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자년 한껏 무르익어 아름다운 만추의 계절! 지난 10월8일 명성산 억새 산행을 시작으로, 울긋불긋 고운 단풍따라 금수강산 명산 설악산. 북한산. 월악산. 금수산. 주황산을 거쳐 2일간의 여정으로 여행의 마지막 코스 대가야 최고의 가야산과 팔만대장경을 간직하고 있는 법보사찰 해인사와 마이산 탑사 탐방을 위해 경북 성주의 가야산을 향했다.
경북 성주군과 경남 합천군에 걸쳐 자리한 가야산국립공원은 대가야 시조 설화가 서려있어 이 지역 사림들이 신성시 여겼던 가야의 최고의 영산으로, 예로부터 우리나라 12대 명산의 하나로 산세가 천하에서 으뜸이고, 지덕은 해동에서 제일이라 하여 조선 8경으로 꼽혀왔다. 특히 여름이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악 경관과 하천 경관이 공존하여 절경을 선사하고 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새벽, 짙은 안개까지 드리워져 시야가 극히 제한된 도로를 천천히 운행하며, 장거리 안전운행을 배려하는 하늘과 자연에 감사하며, 서울과 기흥에서 두대의 승용차가 각각 휴계소에서 조식을 해결하고, 안개가 물러나고 하늘의 따스한 태양을 받아 환해진 단풍을 입은 산과 추수후 한가로운 들판과 금수강산 평화로운 전원의 풍경들을 기분좋게 드라이브하여 성주 백운동 주차장에서 합류했다.
오늘 산행은 7시간 예상인데 예상보다 30분 지체되어 완만한 용기골로 올라 정상에 오른 후, 만물상 풍경보며 하산키로 했다.
용기골 탐방로에 들어서 계곡을 건너니 초입부터 완만한 흙길에 하늘의 태양을 받아 찬란해진 일록달록 오색의 휘황한 단풍이 반긴다. 깊은 산중, 고산에 침엽수가 많고, 활엽수에 잎이 적어 다소 썰렁한 산길을 늦은 출발에 빠르게 걷는다.
삼재를 겪지 않는 땅. 태고의 숨결과 신화와 전설, 오랜 역사가 서려있는 가야산! 풍요로운 생태계와 원시림을 끌어 안고 있는 산객없는 고즈넉한 산길. 근원으로 만나는 발바닥의 촉감이 정스러운 촉촉한 흙과 청정의 맑은공기에 깊은 호흡하며, 몸과 마음이 맑게 씻기우는 산을 오르며 수천년을 이어온 산의 정기와 계절의 청취를 내안에 채우며 장거리 고산 산행의 체력 안배를 위해 휴식한다.
조금 오르니 고산에 급해지는 산길에 계단길이 펼쳐진다. 이 세월에 1.433m 고산 암반 산행이다. 오랜산행에서의 깨달음은 천천히 산에 순응하며 산이 보여주는 풍경에 만족하고, 산이 깨우는 지혜를 얻으며, 자연에 감사하며 서서히 오르다 보면 수고하여 오른 만큼 하늘이 열리고 빼어난 풍광을 내어 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적없는 깊은 산중 산이 깊어질수록 고도가 높아지는 산길을 두차례 휴식하며 올라 성주와 합천을 이어주는 고개로, 용기골과 만물상 코스가 합류하는 옛 가야산성의 서문에 위치하였다고 하여 이름한 서성재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정상을 오른 후 이 서성재로 하산하여 만물상으로 하산한다.
서성재에서 철갑을 두른 소나무를 만난다. 오랜세월 비, 바람 풍파를 온몸으로 맞으며 꿋꿋하게 견뎌온 소나무의 기상은 우리 선조들의 삶이다. 그래서 옛 선조들이 좋아하던 靑松이다. 정상을 향하니 사계절 푸르름을 내어주는 짧막한 키에 몸을 곧게 일으켜 세운 앙증맞은 조릿대가 가야산 산행을 응원하며 열어주는 길을 푸른마음으로 화답하고, 감사하며 싱싱하게 오른다.
파릇한 산죽들이 반기는 길을 지나니 곳곳에 커다란 바위들이 나타나고 너덜길이 펼쳐진다. 고도가 높아지며 1.000m 넘는 고산에서 활엽수들은 잎을 떨군채 앙상한 나목이 되어 스산한 겨울 풍경을 내고 있었다.
한차례 더 휴식하고, 너덜길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시야가 열리며 탁트인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청색의 하늘에 히얀구름이 체색된 아름다운 하늘 아래 푸른소나무들을 품은 깍아지른 거대한 기암의 능선에 정상 상왕봉과 최고봉 칠불봉을 중심으로 톱날같은 암봉 두리봉 등 10개가 넘는 화려하고 장엄한 고봉들이 마치 병풍을 친 듯 이어져 웅장한 모습으로 가야산의 위용을 나타내고 있었다.
