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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문학(소설), 영미소설
주홍 글씨
너새니얼 호손 지음|김수영 옮김|세계문학전집 13|146×210×16mm|288쪽
24,000원|ISBN 979-11-308-2028-6 03840 | 2023.4.30.
■ 도서 소개
청교도 사회의 모순과 사랑의 본질을 그려낸 소설
너새니얼 호손의 장편소설 『주홍 글씨』가 푸른사상사의 <세계문학전집 13>로 출간되었다. 김수영 시인의 번역으로 청교도의 낡은 정신과 모순, 죄지은 자의 고독한 심리와 선한 마음과 봉사를 통한 사랑을 만난다. 19세기 미국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치밀한 구성과 심오한 주제, 풍속과 역사를 담아낸 의식 등으로 종교와 사랑의 의의와 본질을 묻고 있다.
■ 저자 소개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미국의 소설가. 1804년 7월 4일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너새니얼 헤이손(Nathaniel Hathorne). 1808년 아버지가 선장으로 일하다가 사망하자 외가에서 자라났다. 1821년 보딘대학에 입학했다.
1828년 장편소설 『팬쇼(Fanshawe)』를 출간했다. 1837년 『케케묵은 이야기들(Twice-Told Tales)』을 출간했다. 1842년 소피아 아멜리아 피바디(Sophia Amelia Peabody)와 결혼했다. 1844년 첫딸 우나(Una)가 태어났다. 1846년 단편소설집 『옛 목사관 이끼(Mosses from a Old Manse)』를 출간했다. 세일럼 세관 검사관으로 임명되었고, 아들 줄리안(Julian)이 태어났다.
1849년 세관 검사관에서 해임된 뒤 『주홍 글씨(The Scarlet Letter)』를 쓰기 시작해 이듬해 3월 출간했다. 1851년 장편소설 『일곱 박공의 집(The House of the Seven Gables)』을 출간했다. 둘째 딸 로즈(Rose)가 태어났다. 1852년 장편소설 『블라이스데일 로맨스(The Blithedale Romance)』를 출간했고, 콩코드에 있는 집을 사서 ‘웨이사이드(Wayside)’라고 이름 지었다. 보딘대학 동창생인 프랭클린 피어스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자 그의 선거용 자서전을 썼다. 1853년 영국 리버풀의 영사로 임명되어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 1857년 영사직을 사직하고, 이듬해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 가서 그곳에서 거주했다.
1860년 『대리석 목신상(The Marble Fawn)』을 출간했다. 1863년 영국을 관찰한 수상집 『우리의 고향(Our Old Home)』을 출간했다. 1864년 5월 19일 피어스와 함께 여행하던 중 뉴햄프셔주의 플리머스에서 사망했다.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의 슬리피 할로(Sleepy Hollow) 묘지에 매장되었다.
■ 옮긴이 소개
김수영(金洙暎)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선린상업학교와 연희전문학교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1946년 『예술부락』에 「묘정(廟庭)의 노래」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0년 김현경(金顯敬)과 결혼해 두 아들 준(儁)과 우(瑀)를 두었다. 시집 『달나라의 장난』(1959), 번역서 『주홍 글씨』 『메멘토 모리』 등이 있다. 1968년 6월 16일 교통사고로 타계했다.
■ 목차
1. 감옥 문 / 2. 장터 / 3. 발견 / 4. 대면 / 5. 바느질하는 헤스터 / 6. 진주(眞珠) / 7. 지사 댁의 객실 / 8. 요동(妖童)과 목사 / 9. 의사(醫師) / 10. 의사와 환자 / 11. 가슴속 / 12. 목사의 철야고행(徹夜苦行) / 13. 헤스터의 다른 견해 / 14. 헤스터와 의사 / 15. 헤스터와 진주 / 16. 숲속의 오솔길 / 17. 목사와 그의 신자 / 18. 쏟아지는 햇볕 / 19. 개울가의 어린애 / 20. 미로(迷路)에 서 있는 목사 / 21. 뉴잉글랜드의 축제일(祝祭日) / 22. 행렬(行列) / 23. 드러난 주홍 글자 / 24. 후일담(後日譚)
■ 작품 해설
■ 작가 연보
■ 재출간 후기
■ 작품 세계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은 1804년 7월 4일에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해안 지방 세일럼(Salem)에서 태어났다. 이 지방은 그의 소설 가운데에도 빈번히 등장한다. 이 『주홍 글씨(Scarlet Letter, a Romance)』에는 「세관」이라는 제목으로 상당히 긴 서문이 붙어 있는데, 그것은 이 세일럼의 세관의 다락방 속에서 한 뭉치의 옛날 문서 보따리가 발견되고, 그 속에 이 소설의 전거(典據)가 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는 자초지종이 적혀 있다. 이 「세관」은 명작이라는 정평이 있는 것인데, 본 역서에서는 직접 원 이야기의 줄거리와 관련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생략되고 있다.
처음에는 그는 익명으로 잡지에 단편소설을 쓰고 있었으나 차차 평판이 좋아지자, 1837년에 그 단편을 모아서 출판했는데, 그것이 『트와이스 톨드 테일즈(Twice Told Tales)』라는 단편집이다.
