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입니다. 성체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성혈은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인간 구원에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예수님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를 기념하고 그 신비를 묵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일마다 받아 모시는 성체는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성체성사는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시며
제정하신 것입니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떼어 나누어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받아 마셔라. 이는 내 피다.” 그리고는 이튿날 정말로
십자가에서 자신을 바치시고, 당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내어주십니다.
죽음을 통해 하느님의 생명을 보여주신 예수님의 삶, 이것이 성체성사의 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 살아남을 방도를 찾는 것이 생명체의 본능인데, 예수님은 그 죽음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십니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그것을 피하는 삶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서서 하느님의 생명을
드러내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제자들은 새로운 생명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었고,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그 명에 따라 성체성사를 거행하게 된것입니다.
빵과 포도주를 통해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셨다는 것을 믿고 미사를 드리게 된 것입니다.
곧 성체와 성혈 속에 예수님께서 실제로 현존하신다는 것을 고백하며 생명의 양식으로 받아 모신 것입니다.
죽음은 새 생명으로 건너가는 길입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순교는 직천당이라고 생각했고 순교자의 피는
새로운 신앙인의 씨앗이라고 했습니다. 순교자들의 피를 통해 교회가 바로 설 수 있었는데, 그들은 죽음을 통해
새 생명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성체를 모시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성체성사의 신비를 살아야 하며 그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의 삶을 뒤따라가야 할 것입니다. 성체를 모시면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들어오시니
우리도 예수님의 삶의 방식을 따라가야 합니다. 성체 안에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죽음과 생명이 들어 있기에,
우리가 성체를 모심으로써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고 그분을 따를 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체성사의 신비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예수님을 모셨으니, 예수님처럼 죽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내가 죽음으로써
다른 사람을 살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다른 사람의 약점이나 결점이
먼저 보이는 것이 우리 본성이고 다른 사람이 잘못하면 혼을 내주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때로는 내가 죽어서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진리를 잊고 살아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가 좀 손해 볼 줄 알고, 내가 좀 참아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어떻겠습니까?
남을 이기고 높이 올라가는 것만이 최고가 아니라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된다'
는 사실을 기억해 봅시다.
또한, 성체성사의 신비를 살아가는 것은 나눔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성체 안에만 현존하시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속에 현존하십니다. 고통을 나누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성체성사의 삶이기에 서로 마음을 나누고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주님을 체험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도록
해봅시다. 아멘.
(20240602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의성본당 주임
김한모 바오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