오를수록 멋진 풍광이 더해진다. 공할한 가을하늘에 사방이 탁 트인 바위 암반길에서 시원한 풍광을 달뜬 마음으로 안으며 계절을 찌르는 향긋한 바람에 산신과 천신의 이야기와 가야국의 시조 설화와 전설이 실려온다. ‘신중동국여지승람’의 최치원이 저술한 석이정전(釋利貞傳)에 의하면 가야산 여신 정견모주는 하늘의 신 이비가지와 이 곳 만물상 윗편 상아덤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고, 아들 둘을 낳았는데, 첫째는 대가야 왕으로, 둘째는 금관가야 김수로 왕이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거칠고 급한 암반길. 정상을 향한 바위와 바위사이에 계단과 안전물을 조성한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오를수록 시원한 풍광과 산의 속살들을 만나며 수천년을 이어온 깍아지른 수려한 기암의 비경에 자연의 거친 매력을 만끽한다. 그리고, 순수하고 넉넉한 자연안에서 불로장생 신선세계. 이상세계를 지향하는 靑松의 세상을 소망해 본다.
눈앞까지 일어선 바위. 오묘하고 빼어난 천하 으뜸의 형상들. 산신과 천신의 얼과 정기가 서린 가야산의 수려한 기암의 경이로운 풍광에 감탄하며 오래도록 즐기고, 가슴에 안으며 마지막 수직 철계단을 올라 칠불봉(1,433m)에 섰다. 경이로운 비경의 풍광에 가볍게 올랐다.
산수가 수려하며, 오랜 역사와 전설이 서려 있고, 신선들이 사는 천혜의 땅. 사방이 탁트인 최고봉에서 맑은 하늘아래 펼쳐진 산들의 파노라마와 겹쳐진 능선너울이 펼쳐지는 시원한 풍광에 하늘이 빚고 자연이 조각한 절경이 눈에도 가슴에도 벅차게 밀려들었다.
칠불봉. 가야국 일곱왕자가 가야산에 와서 기이하게 일어선 산등성이를 내려다 보며 정신을 깨치고 열반에 들고자 수행을 하는데, 왕자들의 어머니인 소왕후가 아들들이 보고싶어서 가야산을 찾았지만 칠불봉까지 미처 오르지 못 해 오래도록 그리움을 삼켜야 했다는 안타까운 모정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칠불봉 지척에 가야산의 정상인 상왕봉은 소의 머리를 닯았다 해서 우두봉이라 했고, 오랜 옛날부터 산신제의 공물울 소에 바치고 신성시 해 왔던 곳이라 한다. 상왕봉의 '상왕'은 불교에서 유래한 '모든 부처를 말하는 것'이라고.. 가야국 최고의 산이라 하여 가야산. 불교성지 부다가야에 있는 신성한 산인 가야산에서 이름을 가져왔다는 설도 있다.
그 땅의 덕이 해동에서 제일이라는 넉넉한 가야산! 가야 마지막 태자인 월광과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 둘째아들 김황의 안식처가 되었고, 유학자와 문인들에게 유람과 풍류의 이상향이었고,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던 산으로, 선인들은 그 상생의 법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진솔하게 살았다. 화합의 산 가야산 정상에서 전체주의를 지향하며 자기들만의 나라로 치닫고 있어 분열과 혼돈의 위기에 봉착한 대한민국 권력자들과 국민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성찰하며, 화합과 미래를 지향하길 소망했다.
가야산 정상부 칠불봉(1.433m)과 상왕봉(1.430m) 사이의 칼날같은 바위군은 겹겹을 이루는 산줄기 끝자락에 치솟아 꽃이 피어오르듯 수려하다 하여 '석화성(石火星)의 절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이 장관은 잔잔하면서도 기운찬 풍광을 내어주며 산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오를때 보았던 풍광을 뒤로 하고, 다시 그리워질 시원한 풍광들을 즐기고 안으며 추억에 담고 서성재로 내려와, 만물상을 향해 능선을 올라 칠불봉 능선과 만가지 형상을 가진 만물상을 조망하는 상아덤에 섰다.
가야산의 여신이 잠든바위로, 달에 사는 미인의 이름인 상아와 바위를 지칭하는 덤이 합쳐진 상아덤은 기암괴석의 봉우리로 가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선과 이어져 있어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가야산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만물상. 강인한 생명력으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초록의 소나무를 품고 억겁의 세월에 씻겨 만 가지 기묘한 형상을 안은 바위들의 향연을 즐긴다.
3km에 이르는 만물상 형상이 산등성이에 빼곡하게 박힌 육중한 무게만큼이나 치고 내림이 과격하다. 가야산의 걸출한 매력은 조선의 산천과 지리를 저술한 실학자 이중환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우뚝선 바위의 형상이 마치 불꽃이 공중으로 치솟 듯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또한 장엄한 암릉 때문일까 가야산은 오래전부터 산악 신앙의 대상이 되어왔다.
올망졸망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만가지 형상에 소박함과 정겨움이 들어온다. 만물상이 내어주는 풍경에 취해 발길 마음길이 붙들리고, 이 풍경을 오래 간직하려 좋은 풍경과 추억들을 필름에 담는다.
휘황한 단풍과 푸른소나무를 품은 기기묘묘한 바위들은 오래된 전설을 따라 자연의 거침없는 붓질로 그려낸 산수화 풍경에 금수강산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한다.
그렇게 수려한 기암과 만가지 형상을 가진 만물상의 풍경에 발길이 묶여 어둠이 내려서야 급하게 하산했다.
가야산의 함뿍한 매력에 한껏 취해 캄캄한 시간에 하산하여, 어두운 산골을 달려 하루밤 숙박장소인 고령 토담 이자매팬션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