그때까지는 고향인 세일럼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내 보스턴의 세관에 취직을 하게 되고 콩코드 교외로 이사를 하고, 그 후에 소설집의 제목으로 삼는 ‘구목사관(舊牧師館)’에서 살면서, 거기서 부지런히 창작 생활을 했다. 그로부터 7년 후에 ― 42세 때 ― 세일럼으로 돌아와서 그곳의 세관 일을 보았고, 3년 후에 거기를 그만두고 주로 문학에 전념하려고 결심했다. 그리고 최초로 쓴 것이 1850년에 출판된 이 『주홍 글씨』이다.
『주홍 글씨』는 심리소설이라고들 한다. 그 당시의 소설에 비해서 심리적 묘사에 애를 쓰고 있는 점이 분명히 이 소설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서는 작자가 작중 인물에 짊어지우고, 또한 작자 자신도 짊어지고 있는 죄에 대한 의식이 지극히 주요하고 엄격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이 소설을 형성하고 있는 여러 인물이 이 이야기 속에서 범하고 있는 죄의 의식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죄의 무게가 모든 사람의 짐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심리 묘사 이외에 상징과 신비를 다루는 수법이라든지, 풍속을 서술하고 역사를 논하는 취미라든지, 꽉 짜인 빈틈 없는 구성의 묘미라든지, 그 밖에 여러 가지 면에서 특색이 있지만, 이 죄의 의식이라는 것이 가장 주목되어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트와이스 톨드 테일즈』에서도 이미 현저하게 나타난 이 작자의 특징인 것이다.
(김수영 ‘작품 해설’ 중에서)
■ ‘뒤표지 글’ 중에서
김수영 시인이 『주홍 글씨』를 번역할 때 작품의 여자 주인공이 안쓰러웠는지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오랜 세월을 지나 생각해보니 이러저러한 세상의 일에 시달리는 나를 가엾어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김 시인에게 번역하는 일은 돈벌이기 때문에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생계를 위하는 것 이상으로 진지했어요. 영어 사전으로 해결이 안 되면 소공동 국립도서관에 가서 확인할 정도로 정성을 다했어요. 번역에 매달릴 때는 외출도 하지 않았어요.
― 김현경, 『주홍 글씨』에 대한 회고담
■ ‘재출간 후기’ 중에서
김수영 시인이 너새니얼 호손의 장편소설인 『주홍 글씨』를 번역해서 창우사에서 출간한 것은 1967년이었다. 세로쓰기로 편집되었고, 책값은 350원이었다. 김수영이 1968년 6월 16일 타계한 것을 생각해보면 이 작업은 그의 번역 활동에서 후기의 산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김수영은 『주홍 글씨』 이후 1968년 3월 뮤리얼 스파크의 장편소설 『메멘토 모리』(신구문화사)를 번역해서 출간하는 것으로 그의 번역 생활을 마감했다. 그의 사후에 제임스 볼드윈의 장편소설 『또 하나의 나라』(신구문화사)가 번역되어 출간되었는데, 언제 번역을 마무리했는지는 알 수 없다.
김수영은 『주홍 글씨』를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죄를 형상화한 심리소설로 높게 평가했다. 심리 묘사뿐만 아니라 상징을 다루는 수법, 풍속과 역사를 담아낸 의식, 빈틈없는 구성 등도 주목했다.
『주홍 글씨』는 간통을 범한 헤스터 프린, 그의 상대인 딤스데일 목사,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펄, 헤스터 프린의 남편이자 의사인 로저 칠링워스 등 네 사람이 7년간 겪은 심리적 갈등을 담고 있다.
헤스터 프린은 불륜의 처벌로 ‘A’라는 주홍 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야 했다. ‘A’는 간통(Adultery)의 머리글자를 의미한다. 헤스터 프린은 주홍 글자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경계와 외면을 당했지만,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어려운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었다. 그 결과 그녀의 ‘A’라는 주홍 글자는 천사(Angel)와 Able(유능)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로저 칠링워스는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알고 딤스데일 목사에게 정신적 복수를 실행한다. 그것으로 딤스데일은 죄책감과 신경과민 등에 시달려 쇠약해진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생각한 헤스터 프린은 딤스데일에게 로저 칠링워스의 정체를 알리고, 배를 타고 두 사람의 신분을 숨길 수 있는 곳으로 떠나기로 한다. 그렇지만 딤스데일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세상을 뜬다. 소설은 딤스데일 목사의 죄책감과 헤스터 프린의 순결한 마음을 대비시켜 종교와 사랑의 의의와 본질을 묻고 있다. (맹문재)
■ 출판사 리뷰
미국 문학 전통의 초석을 세운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작가 너새니얼 호손은 청교도의 사상과 생활 태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중에서도 1850년에 간행된 장편소설 『주홍 글씨(The Scarlet Letter)』는 엄격한 청교도 사회의 낡은 정신과 모순을 비판하고, 죄지은 자의 고독과 사랑을 처절하게 그려냈다. 19세기 미국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소설은 미국 문학에서 선구적 위치를 차지할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김수영 시인은 1967년 이 작품을 번역하여 출간하면서,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죄를 형상화한 심리소설로 높게 평가했다. 나아가 정교한 심리 묘사뿐만 아니라 상징을 다루는 수법, 풍속과 역사를 담아낸 의식, 치밀한 구성 등을 주목하였다.
