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1일 수요일 내 기분 만큼이나 맑은 하늘
( 생일 파티 )
"너도 꼭 와!"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윤서가 나에게 주황색 귀여운 카드를 쑥 내밀었다. 카드를 열어보니 "윤서의 생일에 승연 이를 초대합니다!" 라며 알록달록한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뛰뛰빵빵이라는 실내 점핑랜드와 분식점, 노래방을 거치는 코스까지 다 쓰여 있었다.
"그래, 꼭 참석할게. 초대해 줘서 고마워."
학교가 끝나고 친구의 선물을 사러 여자 친구들이 좋아 할 물건을 많이 파는 엑스포코아의 팬시점으로 갔다. 윤서와는 2년이나 같은 반을 했었지만 나의 소심한 성격 덕분에 많이 놀아보지 못해서 윤서의 취향을 잘 몰라 무엇을 살 것인지 한참 고민을 하다가, 평소 윤서가 즐겨 입고 다니던 옷에 그려진 캐릭터가 있는 지갑을 골랐다. 내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조금은 아까운 것 같았지만, 선물을 받고 기뻐할 친구를 상상하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드디어 기다렸던 친구의 생일날, 친구들과 신나게 놀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바로 그 날이다. 우리 친구들은 윤서의 엄마, 아빠 차에 나눠 타고 뛰뛰빵빵이라는 점핑 랜드에 도착해서 케이크도 자르고, 도넛도 먹고 또 신나게 뛰며 놀았다. 허기진 우리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오니 벌써 3시간이나 지났다. 놀 때는 시간이 정말 빨리도 간다! 점심을 먹으러 도착한 곳은 분식점. 우리는 떡볶이, 우동, 어묵 등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 했다. 점심을 다 먹고 윤서 엄마가 왕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 주셨는데 구슬이 아주 커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다음 코스인 노래방이라는 곳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 솔직히 말해서 노래를 불렀다기 보다는 친구들의 노래를 들으며 노래번호를 찾는 일을 했다. 노래를 부르는것도 내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기는 싫어서 노래 번호를 찾았던 것 같다. 윤서엄마와 또 초대된 친구 도언이의 엄마께서 이번에는 치킨을 사주셨는데, 여태 먹은 것만으로도 배가 터질 것 같은 나를 빼고는 다들 먹고 싶은 눈치였다. 이렇게 열심히 놀고 있으니 배가 꺼지는 것도 당연한 일 인 것 같다. 친구들은 이제 대기조, 연습조 등등 여러 조를 나누어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드라마 OST를 불렀는데 다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하더니 나중에는 한껏 흥이 나서 춤을 추며 노래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와 내 단짝 시현 이는 노래방 기계의 시간이 거의 끝날 때까지 적응되지 않았다. 아주 큰 소리가 나는 스피커와 그것에 비해 2배는 더 울리는 마이크 때문에 노래도 부를 수 없고 심지어는 속이 메슥거리는 것만 같았다. 시현 이는 나 보다 더 심해서 밖에 나가기도 하고 계속 그 자리를 불편해 했다. 우리 둘은 노래방을 가보지 않아서 인지 물이 심장 위까지 올라오면 이런 갑갑함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만 있다가 데리러 올게, 마무리 해”
이 노래방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막상 생일 파티가 끝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니 많이 아쉬웠다. 시간을 조금 만 더 늘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힘들어 하고 있던 시현이도 나처럼 아쉬운 모양이다. 노래방을 나오자 바로 앞에서 윤서 아빠의 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몇 시간 동안 노래를 그렇게 크게 부른 친구들의 목소리가 아주 멀쩡한 걸 보니 박수라도 쳐 주고 싶었다. 아주 대단한 친구들이다. 윤서 엄마의 차를 타는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차를 타고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멋진 코스의 생일 파티를 준비해 주신 윤서 부모님과 윤서가 고마웠다. 많은 놀이를 할 수 있는 뛰뛰빵빵과 비록 나는 부르지 않았지만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노래방에서 우리들의 전문안전요원이 되어 주신 도언이 엄마께도 아주 감사했다. 주말이라 바쁘시고 쉬고 싶으셨을 텐데 우리들을 위해 함께 해주시다니 도언이가 착한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윤서의 이 생일파티 덕분에 신나게 놀고, 맛있는 것도 먹고, 평소에 많이 놀지 않았던 친구들과도 친해지는 일석삼조의 생일 파티에 나를 초대해 준 윤서에게도 또 고마웠다. 친한 친구들만 있는 생일 파티에 나를 초대한 이유는 나와 친하게 지내자는 뜻이 아닐까? 윤서와도 친하게 지내야지!
여러 반의 친구들과 함께 초대받은 파티라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쑥스러움 때문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데 더딘 나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나도 앞으로는 친구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