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대선 후보는 장애인은 신체장애 때문이니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가로부터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만 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이것도 장애에 대한 인식의 저급함이다), 군복무란 복무시기와 복무의 특성이 있는 것이고, 그 시기에 질병이나 복무하기 어려운 신체조건 등으로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경우, 장애인 등급을 받지 않았고 '고의'로 기피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쉽게 예를 들어, 활동성 폐결핵이었다가 나중에 치료된 경우나 고도근시인 경우 등등을 생각해보면 된다. 이들은 등급이 나오는 장애인은 아니지만, 이들이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그게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역으로, 실제로는 고의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이 있는 특권층의 경우에도 형식상은 질병 등 합법적인 이유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다못해 황교안도 형식상은 질병 때문에 면제받은 경우이다. 고의적인 병역기피는 지금도 이미 처벌을 받기 때문에, 심상정 대선 후보가 말하는 고의로 병역을 기피한 사람은 형식적으로는 그리 많지 않다.
단지, 그럴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드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의혹이 드는 사람은 알아서 스크리닝 과정에서 배제하면 된다.
그런데, 이를 형식적인 기준에 끼워 맞출 경우, 실제로는 병역 기피 목적이었지만 형식상으로는 질병 등 합법적으로 면제받은 사람은 오히려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는 반면,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운동에 의한 수감자나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은 도리어 기준에 따라 배제된다. 이게 과연 정의로운 조치인가?
불공평한 병역면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런데 그렇다면 '고의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이 있는 경우에는 장관직에서 배제하겠다'고만 말했어도 충분한데도, 좀 더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오버를 한 것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발언하는 것 자체가 지도자로서는 감점요인이다. 하지만 그건 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 진짜 문제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는 독선적인 태도이다.
잘못되었다면 고치면 될 일이지, 내 생각대로 하겠으니 너희들은 억울해도 참으라는 것(지난 3월 29일 정의당 내부게시판에 올린 심상정의 글의 핵심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이게 바로 독선과 불통의 모습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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