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4. 화요일
유럽을 여행 다니다 보면 집이나 건물들이 어딜 가나 예뻐서 눈길이 간다
전형적인 빨간 지붕의 집이나 그리스 신전을 옮겨와 파스텔로 칠한 듯한 예쁜 건물들이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책에서 발견한 낯익은 집 사진
그래, 나 여기 알 것 같애 하면서 설명을 보니 역시 베니스 부라노섬에서 무수히 보았던 집 사진이다
수상버스 바포레토를 타고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베니스의 본섬을 떠나 1시간을 달려가면 부라노섬에 도착한다
부라노섬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만나게 되는
레이스와 커튼이 드리운 예쁜 창의 알록달록한 집들
그냥 아무데나 서서 찍어도 화보처럼 이쁘게 나오는 집들에 끌려서
남의 집 앞에서 고개를 들어 올리며 감상했던 시간들
창을 어찌나 예쁘게 꾸몄는지
문의 색을 벽과 얼마나 조화롭게 선택했는지
꽃과 소품을 얼마나 아기자기하게 장식했는지
와~~~ 하면서 걸어다녔다
이곳 사람들은 아마도 조용하고 고즈넉한 섬생활을 이미 포기했을 게다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며 창을 올려다보고 감상하든 말든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관광객을 위해 더 예쁘게 단장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곳 주민들은 안 보이고 관광객들만 보인다
똑같은 집이 없다
저마다 개성껏 꾸며놓은 집들이 마치 전시장의 아름다운 조각품같이 느껴진다
마을을 굽이도는 운하의 물빛에 반사되어 더 아름답게 보인다
귀가하는 어부들이 자기 집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서로 다른 색을 칠하면서 시작된 알록달록 무지개 집들은
이젠 엄격한 색채 조합을 위한 규칙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집주인이 색을 칠하려면 정부에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면 정부에서 그 지역에 허용되는 색을 지정해 준다고 한다
내집도 내맘대로 못해요
엄마 아빠 멋진 사진 남겨주려고 어디서든 셧터를 눌러대던 짠딸 덕에
참 멋진 풍경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남편과 나의 표정이 더없이 화사했었지
우리 부부의 뒷모습을 담으려 걸어가다가 뒤에서 자꾸 셔터를 누르니
어느 외국인이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짠딸을 노려보기도 했더란다
사진 한 장이 날 갑자기 먼 곳으로 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