내 무엇 때문에 발 따위를 쓸 필요가 있겠는가.”
☞ 하가역야何可易邪 : 어떻게 바꿀 수가 없는 것이라는 뜻.
蛇謂風 曰予動吾脊脅而行 則有似也
今子 蓬蓬然起於北海 蓬蓬然入於南海 而似無有 何也
(사위풍하야 왈여동오척협이행은 즉유사야커니와
금자는 봉봉연기어북해하야 봉봉연입어남해호대 이사무유는 하야오)
뱀이 바람에게 물었다. “나는 내 등이나 겨드랑이를 움직여서 걸어간다. 그러니까 이것은 발이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금 그대는 휙휙 소리 내며 북해北海에서 일어나 휙휙 소리 내며 남해南海로 들어가고 있는데도 형체도 아무 것도 없는 무無와 같으니 무슨 까닭인가?”
☞ 유사야有似也 : 글자를 그대로 두고서 成玄英은 “사似는 상像이다. 뱀이 비록 발이 없으나 형상形像은 있다.”고 하였으며, 林希逸은 “유사有似는 볼 수 있는 상像이 있음이다.”라고 하였다. 馬叙倫의 ≪장자의증莊子義證≫에서는 유사有似를 사유似有로 고쳤는데 이에 의하면 형체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뜻이 된다. 王先謙의 ≪장자집해莊子集解≫에서는 더 나아가 “발이 있는 것과 같다.”라고 하여, 여기서는 이에 의거하여 “발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다르지 않다).”로 번역하였다.
☞ 봉봉연蓬蓬然 : 바람이 부는 모습을 보여 주는 의태어擬態語.
風曰然 予蓬蓬然起於北海 而入於南海也
然而指我則勝我 鰌我 亦勝我 雖然 夫折大木 蜚大屋者 唯我能也
故以衆小不勝 爲大勝也 爲大勝者 唯聖人 能之
(풍왈 연하다 여봉봉연기어북해 이입어남해야하노라
연이지아하야는 즉승아하고 추아하야도 역승아하나니 수연이나 부절대목하며 비대옥자는 유아능야하노라
고로 이중소불승으로 위대승야하노니 위대승자는 유성인이아 능지하나니라)
바람이 말했다. “분명 그러하다. 나는 휙휙 소리 내며 북쪽 바다에서 일어나 남쪽 바다로 들어간다.
그러나 사람이 나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만으로도 나를 이기고 나를 발로 밟는 것만으로도 또한 나를 이길 수 있다. 비록 그러나 저 큰 나무를 꺾고 큰 집을 날려 버리는 것은 다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 작은 패배가 있음으로써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커다란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오직 성인聖人만이 할 수 있다.”
☞ 지아즉승아指我則勝我 : 여기서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은 손가락을 세워 나[바람]를 찌르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손가락을 세워 바람을 찌르면 바람은 그것을 못하게 하지 못한다는 뜻.
☞ 추아역승아鰌我亦勝我 : 나를 발로 밟는 것만으로도 또한 나를 이김. ‘추鰌’는 ‘밟는다’, ‘걷어찬다’는 뜻.
☞ 비대옥蜚大屋 : 큰 집을 날려 버림. 비蜚는 비飛와 같음.
☞ 이중소불승위대승야以衆小不勝爲大勝也 : 중소衆小의 패배[불승不勝]는 바람이 사람의 손가락에 의해 찔리는 것이나 사람의 발에 밟히는 것이고, 대승大勝은 큰 나무를 꺾고 큰 집을 날려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 위대승자爲大勝者 유성인능지唯聖人能之 : 위대승자爲大勝者는 바람 또는 바람과 같은 존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유성인능지唯聖人能之’는 위에 보이는 ‘유아능야唯我能也’를 이은 말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유아능야唯我能也의 ‘아我’는 바람을 뜻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