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7회 등산 인제 가리산(1518m) 2023-10
(강원도 인제군) 원성연 외 1명, 2023년 4월 23일(일) 맑음
산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 늘 걸어보고 싶은 산! 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리산은 설악산 국립공원 구역 내에 있다. 남한에서 10번째로 높은 가리산은 설악 고스락(정상) 대청봉(1708m)부터 설악 귀때기청봉(1577m)을 거쳐 안산(1430m)까지 설악 서북 능선을 걸을 때 남쪽 가까이 장쾌하게 펼쳐져 산객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동쪽부터 서쪽까지 길게 뻗은 가리산 주 능선은 피라미드 형상의 바위봉우리를 뽐내고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뛰고 부풀어 올라서 한 번쯤 꼭 가고 싶은 환상의 산임이 틀림없다.
가리산의 산줄기는 백두대간의 무명봉부터 시작한다. 설악 대청봉을 지난 백두대간 산줄기가 한계령(1004m)으로 숨을 죽이다가 약 0.3Km의 거리에 가리산의 모산이 되는 아담한 무명봉우리를 빚는다. 무명봉서 백두대간을 이탈하여 서쪽으로 가지를 친 가리 지맥 산줄기가 약 6.1km를 뻗어 불끈 들어 올린 산이 가리산이다. 가리산의 산줄기는 계속해서 서쪽으로 약 14km를 더 달리면서 주걱봉(1401m), 삼형제봉(1225m), 한석산(1106m), 매봉(1062m) 등을 일으키고 난 다음 남은 여맥을 소양강의 지류를 이루는 청정하천 북천에 가라앉힌다.
가리산리서 바라본 가리산
전국의 가리산은 5곳이나 된다.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인 홍천의 가리산(1051m)이 유명하고 포천에도 가리산(774m)이 있다. 용인의 가리산은 136m이고 울진의 가리산도 용인의 가리산과 높이가 비슷한 것 같다. 인제의 가리산은 가리봉으로 불리는데 필자는 절대로 동의를 할 수가 없다. 설악산 서북 능선과 한계령을 가는 44번 차도, 남쪽에 위치해 독립된 산이 틀림없고 가리산의 산줄기가 1000급 능선으로 약 20Km쯤 길게 뻗었는데 설악 가리봉으로 부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리산처럼 한줄기 능선에 있으면 맞겠지만 한계령 남쪽 무명봉서 서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의 최고봉을 산 이란 이름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한시바삐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가리산을 효산(曉山)한국요산회 선정 대한민국 100 명산으로 지정한다.
가리산은 비법정 탐방로라 산길이 희미하고 대부분 산길이 급경사로 이루어져 건각의 등산객이 아니면 고스락을 허용하지 않는 아주 험한 산이다. 오늘 산을 사랑하는 후배의 요청으로 강산이 세 번 바뀐다는 27년 만에 가리산 탐방을 간다.
태평동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고 6시 10분에 대전에서 출발하여 산행 들머리인 가리산리 맑은 개울 옆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10:40). 옥수 같은 개울을 건너 널찍한 시멘트 농로를 따라 경사를 높이다가 돌이 많은 계곡 오른쪽 길로 나아간다. 금방 빈집이 나타나고 바로 산길이 끊겨 계곡으로 내려가 계곡으로 산에 올라간다.
심산유곡의 계곡물은 식수로 마셔도 좋을 만큼 맑은 물이라 길이 없는 돌을 밟으며 오르고 있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계곡 왼쪽은 군부대 울타리가 쳐있다. 계곡으로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길을 내가며 진행하다가 더 이상 전진이 어려운 곳이 나타나 군부대 울타리로 올라가 울타리 옆의 희미한 길로 계곡과 벗 삼아 산에 올라간다.
얼마 후 희미한 길마저 끊긴다(11:00). 두 능선 사이에는 계곡이 하나 있고 두 계곡 사이에 능선이 하나 있는 것을 알기에 반드시 왼쪽으로 작은 능선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여 급경사 구간을 길을 내가며 능선으로 힘겹게 올라서니 예상한 대로 뚜렷한 길이 나타난다(11:10).
이제 한결 편한 진행이 된다. 바로 국립공원 표지석이 박힌 곳을 지나 둥근 나무가 박힌 가파른 길로 거침없이 산에 올라간다. 산길 주변은 금강송을 비롯하여 장송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 아주 청아하고 단아한 좋은 풍경이다. 급경사 구간이지만 산길이 뚜렷하여 기분 좋게 올라가 다른 능선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한다(11:43). 10분쯤 쉬면서 숨을 고르고 간식을 먹는다. 등산을 이어(11:53) 잠시 완만한 산길로 내리고 오름 한다.
곧이어 진달래꽃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군락을 이룬 곳을 지나자 코가 땅에 닿을 듯한 90도에 가까운 급경사 구간이 나타난다. 산길만 뚜렷하면 그런대로 올라갈 만한 곳이지만 발자국을 찾아볼 수 없는 험한 곳이라 버겁게 산에 올라간다. 급경사 오르막은 계속 이어진다. 미끄러져 넘어지면 낭패인 구간을 조심스럽게 올라가 기다란 암반이 펼쳐진 계곡의 빼어난 경관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른다(12:40). 잠시 내려다보면서 아름다움에 푹 빠져본다.
아직도 급경사 구간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어렵게 올라선 무덤에서 1분쯤 완만해진 길을 걸을 때 촛대봉으로도 불리는 삼형제봉과 거대한 바윗덩어리인 주걱봉과 고스락이 나무 사이로 조망된다. 육안으로는 멀지 않아 보이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신비스러운 산이 가리산이다. 주걱봉과 삼형제봉의 경관은 으뜸이라 진주처럼 빛나는 아름다움과 자연의 오묘함에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가파른 능선 길은 아직도 멈추지를 않는다.
오묘한 형상의 주걱봉
중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등산할 때도 오색에서 설악산 대청봉을 오를 때도 쉬어본 적이 없는 내가 잠시 다리쉼을 하기도 한다. 등산을 시작한 지 2시간 40분이 경과 한 13시 20분이 되어서야 힘겹게 1361 능선에 올라선다. 이제 주 능선이 가깝고 고스락이 훤히 보여 30분 정도면 정상을 밟을 것 같았다. 한데 발가락의 부상과 장딴지가 뭉쳐 동행한 대원을 먼저 올려보내고 점심을 먹으며 쉬어가기로 한다. 장딴지가 뭉친 것도 처음이라 놀랍고 어리둥절하다.
식사 후(13:40) 정상 등정을 놓고 고민에 빠진다. 천천히 진행하면 1시간 정도면 고스락을 밟을 수 있는데 4시간 운전의 피로에다 배낭의 무게도 가볍지 않아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이곳에서 더 이상의 진행을 멈춘다. 나무 사이로 조망되는 주걱봉, 삼형제봉, 고스락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미세먼지 없는 깊은 산에서 자연을 즐기며 가리산의 정기를 받고 있으니 이 순간만큼은 누구도 부러울 게 없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만다.
동행한 대원의 야호 소리가 들려 전화를 하니 14시에 고스락을 밟았다고 한다. 오늘 산행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어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한 기분이다. 하산할 때는 충분한 휴식 탓인지 발걸음이 빨라져 동행한 대원이 천천히 진행하자고 한다. 오늘 하루는 힘든 점도 있었지만 뜻깊은 하루였다.
☺ 산행마침: 16시 31분
☺ 산행거리: 7.27Km, 5시간 51분 소요(휴식시간 1시간 48분 포함) 평균속도: 1.69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