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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걷습니다. 부산에서 구미까지 약 200킬로미터의 길을 걷습니다. 11일의 일정으로 길을 걷습니다.
길을 만들고, 길을 열며 걸으면서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물었습니다. “왜 이 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느냐?”라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말합니다. “안 하고 싶었습니다. 망설였습니다. 여름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라며 의외의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이의 오랜 동무인 “박문진 지도위원과 함께 걷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고공 위의 두 노동자에게 선배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309일 만에 연대 투쟁으로 살아서 고공을 내려왔던 마음의 빚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11월 22일 오전 11시 부산 호포역에서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문진 지도위원이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으로 향했습니다. 고공 위의 박정혜 씨와 소현숙 씨를 만나 그냥 따뜻하게 안아 주고 싶은 마음으로 길을 열어 가고 있습니다. ⓒ장영식
박문진 지도위원은 불자이지만, 필리핀에서 마더 데레사 수녀가 설립했던 수도원에서 중증 장애인 아동들을 돌보는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10월에 오기로 했는데, 11월이 되어서야 귀국해서 일정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박문진 지도위원은 처음부터 아프리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꿈꿨습니다. 그래서 간호사가 되었고, 산부인과 조산사도 되었습니다. 그이는 처음엔 개신교 신자였습니다. 그이가 다닌 교회의 목사님이 “지금 여기가 아프리카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영남대학교의료원 노동조합에 헌신하다 해고되었습니다. 박문진 지도위원은 복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영남대의료원 옥상 고공에서 227일간 농성을 하였고, 김진숙 지도위원은 하늘 위의 동무를 위해 부산에서 영남대의료원까지 1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걸어서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박문진 지도위원은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진숙이의 제안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이는 “투쟁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라며 아직 한국 날씨에 적응하지 못한 채 길을 걷고 있습니다. 동무와 함께.
호포역에서 출발한 희망뚜벅이들의 3일 차 행진은 밀양시 상동면 들판을 걸었습니다. 밀양 765kV 초고압 송전탑들을 바라보며, 밀양 할매들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걸었습니다. ⓒ장영식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니토덴코 자회사입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편광필름을 생산하는 회사였으나, 2022년 10월 화재로 구미공장이 전소하자 청산을 선언하고, 노동자 193명에게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희망퇴직을 거부한 17명을 정리 해고했습니다. 이들은 니토덴코의 다른 쌍둥이 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해고 노동자 박정혜 씨와 소현숙 씨는 지난 1월 8일 구미공장 옥상에 올라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320일이 넘었습니다.
고공 위의 두 노동자는 김진숙, 박문진 지도위원을 비롯한 희망뚜벅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빌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날씨가 더 춥기 전에 고용 승계를 이루고, 땅을 밟기를 소망합니다. ⓒ장영식
고공 위의 박정혜 씨는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먼 길을 저희를 위해 오신다니 걱정이 앞서지만 그분들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요. 추운 날씨에 건강이 걱정되지만, 두 분의 마음을 알기에 고공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희망뚜벅이들을 향해 고마운 연대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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