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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미아리 수녀원의 미사는 새벽 6시였습니다. 그날 미사는 수녀원에서 주관하는 미디어 영상 교육을 받기 위해 전남 광주에서 오신 중년의 신부님이 해 주셨고 다음과 같은 짧은 강론을 하였습니다. 광주 가톨릭대학교에 한 학생이 있습니다. 신부님은 그 학생의 가정을 방문하였습니다. 시내에서 벗어난 어느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남의 것 탐내지 않고, 정직하고 소박하게 사는 행복한 가정입니다. 아버지는 과묵하고 섬세하고 조용한 성품이셨고, 어머니는 성당에 다니시며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달한 분이셨습니다. 3남매 중 딸은 서울 수녀원에 입회하여 열심한 수도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수녀 딸에게서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아버지는 그 편지를 보신 후, 하루 종일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지냈습니다. 추수를 끝낸 텅 빈 들판은 모든 것을 인간에게 아낌없이 내어 주고 가난한 모습으로 침묵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한 저녁이 되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따뜻한 방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주머니에서 딸의 편지를 꺼내어 다시 읽었습니다. "아버지! 추운 겨울입니다. 딸이 수녀이고 아들이 곧 신부가 되는데 아버지는 아직도 하느님을 믿지 않으시렵니까? 아버지께서 하느님을 믿지 않으신다면 저는 이 겨울이 아무리 춥더라도 스웨터를 입지 않겠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딸이 스웨터를 입지 않겠다는 비장한 결심에 아버지는 그날 하루 종일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래, 나도 긴급할 때면 언제나 하느님을 찾는단다. 그 하느님을 이 아비도 믿겠으니 제발 너는 스웨터를 입고 따뜻하게 이 겨울을 지내다오." 아버지의 깊은 사랑은 눈물로써 그 밤을 타고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ㅡ'그대 지금 어디에' 중 김영자 마리아/바오로딸 수녀회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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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자식에게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 정말인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다 하느님의 뜻이 아닐까요?
눈물이남니다,어제 친정아버지가 다녀가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