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부녀회 송년모임에서 주고 받은 탁배기가 과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또아리를 틀었는지 지끈거리는 머리가 여엉~
냉수마찰로도 가볍지 아니하였다.
펜잘의 힘에 기대어 출근..,
직원이 건네는 김밥이 전복죽마냥 맛있어 공복 습관과는 다르게 아침밥까지
챙기었으니 하루 시작이 여느 날과 비교하여 씩씩하다.
넓다란 박스에 동그라미 띠를 만들고 다시 초록-빨강-노랑-파랑 색칠을 얹어
X-mas 트리를 만들었다.
알록달록 공들을 달고 직원들이 쓴 성탄카드까지 매달았으니 재활용품으로
이만한 축복도 없을 듯, 손님들 반응이야 칭찬일색이지만 구입한 솜을 어디에다
빠트렸는지 그저 엉성하다.
올 들어 제일 추울거라는 기상청 예보 그대로 싸늘한 기운이 상암을 감돌더니
한낮인데도 청소용 물바구니에 얼음이 가득하였다.
"이런 날은 집에 계시지..,"
똑똑하기로 정평난 양반이신데 어느날 그 몹쓸 뇌출혈에 반신을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더니 좋아지기는 커녕 왼쪽팔은 아예 통증마저 느끼지 못하시어
요놈의 추위를 뚫고 한의원을 다녀오는 길이라며..,
부득불 사무실을 찾는다.
갖다 드린다는 배려도 하릴없다 핀잔 던지시는 당신의 자존심!
엊그제 담근 김장김치와 좋아하시는 과일을 실어 안부를 여쭙지만 차라리
안보느니 마음 편할터, 차가운 공기에 쓸데없는 이슬만 그렁그렁~
바쁜사람 시간 뺏는다 점심마저 뿌리치시고 요양사를 다그친다.
"얼른 출발해~"
마르고 닳도록 떠미는 운동일랑 관심 밖이시고 저토록 고집만 늘어나니 아이고~
"내일은 꼼짝하지 마시고 댁에만 계세요~"
들었는지 말았는지 장애용차량 내뿜는 매연만 시커멓고 씨꺼멓다.
두시간여 회의를 마치고 송년이라 배려한 다과상에 테이블당 소주 한병씩~
'이슬'만 보아도 울릉도 가는 것처럼 머리 너울너울, 배에선 현기증이 가득하여
겨우 귤 한쪽과 물 한컵으로 분들의 성의에 답례(答禮) 삼았는데..,
시골의 지인이 찾아 주었다.
어쩌면 IMF 상황보다 힘겹다 탄식하는 지인..,
바로 옆동네에선 조류인플루엔자로 출입마저 통제한다고하니 지인이 관리하는
쌀인들 뾰족한 수가 보일까?
넘쳐나는 재고물량에다 보관비용마저 만만치 않으니 경계삼아 추위마저
야속하다는 그를 어찌 그냥 보내..,
인천으로 달린다는 그를 붙잡아 따뜻한 국밥에 탁배기로 위로하지만 근심이
깊은 탓인가?
국밥은 들지 않고 애꿎은 탁배기만 연거푸 쓰러트리고 있으니 겨우 물 한컵으로
달래놓은 육부(六腑)인데 친구따라 강남을 돌아 백록담에 앉은 듯 도리어
차가운 밤공기가 시원타!
"일찌감치 푹 쉬시고~"
떠밀어 여관에 지인을 뉘이고 귀가길!
웅성거리고 번잡하여야 할 12월의 야경이 방망이에 두들긴 먹태마냥
깊은 맛이 없다.
별은 온데간데 없고, 중천에 우뚝 선 동지 보름달만 구름에 가리어 저홀로
밝으니 아서라 한바탕 눈이 낫겄다.
내일은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될거라 일기예보 아가씨만 호들갑인데
정적은 가거라~ 차라리 립스틱 짙게 바른 TV 그녀들의 명랑함이 위로일세.
수능 마친 딸래미,
발표를 앞두고서 알바마저 손에 잡히지 않은 듯 영화삼매경에 빠져 있단다.
그 속을 애비인들 헤아리지 못할까?
정작 그 애비의 마음도 오장(五臟)마다 기다림이 꽉 들어차 있는데..,
겨울밤이라-
탁배기 트림이 없지 않지만 벗의 부탁을 행여 잊어버릴까 하여...
전시회에 비쳤던 사각조명등 다시 만들기.
春 ~ 동리마다 꽃이 시끄럽더니
夏 ~ 울 안에 매미가 서러워하네
秋 ~ 밤하늘에 달은 가득한데
冬 ~ 내 님따라 우는 함박눈.
잠깐 지나친 시간인데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