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일거다득(一擧多得)일세 그려~
2021년 11월 28일 일요일
음력 辛丑年 시월 스무나흗날
타닥타닥...
무슨 소리일까?
지펴놓은 난롯불에서 장작이 타는 소리이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 소리를 듣는 것이 참 좋다.
우리는 겨울철이면 난롯불을 지펴서 난방을 한다.
주로 저녁에는 아내, 아침엔 촌부가 불을 지핀다.
전날 저녁에 지펴서 나온 난로재를 밭에 버리고
아내가 만들어 놓은 신문지빵을 맨밑에 깔고, 가는
나무를 쏘시개로 넣고, 장작을 얹은 다음에 토치로
불을 지피는데 그렇게 하면 불을 지피는 것은 아주
쉽다. 이내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게 되고 또한
타닥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를 듣는 것은 덤이다.
산골살이에서나 보고 듣는 소리, 호사겠지 싶다.
어제와 비슷한 기온, 영하 11도를 기록하며 시작
하는 오늘이다. 기온은 낮아도 어제처럼 바람이
잠잠하여 그다지 춥다는 느낌은 없다. 난롯불을
지피면서 시작하는 오늘이 그래서 더 좋다.
어제 아침나절에
취미활동을 한답시고 전지작업을 하려고 장비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는데 걷기운동을 마친 아내가
"오늘은 일 좀 그만하고 산에 다녀오면 안될까?"
라고 했다. 지난 가을에도 하지않던 아내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촌부는 잣송이를 줍느라 뒷산에
자주 오르내렸지만 아내는 산에 다니는 것을 조금
꺼려한다. 그런 아내가 때아닌 초겨울에 뒷산으로
산책삼아 산행을 하자고 하니 의아 하기도 했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이
또 언제 있을까 싶었다.
하던 일을 팽겨치고 부랴부랴 배낭을 챙기고 스키
폴대까지 챙겼다. 정말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하는
산행이라서 너무나 설레이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집에서 멀지않은 옆산으로 가기로 했다. 경사가 좀
심한 곳이라 이따금씩 오르막에서는 아내의 손을
잡아주며 함께하는 산행이 흐뭇하고 기쁘고 좋다.
잣나무숲 초입에 올랐을 무렵 잣송이를 발견했다.
아내가 "잣송이가 아직도 있었네!"라는 그 말에
갑자기 견물생심(見物生心)이 동하는 것 아닌가?
아내를 데리고 잣나무숲으로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잣송이가 군데군데 제법 보였다. 아내 또한
눈이 휘둥그레 잣송이를 줍느라 정신없이 사방을
쏘다니고 있었다. 잠시잠깐 주운 잣송이가 꽤나
되었다. 집으로 내려와 주워온 잣송이를 쏟아놓고
이번에는 조금 먼 잣나무숲으로 향했다. 제법 많이
주워온 잣송이 때문에 욕심을 부린 것이다. 허나
그곳에는 옆산 만큼 잣송이가 많이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그저 산책삼아 운동을 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만 했다. 아마도 지금 떨어져 있는 잣송이는
청설모가 떨군 게 아니고 잘 말라서 바람의 힘에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아내가 "주워온 잣송이를 팔아서 점심이나 사먹고
올까? 때마침 장날이니까 장구경하며 장도 보고..."
"좋은 생각이네! 일거다득(一擧多得)일세 그려~"
라고 맞장구를 쳤다. 산책삼아, 운동삼아 산에 다녀
오며 잣송이를 주워왔고 팔아서 점심까지 해결하게
되니 하는 말이다. 지난 가을 한달 가까이 뒷산에서
잣송이를 무려 300kg 넘게 주워다 팔아 쏠쏠하게
용돈벌이를 했다. 이번에도 제법 되고 단가도 좋아
점심값을 치르고도 좀 남았다. 문득 이런 말이 생각
나 혼자 웃었다. 흔히들 하는 말처럼 "아내의 말을
잘 들으면 누워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라는 그
말처럼 아내 말을 들었더니 이런 재밌는 일도 생긴
것이다. 아내의 말을 더 잘 듣다보면 또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긴려나?
첫댓글 산골촌부님의 일기를 보다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사랑이 철철 넘치는 이야기,
그리고 산골살이의 멋지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낭만을 넘어서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일거다득이라고 하셨는데 오늘도 행복하세요.
고맙고 감사합니다.
송년모임 행사가 성황리에 끝났더군요.
함께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죄송함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알콩 달콩 사시는 촌부님의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오늘도 좋은 일만 많이 생기시기를 소망 합니다.
근정님!
늘 감사합니다.^^
송년모임 행사를 치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함께 못함이라 아쉬움이 남고 죄송한 마음도 교차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