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초등동무들이 걷는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늘 보던 풍경이 다른 위치에서 보니 다르게 들어왔습니다. 와~ 어린 동무들이 그 속을 걸으니 꼭 그림 속, 아니 영화 속 풍경 같습니다. 낯섬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싶습니다. 삶을 이렇게 새롭게 볼 줄 아는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욕심내어 봅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전화 통화를 많이 했습니다. 전화를 받거나 하기 전에는 쉼호흡을 합니다. 제 에너지를 살핀 뒤, 전화를 받습니다. 가능하다면 긍정적인 표현을 골라서 써봅니다. 그렇게 전화명상놀이의 반복 끝에 어제 모임에서 연결해보고 싶어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다양한 지원센터가 있다는 것도 알아갑니다. 그렇게 연결되어야 이루어지는 움직임을 깨닫습니다. 코로나가 우리는 연결된 존재입니다. 라고 말하듯, 마을인생학교도 인생을 배우는 삶터가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듯 합니다.
요즘 미생물 공부를 하는데, 보이지 않는 크기의 미생물의 무게가 지구에 사는 생명체 무게의 반이라고 합니다. 좋은 흙 한 줌 속에는 아프리카, 인도, 중국에 사는 사람을 합친 수보다 많은 수의 미생물이 산다고 하네요. 이들은 우리가 대화를 하듯 서로 유전자를 공유하고, 식물이나 동물들은 물론이거니와 사체 속 유전물질까지 빨아들인다 해요. 그래서 그들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은 우리와 같이 구애와 생식작용을 통해 유전자를 공유하는 동물들이 따라갈 수가 없지요. 미생물은 땅 속뿐만 아니라 우리 몸 속에도 많아요. 특히 대장 속에 미생물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낸다고 해요. 그래서 치매와 간질, 자폐증, 아토피 등의 원인을 대장미생물에 기인한다고 보기도 해요.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인 남세균이 도와서 햇볕이 밥이 되고, 뿌리혹박테리아 덕분에 공기 중 질소를 식물이 이용할 수 있지요. 이 미생물들의 사체와 미생물이 분해한 유기물이 오랜 시간 고온, 고압에서 변화하여 우리가 쓰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되었지요. 지구생명시스템은 알게 모르게 공기 중 탄소를 땅 속에 저장하여 생명이 살 수 있는 대기 중 산소량을 조절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땅 속에 묻어둔 탄소를 홀라당 대기 중으로 배출시켜 기후위기를 가져와버렸네요. 알고보면 보이는 생명체보다 보이지 않는 생명체들이 우리의 바탕생명인데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 중심으로 살다가 코로나가 사람을 숙주로 삼게 된 것이겠지요.
저 역시, 보이지 않는 손길들로 인해 오늘이 유지되는 것을 실제 삶으로 배워가나 봅니다. 제가 만나게 될 동무들의 삶터로 스스로 걸어가는 과정을 통해 '나'라고 하는 생각을 지워가는 길 위로 안내하는 손길을 봅니다. 작은 눈에는 에둘러가는 것 같지만, 다시보니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참 고맙고 좋은 일이다 싶습니다. 좋은 것 밖에 준 것이 없다는 한님 말씀, 그렇게 다시 새깁니다. 코로나도 마을인생학교도 스스로가 만든 올가미로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옭아매는 어리석음까지 거둬가시는 사랑의 파병이라 믿습니다. 옴~