『주홍 글씨』는 17세기 중엽 엄격한 청교도의 도시 보스턴에서 일어난 간통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네 명의 인물이 7년간 겪은 심리적 갈등을 다루고 있다. 나이 든 의사와 결혼하여 먼저 미국으로 건너와 있던 젊은 여인 헤스터 프린은 남편이 부재한 동안 ‘펄’이라는 사생아를 낳는다. 그녀는 간통한 벌로 ‘A(간통, adultery)’라는 낙인을 가슴에 달고 평생을 살아갈 것을 선고받는다. 그녀의 간통 상대인 딤스데일 목사는 자신의 죄를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죄악을 설교하는 위선적인 생활을 하다 죄책감으로 인해 나날이 쇠약해진다. 뒤늦게 미국에 도착한 헤스터의 남편이자 의사인 로저 칠링워스는 우연히 두 사람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병약한 목사의 곁에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며 틈틈이 복수의 기회를 엿본다.
헤스터는 낙인찍힌 주홍 글씨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경계와 외면을 당했지만, 속죄하며 이웃들에게 선의를 베풀고 봉사한다. ‘A’라는 주홍 글자는 비로소 천사(Angel)와 유능(Able)의 의미를 갖게 된다. 소설은 딤스데일 목사의 죄책감과 헤스터 프린의 순결한 마음을 대비시켜 종교와 사랑이 의의와 본질을 묻고 있다. 나아가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 죄와 악의 문제를 집요하게 탐험한다.
■ 작품 속으로
그 젊은 여자 ― 이 애기의 어머니 ― 가 군중들 앞에 자태를 나타내자, 그녀의 최초의 충동은 애기를 자기의 가슴속에 꼭 부둥켜안는 일이었던 성싶다. 그것도 어머니로서의 애정의 충동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의 옷에 꿰매어놓았거나 달아놓은 무슨 표적을 그렇게 해서 감추려고 하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이미 하나의 수치의 표적이 있는 이상, 그것으로 또 하나의 표적을 감춰보려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갓난애를 한쪽 팔에다 옮겨 안고, 불에 단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거만한 미소를 띠며 깜짝하지 않는 눈초리로 거리의 사람들과 근처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저고리 가슴에는 새빨간 천에, 금실로 정성스럽고 화려하게 수를 놓아 단을 댄, A라는 글자가 나타나 있었다. 그것은 상당히 미술적이고도, 풍부하고 호화로운 상상력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으로, 그녀의 입고 있는 옷의 최후의 가장 적합한 장식의 효과를 충분히 나타내고 있는 듯이 보였다. (15쪽)
헤스터 프린은 지금 그 불명예스러운 초기에 우리들이 본 것과 똑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월은 흘러가고 또 왔다. 진주는 벌써 일곱 살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가슴에 이상한 수를 놓은 빛나는 주홍빛 글자를 달고 있는 모습은 이제 거리 사람들에게는 눈 익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사람이 세상에 대해서 어떤 현저한 위치에 있고 그와 동시에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이해관계를 방해하지 않는 경우에 흔히 있듯이, 일종의 일반적인 존경이 헤스터 프린에 관해서도 생겨나고 있었다. 사람의 성질 속에서 이기심이 작용하지 않는 한 남을 미워하는 마음보다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 생기기 쉽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증오심은 조금씩 조용한 순차를 밟아서 차차 애정으로 변해가는 것이고 끊임없이 시초의 적의의 감정이 자극을 받고 그 변화가 방해되지 않는 한 그렇게 되는 것이다. 헤스터 프린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처럼 자극을 하거나 귀찮게 하거나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결코 세상과 싸우지 않았다. 아무런 불평도 말하지 않고 그의 최악의 처사에도 순종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세상에 대해서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다. (147쪽)
헤스터 프린으로서는 진주가 가정을 갖고 있는 낯선 고장보다도 이 고장에, 뉴잉글랜드에, 한결 더 진정한 생활이 있었다. 여기에는 그녀의 죄가 있었다. 슬픔도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또한 회개의 행위가 여기에는 있어야 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돌아왔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의 의사로 말하자면, 그 당시의 제아무리 가혹하고 엄격한 관리라도 그것을 명령할 수는 없었을 것이니까 ― 여태껏 우리들이 얘기해온 그 표지를 다시 몸에 붙였던 것이다. 그 후, 그것은 그녀의 몸에서 한 번도 떨어진 일이 없었다. 그러나 헤스터의 일생을 누빈 고생스러운 시름에 찬 헌신적인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에 주홍 글자는 세상 사람들의 조소와 혐오를 자아내는 낙인이 아니라 그것을 보면 슬픔이 느껴지고 그것을 보면 두려우면서도 존경감이 우러나는 상징으로 되었던 것이다. (2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