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등재 1주년 기념
- 전국서 2000명 참가 성황
- "일부 박자 변형 과정서 진통
- 학생들 애향심 기르려 개발"
지난달 6일은 밀양, 정선, 진도아리랑 등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오후 경남 밀양역 광장과 서울역, 부산역, 대구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롯데백화점 울산점, 창원 정우상가 앞 등 전국의 6곳에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학생과 시민, 군인에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까지 나서 한바탕 춤잔치를 벌였다. '밀양아리랑 플래시몹'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2000여 명이 참가했다. 현장에 구경나온 시민까지 합하면 5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지난 2일 밀양JC는 밀양체육문화회관에서 마련한 신년하례회에서 다시 밀양아리랑 플래시몹을 공연했다. 이제 아리랑 플래시몹은 밀양지역 각종 행사의 중요 문화 콘텐츠가 됐다.
밀양아리랑 플래시몹은 밀양교육지원청이 영남지방의 대표 아리랑인 밀양아리랑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알리고자 만든 것이다. 일련의 작업이 추진되는 데는 신진용(59) 밀양교육지원청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나라 사랑 교육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학생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향심을 기르는 것으로 생각해 플래시몹을 개발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밀양아리랑 플래시몹 개발이 뜻대로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플래시몹에 사용할 음원을 만들기 위해 전문예술인들이 참여한 실무위원회를 열었지만 예술인들이 아리랑의 원형인 3박자를 고집하면서 큰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아리랑의 본모습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아리랑의 대중화를 역설하며 꾸준히 이들을 설득했다. 신 교육장은 "원형 보존 의견이 많았지만 현대적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전문 예술인들이 고맙게도 마음을 열었다. 초기 부분은 원형인 3박자를 사용하고 도입부부터 4박자로 변형해 음원을 만들었다"며 힘들었던 과정을 설명했다. 이런 진통을 겪은 뒤 개발된 음원은 곧바로 밀양지역 일선 학교에 보급돼 곳곳에서 플래시몹 대회가 열렸다.
신 교육장은 학생들이 만든 플래시몹 가운데 좋은 동작을 따오는가 하면 밀양의 전통놀이인 '백중놀이' 춤사위를 가미해 마침내 지난해 8월 표준 플래시몹을 완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준 플래시몹은 현재 유튜브와 밀양교육지원청 홈페이지 등에서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내달 23일 1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밀양마라톤대회에서 플래시몹 공연이 또 한 번 열리게 된다.
그는 이처럼 밀양아리랑 플래시몹이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 박자가 빠른 데다 따라 부르기 쉬운 가사 등이 높은 상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육장은 "밀양아리랑 표준 플래시몹의 가치는 악보 속에 갇혀 아이들의 책장 속에만 자리해 있던 아리랑을 그들의 몸을 통해 생활 속으로 가져온 것"이라며 "이 플래시몹이 민족의 혼이 담겨있는 아리랑을 빛낼 '아리랑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 출생인 신 교육장은 경남공고와 경상대 과학교육과, 경남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1979년 덕곡중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경남과학교육원 교육연구사, 통영고 교장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