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가족세우기
오늘 가족세우기 이슈는 배움과 일에 대한 저항이었다. 아이들이 고3, 중2를 맞는 올해는 그간의 배움을 통해 정렬된 에너지를 아이들 돌봄에 집중해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배움과 일에 빠져 혹시나 아이들에게 필요한 돌봄을 놓치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던 거다. 더구나 배움과 일에 대한 집착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원가족 이슈 때문이라면, 그건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었다. 실제로 외부활동을 최소화하고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들이 꿀처럼 달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교육생들이 사랑스러운 것도, 배움의 욕망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엄마가 나로 잘 살면 아이들은 잘 살게 되어있다. 아이를 믿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한다.'
세션을 통해 지난 한 달간의 혼란이 이 세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잠깐의 방학이었구나! 지난 한 달, 늘 소원하던 오롯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안식의 시간을 잘 보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자 나를 믿어주는 고객들, 도무지 식을 줄 모르는 배움에 대한 열망은 문제가 아니라 축복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를 부대끼게 하던 저항은 끊임없는 아빠찾기로 몰입의 아이템을 찾아 방황하는 파파걸과 엄마의 사랑을 얻으려고 부모화를 거듭하는 마마걸에 대한 제외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내가 어떻게든 피하고만 싶었던 파파걸, 마마걸 에너지야말로 나로 살아가는 기쁨의 원천이라는 것도 보였다. 그러니까 나로 잘 산다는 것은 이 에너지를 여한없이 쓰며 산다는 말이었던 거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나의 배움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가족세우기와 가정경영 MBA 설립 기반을 갖추기 위한 사업공부, 그리고 아난다 프랙티스 연구원 과정 진행을 함께 해보기로 합의를 마쳤다. 고3, 중2 엄마로서의 기쁨도 놓치지 않을 예정이다.
쉽지는 않을 거다. 종종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리 빡시게 사냐며 투덜거리기도 할 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분명 모두 잘 해낼 거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될 즈음엔 다시 한달 남짓 겨울잠같은 휴식을 맞이하겠지. 그렇게 집요하게 성장을 갈망하는 파파걸, 끊임없이 돌봄을 나누고자하는 마마걸로 당당히 숱한 봄여름가을겨울을 거듭하게 될거야. 그렇게 제 운명을 온전히 살아낸 사람으로 아이들의 가슴에서 영원히 살게 될거야.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있는 이유, 소명이 아니던가?
지난 한 달간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하다면서도 호흡이 답답하고 손발끝이 차가운 수족냉증이 다시 도져있었다. 십수년전 이 여정을 시작하게 했던 바로 그 증상이 되돌아 온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던 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에서 손발끝에 온기가 돌아온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어제 글을 정리해 올려놓고 자고 일어났는데 숨이 편안하다. 이것이 사랑의 질서 안에 있을 때의 감각인 거구나.
가족세우기는 공식을 만드는 공부가 아니라고 하신 유명화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사랑의 질서는 공식이 아니라 몸의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말씀이셨구나. 정신차리고 산다는 건 이 감각에 깨어있다는 의미었구나. 그래서 깨어있음이야말로 진정한 안식이며 자유인 거구나. 조각조각 흩어져 어수선하던 생각의 파편들이 자리를 찾아간다.
스스로를 밝힌 빛으로 타인까지 밝혀주는 존재가 곁에 계심이 새삼 사무치게 감사하다. 스승의 우산아래 누리는 안온함을 졸업하는 것을 자립이라 믿었던 어린 나와의 이별할 때가 되었나 보다. 다가올 1년은 스승의 울타리 안에서 관계 속 자립이 무엇인지를 좀 더 선명히 체험해 봐야겠다. 삶이 날로 아름답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박수를 보냅니다.~
박영숙 선생님, 응원 감사드립니다~^^
'스승의 울타리 안에서 관계 속 자립'이라는 말이 참 편안하게 느껴지네요..
그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