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
책소개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 디킨스 작품 중에서도 몇 가지 측면에서 아주 독특한 특징을 나타내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제외하면 다른 작품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짧은 분량의 소설이며, 런던 이외 지역을 (영국 북부 공업 도시 코크타운을) 배경으로 하는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어려운 시절’은 몇 가지 측면에서 아주 독특하다. 우선, 디킨스 작품치고 분량이 아주 짧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제외하면 다른 작품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다. 게다가 작가 서문도 없고 삽화도 없다는 사실 역시 독특하다. 런던 이외 지역을 (영국 북부 공업 도시 코크타운을) 배경으로 하는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갈라디아서 6장 7절 ‘사람은 무엇을 심던지 자신이 심은 것을 그대로 거둔다’는 내용에 근거해서 1권 ‘씨앗 뿌리기’, 2권 ‘수확하기’, 3권 ‘저장하기’로 나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찰스 디킨스는 1839년 초기에 맨체스터 공업지대를 방문해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열악한 환경을 보고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결과, 끔찍한 환경에서 노동하는 사람을 위해 “온 힘을 다해서 강력한 일격을 가하겠다” 결심하고 오랜 구상을 통해 ‘어려운 시절’을 집필한다. 그리고 공리주의를 본격적으로 비판한다.
공리주의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서 이기적인 쾌락과 사회 전체의 행복을 조화시킨다는 사상으로 당시 사회에서 지배적인 이념이었다. 하지만 찰스 디킨스는 공리주의를 “통계와 수치로 모든 걸 판단한다”고 비판하며, 이런 사회는 극히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판단할 뿐, 속마음이나 감정 등 눈에 안 띄는 부분은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만 중시할 뿐, 인간의 성실한 자세나 진정성은 외면하기 때문이다. 공리주의를 창시한 벤담 밑에서 일한 에드윈 캐드윅이 1834년에 빈민구제법을 만들면서 구빈원 생활을 일부러 최대한 불편하도록 구상한 게 좋은 사례다. 이런 자세는 본 작품에서 그래드그라인드가 동정을 베풀라고 호소할 때 비쩌가 보인 반응에서 잘 나타난다.
공리주의 핵심 이론가 ‘존 스튜어트 밀’ 역시 여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철자법, 어원학, 구문론, 작시법, 전기문학, 천문학, 지리학, 일반우주형상학, 복합비율학, 대수학, 토지측량학 등 가혹할 정도로 많은 교육을 받다가 이십 대 초반에 신경쇠약에 걸리는 반면, 여주인공은 메마른 교육을 받은 결과 감정표현을 제대로 못 하고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든다. 그런데 디킨스가 놀란 건 이렇게 이기적인 철학을 학교에서 물질주의, 자유방임주의, 자본주의와 결합해 학생들을 달달 볶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 이름은 ‘아이질식 M’Choakumchild’다. 아이를 질식시킨다는 뜻을 선생님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찰스 디킨스는 성격이나 본질이 드러나는 이름을 잘 사용한다. 그래드그라인드(Gradgrind)에는 ‘아이들을 맷돌에 넣고 기쁘게 갈아댄다’는 뜻이고, 바운더비(Bounderby)는 ‘비열한 인간, 졸부, 버릇없는 놈’이란 뜻이 있으며 스파싯(Sparsit)은 ‘싸움닭’이란 뜻이 있다. 반면에 성실하게 살다가 결국에는 물질문명에 치여서 죽는 인물에겐 ‘스티븐’이라는 기독교 최초의 순교자 이름을 부여하고 블랙풀(BLACKPOOL, 까만 웅덩이)이라는 암울한 성을 부여한다.)
우리는 해방 이후 서양문화 특히 미국문화를 거의 ...비판 없이 수용했다. 그런데 현재의 미국문화는 영국 산업혁명 이후 수많은 오류와 시행착오와 논쟁을 거치면서 자리 잡았다. 산업혁명은 영국 사회를 뿌리째 뒤흔들며 새로운 사회로 나가게 한 사건이며, 이후, 서양 일반이 산업화 대열에 뛰어들면서 서양문화를 규정하고, 우리 사회 역시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며 우리 문화를 규정하는 계기로 작용한 사건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영국 산업혁명 시기를 정면으로 겪으며 다양한 삶을 분석한 찰스 디킨스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한 예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공리주의 명제 역시 지극히 올바른 것 같으며, 따라서 영국에서도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당연히 겉으로 드러난 수치와 통계를 중시할 뿐 거기에서 소외된 사람은 외면한다. 사람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상상력과 환상과 재미 등도 당연히 무시하고 개성도 무시한다. 그래서 학교는 지옥이 된다. 따라서 문제가 나타나는 만큼 사람들은 공리주의를 비판하고 논쟁과 검증을 통해 새로운 사상이 나타나면서 사회는 그만큼 발전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전시 체제의 각박한 미국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니, 그건 우리 삶에 근거하지 않은, 아무런 뿌리도 없는 문화일 수밖에 없어, 기득권층은 통계수치를 마음대로 조작하며 이익을 추구하고 힘없는 사람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린다. ‘아니면 말고’ 식 주장으로 상대를 곤경에 몰아넣고 나중에 거짓으로 드러나면 모른 척하는 식이다. 이익만 챙기고 책임은 아무도 안 지려고 한다.
문화는 사회 구성원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고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바람직한 문화를 살찌우려면 우리 주변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고전은 우리가 비판 없이 받아들인 문화가 생겨나온 배경과 그 속에서 인간이 구체적으로 살아간 모습을 묘사하고, 우리가 이런 사회, 이런 문화에서 살아가게 된 원인을 보여준다.
찰스 디킨스 전 소설가
저자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1812년 영국 포츠머스에서 해군 경리국의 하급관리였던 존 디킨스와 엘리자베스 배로의 여덟 아이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사립학교에서 잠시 교육을 받았지만 아버지가 빚으로 수감되어 열두 살 때 런던의 한 구두약 공장에서 하루 열 시간 동안 일을 해야만 했다. 이때 직접 겪은 빈민층의 삶이 후일 그의 작품을 이룬 토대가 되었다. 중학교를 2년 정도 다니다가 열다섯 살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환으로 일했으며, 곧이어 법원의 속기사를 거쳐 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소년 시절부터 고전을 읽음으로써 문학에 눈을 떴으며, 기자 생활을 하며 많은 여행을 한 덕분에 넓은 식견을 갖출 수 있었던 디킨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 빈곤, 부조리한 사회 계급, 그리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신랄한 비평을 마다하지 않았다. 1833년 잡지에 투고한 단편이 실리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고, 1836년 단편집 '보즈의 스케치'가 출간되었다. 곧이어 발표한 고아 소년 이야기 '올리버 트위스트'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작가의 지위를 확립하였다. 작품 '위대한 유산', '데이비드 코퍼필드', '두 도시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있다. 1870년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으나 이를 거부했으며, 같은 해에 죽어 문인 최고의 명예인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안장되었다.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다. '그는 가난하고 고통 받고 박해받는 자들의 지지자였으며 그의 죽음으로 세상은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를 잃었다.'
첫댓글 철저한 고독은 살아나는 글을 잉태하게 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